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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상반기 수입 베스트셀링카] BMW 5시리즈 굳건한 1위 

티구안은 단일 모델로 4926대 팔아 … 美·日 브랜드 여전히 부진 


▎BMW의 5시리즈.
올 상반기 수입차 시장에서 잘 팔린 모델을 순서대로 나열해보면 흥미로운 점이 많다. 세부 모델만 보면 별 것이 없다. 늘 보고, 자주 들어 익숙한 모델이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해마다 잘 팔리는 BMW 5시리즈가 또 1등을 했다. 라이벌 E클래스가 근소한 차이로 2위를 했다. 폴크스바겐의 간판 ‘골프·티구안·파사트’가 중위권을 꾸린 순위판도 많이 본 그림이다. 일본 브랜드의 차가 간신히 순위에 들어 체면치레를 하는 것도 익숙하다. 그런데 표를 조금만 더 자세히 보자. 10개의 순위는 아주 명확하게 그리고 순서대로 세 가지 판도로 구분할 수 있다. 이 구분이 수입차 시장의 분위기를 대변한다. 또 국산차 브랜드의 고민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1~4위, 최소 가격 6000만원대의 고급 세단=최근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는 소형차였다. 지난해 세월호, 올해의 메르스, 그리스 사태 등 경제에 악재가 많으니 작고 저렴한 차가 잘 팔릴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수입차 시장에서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고급 대형 세단이 잘 팔렸다. 최소 6000만원을 줘야 하는 차들이 없어서 못 파는 차가 됐다. 해마다 선두 경쟁을 하고 있는 BMW 5시리즈와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는 수입차 시장에서만큼은 대중차가 된 듯하다. 마치 쏘나타처럼 어떻게든 판매량을 유지한다. 줄곧 판매량을 늘리며 품질이 검증됐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이 두 차량의 상승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3위에 오른 메르세데스-벤츠의 S클래스다. 가장 저렴한(?) 차도 1억원이 넘는다. 이 고가의 차가 상반기에만 6379대가 팔렸다. 국산차 중에서 S클래스와 비교할 만한 고급차는 현대 ‘에쿠스’와 쌍용 ‘체어맨’ 밖에 없다. 그런데 에쿠스와 체어맨의 판매량을 합쳐도 4101대로 S클래스에 못 미친다. 에쿠스의 판매량이 S클래스에 못 미치는 것 역시 이례적이다.


국산차 브랜드는 줄어드는 세단 판매량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형차 시장은 사실상 포기상태다. 어떻게든 중·소형차 시장의 주도권이라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이다. 이와 달리 수입차 브랜드는 사치를 부리듯 고급차를 팔고 있다. 7~8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그림이었다. 상반기 동안 팔린 ‘5시리즈’ ‘E클래스’ ‘S클래스’ ‘A6’는 합쳐서 약 3만대다. 결국 ‘에쿠스’ ‘체어맨’ ‘제네시스’ ‘K9’을 사야 할 소비자들 3만명을 수입차에게 빼앗긴 셈이다.

◇5~9위, 2000cc 독일 디젤엔진=중위권을 형성한 5가지 차의 공통점은 주력 모델이 2000cc급 독일 디젤엔진을 장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드레날린을 자극하는 진동과 배기음, 경쾌한 가속과 견고한 코너링을 주무기로 하는 차다. 3000만원 후반부터 4000만원 중반 사이로 가격 역시 비슷하다. 20~40대 젊은 소비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달리는 자동차로 3시리즈나 골프, C클래스는 분명 매력적이다. 하지만 실용성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BMW 3시리즈나 폴크스바겐 골프를 살 돈이면 국산차 ‘쏘나타’ ‘K5’ ‘그랜저’를 살 수 있다. 4인 가족이 편안하게 타고도 트렁크에 한 가득 짐도 실린다. 하지만 3시리즈는 가족이 타기에 적합하지 않은 차다. 뒷좌석은 좁고 기울어져 있다. 타고 내릴 때마다 바지가 찢어지진 않을지 걱정해야 한다. 힘겹게 앉으면 몸이 구겨진 기분마저 든다. 골프나 C클래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아기를 위한 카시트만 하나 장착해도 숨이 막힐 지경이다. SUV 티구안도 실내는 그리 넓지 않다. 티구안을 살 돈이면 크고 편안한 싼타페나 카니발, 올란도를 살 수 있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3시리즈를, 골프를, 티구안을 산다. ‘왜?’라는 질문에는 뚜렷한 답이 없다. 국산차 브랜드는 이 복잡하고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방정식의 답을 어떻게든 찾아야 한다. 그것이 반격의 출발점이다.

◇10위, 조용하고 부드럽게=독일 브랜드의 차들이 순위권을 장악한 가운데 일본 렉서스 ES시리즈가 자존심을 지켰다. 틈새시장을 제대로 공략한 느낌이다. 수입차를 사는 사람들이 모두 경쾌한 주행감과 견고한 핸들링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박진감 넘치게 잘 달리는 차는 오래 운전하면 결국 피로가 쌓인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디젤 소음은 여전히 시끄럽다고 여기는 사람도 많다. 렉서스 ES는 가솔린 2000cc, 3500cc, 하이브리드의 세 가지 모델이 있다. 부드럽고 조용한 것이 특징이다. 엔진소음을 최대한 차단함은 물론이고 노면에서 오는 진동도 최대한 흡수한다. 오랜 노력으로 렉서스는 소비자들에게 ‘정숙한 차’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최근에는 엔진 성능을 높여 달리는 재미를 더 하는데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ES350 모델만 해도 최대 277 마력에 35.3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물론 부드러움과 정숙성을 확보한 다음의 일이다.


▎벤츠의 E클래스(왼쪽). / 폴크스바겐의 티구안.
◇단일 모델 1위 티구안=수입차 시장에서 폴크스바겐 티구안은 흥미로운 차다. 현재 판매 중인 모델은 출시한지 5년이 넘은 모델이다. 신차 효과가 사라졌음은 물론이고 판매량이 줄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오히려 판매량이 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정말로 없어서 못 파는 차였다. SNS에서 ‘안전한 차’라는 입소문이 돌았고, SUV의 인기가 더해지며 티구안이 수혜를 입었다. 국내에서 티구안은 1968cc 디젤엔진을 장착한 ‘2.0 TDI 블루모션’ 한 모델만 판다. 이 한 가지 모델로만 상반기 4926대를 팔았다. 개별 모델로 순위를 매기면 ‘티구안 2.0 TDI 블루모션’이 1위다. 2위는 3596대를 판 BMW ‘520d’였다. BMW 5시리즈나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는 각각 10여개 모델을 가지고 경쟁을 하고 있다. 티구안이 일당백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 박성민 기자 park.sungmin1@joins.com

1295호 (2015.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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