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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상반기 국산 베스트셀링카] 전통의 강호 쏘나타 1위 

그랜저·아반떼도 상위권 ... 청출어람 신흥강호 ‘쏘렌토·카니발·투싼’ 


▎현대차의 쏘나타.
내 생애 첫 차 ‘아반떼’. 가족과 함께 ‘쏘나타’. 승진하면 ‘그랜저’. 대한민국의 평범한 샐러리맨의 공식화된 차량 구매 패턴이다. 세월이 흐르고 새로운 자동차, 새로운 브랜드가 등장했다. 가격대를 확 낮춘 수입차의 공세도 거세다. 소비자들은 개성을 찾고 싶어한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이 공식이 유효한 모양새다. 현대차의 세 가지 간판 모델은 2015년 상반기 자동차 판매순위에서도 굳건히 상위권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쏘나타는 역시 쏘나타였다. 상반기 5만314대를 팔아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상용차 제외)가 됐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판매량이 조금 줄기는 했지만 1위를 지키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잘 달리고, 잘 서는’ 자동차의 기본을 지키겠다고 선언한 LF쏘나타가 시장에서 인정을 받았다. LF쏘나타는 올해로 나온 지 만 30년을 맞는 쏘나타의 7번째 모델이다. 쏘나타는 해마다 10만대 이상을 팔며, 베스트셀링카 순위 5위 안에 드는 한국을 대표하는 차다. 최근 15년 중 쏘나타의 연간 판매량이 10만대를 넘기지 못한 해는 3번(2003년·2004년·2013년)뿐이다. 어떻게든 자신의 몫을 해낸 형님들의 전통을 LF쏘나타가 잇고 있다.

사실 쏘나타의 성공을 점치는 이는 드물었다. 시장에는 쏘나타와 경쟁을 벌이는 차가 너무 많았다. 세단에서 SUV 옮겨가는 소비자들을 잡아야 했고, 쏟아지는 3000만원대 수입차와도 경쟁했다. 엔저로 몸값을 낮춘 일본의 중형 세단들(도요타 캠리, 닛산 알티마, 혼다 어코드)과도 힘겨운 승부를 벌였다. 한 단계 위 차급인 그랜저와 가격차가 줄어든 것도 고민거리였다. 쏘나타의 최고급 라인은 그랜저 기본형보다 비쌌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지금의 시장 환경을 감안하면 쏘나타가 과거처럼 많이 팔리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LF가 마지막 쏘나타가 될 것”이라는 혹평도 있었다.

7가지 라인업으로 무장한 쏘나타


많은 위기를 오뚝이처럼 극복했다. 지난해 초 출시한 LF쏘나타는 초반 2개월 동안 월평균 1만대 이상을 팔며 순항했다. 하지만 신차 효과가 사라지면서 판매량이 급속도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8월에는 5596대로 판매량이 줄었다. 급해진 현대차는 LF쏘나타의 택시모델을 출시하는 승부수를 던졌고, 효과를 봤다. 9월부터 판매량이 다시 늘기 시작했다. 2014년 베스트셀링카 1위에 올랐다. 올해 초반에도 판매가 다소 주춤하자 ‘쏘나타 36개월 무이자 할부’ 프로그램을 도입해 반등에 성공했다.

현대차는 하반기 또 하나의 승부수를 던졌다. LF쏘나타의 1.7리터 디젤, 1.6리터 가솔린 터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한 것. LF쏘나타로만 7가지 라인업이 완성됐다. 국내를 대표하는 중형 세단 쏘나타에 1000cc대의 엔진이 달린 것도 처음이다. 이번에 장착한 1.7리터 디젤 엔진은 과거 i40와 최근 출시한 신형 투싼에 장착된 엔진이다. L당 16.5km를 달릴 수 있는 연비를 구현한다. 성능면에서는 어느 정도 검증을 받은 엔진으로 하반기 LF쏘나타의 상승세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곽진 현대차 국내영업본부장은 “연말까지 10만대의 쏘나타를 팔겠다”고 공언했다.

쏘나타의 뒤를 이어서는 모닝·그랜저·아반떼가 2~4위를 기록했다. 해마다 순위권에 드는 차들이다. 세 모델 모두 지난해 동기와 대비해 판매량이 줄었다는 점은 조금 아쉽다. 준중형 세단 아반떼는 지난해 동기 대비 판매량이 2.2% 줄었다. 다른 모델에 비해 판매량 감소폭이 적었다. 올 하반기 신형 아반떼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표다.

흥미로운 순위는 5~8위다. 현대·기아의 SUV와 RV 차량이 포진하고 있다. 5위 쏘렌토, 7위 카니발, 8위 투싼의 상승세가 무섭다. 이 세 가지 모델은 국산 자동차 중 지난해 동기 대비 판매량이 가장 많이 늘어난 모델이다. 기아 쏘렌토는 지난해 동기 대비 판매량이 276.1% 늘었다. 상반기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SUV가 됐다. 지난해 8월 출시한 ‘올 뉴 쏘렌토’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2009년 출시한 2세대 ‘쏘렌토R’ 이후 5년 만에 선보인 신차다. 넓은 실내공간과 실용성, 폭발적 주행감까지 갖춘 모델이다. 2세대 모델에 비해 연비도 큰 폭 개선했다. 거기에 세련미 넘치는 디자인까지 매력적 요소가 가득하다. 쏘렌토 다음으로 판매량 증가폭이 컸던 모델은 기아의 RV차량인 카니발이다. 쏘렌토와 패밀리룩을 입어 앞모양의 콘셉트가 유사한 모델로 전작에 비해 디자인이 많이 개선됐다. 실용성이 좋은 것은 잘 알려져 있었고, 거기에 세련미와 성능을 더하니 꼭 갖고 싶은 모델이 됐다. 쏘렌토와 카니발이 기아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상반기 최고의 SUV ‘쏘렌토’


▎한국지엠의 스파크(왼쪽). / 기아차의 쏘렌토.
9위에는 한국지엠의 경차 스파크가 이름을 올렸다. 현대·기아차 외 브랜드의 차 중에서는 유일하게 10위권에 들어 한국지엠의 자존심을 지켰다. 다만,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15.3% 줄었다. 최근 신형 스파크를 출시해 반격을 꾀하고 있다. 경차임에도 실내공간을 넓게 확보했고 디자인에도 많은 변화를 줬다. 준중형 세단과 소형 SUV에 몰린 엔트리카 수요까지도 노렸다. 연말까지 라이벌 모닝과의 격차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관심사다.

많은 관심이 쏠렸던 번외 대결도 흥미롭게 진행됐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소형 SUV’ 3파전이다. 한국지엠 ‘트랙스’, 르노삼성 ‘QM3’, 쌍용차 ‘티볼리’의 대결이 볼만했다. 승자는 1만8524대를 판 티볼리의 승리. 경쟁자 QM3(1만155대)와 트랙스(5307대)를 가볍게 따돌렸다. QM3는 비록 티볼리보다는 적게 팔렸지만, 지난해부터 꾸준히 팔리고 있다. 문제는 트랙스다. 세 모델 중 가장 먼저 나온 트랙스는 점점 더 버거운 모양새다. ‘곧 출시된다’던 디젤 모델은 2년이 넘도록 나오지 않았다. 올 하반기에는 ‘진짜 나온다’는 게 한국지엠 관계자의 설명이다. 가솔린 모델로만 번외 경쟁에서 승리한 티볼리는 최근 디젤모델을 추가하며 선두 수성에 나섰다.

- 박성민 기자 park.sungmin1@joins.com

1295호 (2015.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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