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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CHANISM] AIRBAG - 공기주머니로 쌓은 철옹성 차세대 에어백 

 

글 정진구 모빌리스타 칼럼니스트
1970년대부터 상용화되기 시작한 에어백은 오늘날 거의 모든 차에 들어간다. 최신식 에어백은 충격을 받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위치에 달릴 뿐 아니라 팽창 강도와 위치, 탑승객을 가장 잘 보호할 수 있는 모양까지 신경 썼다. 차세대 에어백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능동적 안전장치 역할까지 수행한다. 각 부위에 알맞은 첨단 소재를 써 충격흡수효과를 극대화했다.

▎탑승자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에어백.
에어백은 보편화된 지 한참 지난 기술이다. 요즘에는 경차에도 에어백이 기본으로 달린다. 식상한 기술이라 여겨지지만, 에어백이라고 다 같은 에어백이 아니다. 여기서 소개하는 차세대 에어백의 원리는 일반 에어백과 같지만 쓰임새는 많이 다르다.

에어백 아이디어는 오래 전에 나왔다. 역사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이디어로만 존재하던 에어백은 1967년, 알렌 브리드 박사에 의해 현실화됐다. 브리드 박사는 깜짝 놀랄 만큼 간단한 방법으로 충격 감지 센서를 만들어냈다. 원리는 아주 단순하다. 작은 튜브 안에 들어있는 쇠구슬의 움직임으로 충격을 감지한다. 튜브의 한쪽 끝에는 영구자석이, 반대쪽에는 전극이 달려있다. 쇠구슬은 평상시 영구자석에 붙어있다. 그러다 구슬이 자석에서 튀어나갈 만큼의 충격이 오면 구슬은 반대쪽 전극으로 튀어나가고, 이것이 에어백을 팽창시키는 신호가 된다. 이 단순한 센서는 BIT(Ball-In-Tube) 센서라 불린다.

BIT 센서가 달린 에어백은 1970년대부터 미국 업체들이 사용하기 시작했다. 초창기 에어백은 안전벨트 대용이었다. 당시 미국은 안전벨트 착용률이 매우 낮았다. 대안으로 나온 안전장비가 에어백이다.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 업체와 메르세데스-벤츠 같은 유럽 업체들은 ‘에어백은 어디까지나 안전벨트의 보조수단’이라 여겼다. 결론적으로 일본과 유럽 업체들의 생각이 옳았다. 에어백이 안전벨트의 보조 수단으로 쓰일 때 안전도를 높인다는 사실이 각종 실험과 통계로 증명됐기 때문이다. 오늘날 거의 모든 에어백에 ‘보조적 안전장치’를 뜻하는 ‘SRS(Supplemental Restraint System)’라는 단어가 붙어있는 이유다.

다양한 종류와 기능으로 무장한 최신형 에어백


▎첨단 에어백 기능을 테스트 하기 위한 메르세데스-벤츠 ESF 2009.
경차부터 대형차까지 요즘 나오는 거의 모든 자동차의 운전석에는 에어백이 달린다. 안전벨트와 함께 전방 충격으로부터 운전자를 가장 안전하게 보호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물론 전자기술이 발전한 오늘날에는 더 이상 BIT 센서를 쓰지 않는다. 요즘에는 가속도 센서와 전자식 충격 감지 센서 같은 다양한 센서를 통합적으로 제어하는 ACU(Airbag Control Unit)가 달린다.

고급차의 경우 충격을 완화시켜야 하는 모든 부위에 에어백이 들어간다. 스티어링 휠에 달린 정면 에어백은 물론이고, 조수석·측면 에어백도 널리 쓰인다. 최신 에어백은 모양과 팽창 강도까지 신경 쓰고 적용 범위 또한 넓다. 측면 에어백의 경우 1990년대 중반부터 쓰였는데, 당시만 해도 상체를 보호하는 단순한 역할에 그쳤다. 최근에 쓰이는 측면 에어백은 머리 보호에 적합한 원통형과 두부와 어깨까지 연결되는 넓은 면적을 보호하기 위한 커튼식, 몸통을 보호하는 대용량 시트 측면 지지대 내장형으로 나뉜다. 정면과 측면에 자리한 각각의 에어백은 탑승자의 체중을 감지해 적절한 압력으로 부풀어 오른다. 어린이나 체구가 작은 여성의 경우 강한 압력으로 부풀어 오르는 에어백으로 인해 또 다른 부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도요타의 초소형차 iQ는 안전상 불리한 작은 차체라는 핸디캡을 전방위 에어백으로 극복한다. iQ는 트렁크가 없기 때문에 뒤에서 오는 충격을 흡수할 수 없다. 이런 약점을 세계 최초 후방 커튼식 에어백으로 보강했다. 후방 커튼식 에어백은 뒷좌석 천장에 내장돼있다가 충격을 감지하면 부풀어 올라 탑승객의 머리를 보호한다. 자체 조사 결과, 뒷좌석 승객의 머리 보호 효과가 두 배 이상 높아졌다고 한다. 게다가 뒷유리 전체를 감싸기 때문에 깨진 유리 파편으로 인한 부상을 막는다.

차세대 에어백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충격에서 탑승객을 보호하는 일차적인 역할뿐만 아니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탑승객의 위치를 움직여 사고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하는 능동적인 역할까지 수행한다. 더불어 탑승객끼리의 충돌이나 내장재와의 충돌로 생기는 이차적인 위험까지 고려한다. 적용범위도 자동차의 내부뿐만 아니라 도어 안쪽, 차체 바닥까지 확장됐다. 나일론 일색이던 기존 에어백과 달리 금속, 고마찰 코팅재와 같은 첨단 소재도 쓰인다. 올해 출시한 최신 모델과 메르세데스-벤츠의 첨단 안전 자동차인 ESF(Experimental Safety Vehicle) 2009에 쓰인 기술을 통해 차세대 에어백에 대해 알아보자.

보행자 에어백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의 보행자 에어백. 보닛 안쪽에 달려있다.
볼보가 처음으로 개발한 보행자 에어백은 탑승자뿐만 아니라 보행자도 보호한다. 원리는 일반 에어백과 같다. 보닛 상단, 앞 유리 아래 부분에 자리한 보행자 에어백은 앞 범퍼에 달린 센서가 충격을 감지하면 순간적으로 부풀어 오른다. 에어백에 부풀어 오름에 따라 보닛도 같이 들리기 때문에 딱딱한 엔진과 보닛 사이에 틈이 생겨 보행자의 머리 손상을 막는다. 몸무게가 가벼운 어린 아이처럼 몸이 쉽게 날아갈 수 있는 경우에도, 보행자 에어백은 앞 유리 및 A필러 부분을 감싸기 때문에 딱딱한 부분에 머리가 부딪히는 불상사를 막는다. 보닛 아래 자리하는 보행자 에어백은 현재 볼보 V40과 랜드로버의 신차 디스커버리 스포츠에 달려 나온다.

팽창형 안전벨트


▎포드의 팽창형 안전벨트. 안전벨트 내부에 에어백이 달려있다.
안전벨트에 달린 에어백인 ‘벨트 백’(Belt Bag)은 충돌로 인한 충격이 아닌, 충돌 후 이차적인 상해를 줄인다. 안전벨트는 가장 기본적인 안전장치이지만, 충돌 시 탑승자의 상체를 단단히 옥좨 쇄골과 갈비뼈 부분에 손상을 입히기도 한다. 안전벨트와 일체식으로 만들어진 벨트 백은 사고와 함께 팽창해 안전벨트로 인한 상해를 막는다. 안전벨트가 푹신해져서 얇은 벨트에 걸리던 큰 충격을 분산시키기 때문이다. 안전벨트 에어백은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포드 익스플로러 및 몬데오 같은 일부 차에 쓰인다. 포드는 ‘팽창형 안전벨트(Inflatable Seatbelt)’라 부르는데 어린이가 주로 앉는 뒷자리에 달린다. 강하게 옥죄는 안전벨트로부터 연약한 어린이들의 2차 상해를 줄인다.

제동 에어백


▎충돌 시 차체 앞 부분이 내려앉는 ‘노즈다이브’를 막아주고 제동거리를 줄여주는 제동 에어백.
제동 에어백은 작동방식을 상상하기 힘들다. 도대체 차체의 하부에 왜 에어백을 붙였을까? 놀랍게도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사고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기존 에어백은 강한 충격을 받았을 때 팽창해 탑승객이 받는 충격을 줄여주는 역할만 했다. 그런데 제동 에어백은 능동형 안전장치 역할을 해낸다. 평소에는 앞 차축과 언더보디 패널 사이에 납작하게 접힌 채 들어있다. 그러다 센서가 앞 차와 부딪힐 수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하면 순간적으로 부풀어 오른다. 제동 에어백은 마찰력이 강한 재질로 만든다. 부풀어 오르면 도로와 마찰을 일으켜 보조제동장치로 기능한다. 브레이크만 쓸 때보다 초당 20m의 거리를 단축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동 에어백으로 인해 충돌을 막거나, 충돌 속도를 줄일 수 있다.

장점은 더 있다. 급제동 시에는 차체의 앞부분이 심하게 숙여지는 ‘노즈-다이브’ 현상이 일어난다. 승용차가 SUV나 트럭같이 차고가 높은 자동차의 밑으로 들어가는 사고도 이 현상 때문이다. 이런 유형의 사고에서는 충격을 흡수하도록 설계된 차체의 앞부분이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탑승객이 심각한 부상을 입을 확률이 높다. 차체 밑의 제동 에어백은 차체를 약 8cm 들어올려 노즈-다이브 현상을 막는다. 덕분에 차체 앞부분이 충격 흡수 기능을 발휘한다.

PRE-SAFE Structure


▎측면 충돌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도어 안쪽에 달리는 에어백인 프리-세이프 스트럭쳐.
프리-세이프 스트럭쳐는 금속 재질 에어백이다. 금속이 부풀어 오른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메르세데스-벤츠 개발진들은 충분한 강도를 갖고 있는 금속판을 부풀리기 위해 많은 연구를 했다. 금속판을 부풀리기 위한 비결은 금속판의 구조와 강력한 가스 발생 장치에서 찾았다. 일반적으로 금속은 평면 형태일 때보다 적당한 굴곡이 있을 때 강도가 높아진다. 평면인 금속판보다 더 얇은 금속판이라도 굴곡을 주면 동일한 강도를 낼 수 있다. 금속판의 두께가 얇아지면 팽창시키기도 그만큼 쉬워진다. 팽창한 금속판이 충격을 흡수하는 원리는 에어 매트리스와 같다. 공기를 넣어 빵빵하게 팽창시킨 에어 매트리스는 얇은 비닐 재질이지만 100kg이 넘는 성인 남자도 거뜬히 지탱한다. 물론 필요 없을 때는 조그맣게 접혀 공간을 절약한다.

프리-세이프 스트럭쳐는 도어 안쪽에 들어간다. 평소에는 굴곡진 금속판 형태로 도어 안쪽에 쏙 들어가 측면 프로텍터 역할을 수행한다. 충돌을 감지하면 가스 발생장치는 10~20바의 압력으로 프리-세이프 스트럭쳐를 팽창시킨다.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금속판은 기존 강철제 측면 프로텍터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충격을 흡수한다.

PRE-SAFE Pulse


▎탑승자의 몸을 차체 중앙으로 유지함으로써 안전성을 높이는 프리-세이프 펄스.
프리-세이프 펄스는 측면 충돌로부터 탑승객을 보호하기 위한 두툼한 측면 에어백이다. 언뜻 보기엔 기존 측면 에어백과의 차이점이 없어 보인다. 조금 더 커다랗다는 점 정도가 눈에 띌 뿐이다. 그러나 일반 측면 에어백은 갖고 있지 않는 혁신적인 기능을 갖췄다. 탑승객의 신체를 자동차의 중앙으로 약 5cm 옮겨서 측면 충격을 최소화 한다. 프리-세이프 펄스의 두툼한 모양 때문에 이 측면 에어백이 부풀면 탑승자는 자동차의 안쪽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사고 순간에는 단 몇 mm의 차이로 부상 정도에 차이가 생긴다. 프리-세이프 펄스는 5cm에 이르는 공간을 만든다. 이 정도 거리면 상해를 상당부분 줄일 수 있다.

프리-세이프 펄스와 일반 측면 에어백의 또 한 가지 차이라면 에어백이 부푸는 시점이다. 프리-세이프 펄스는 일반 측면 에어백보다 조금 더 일찍 부풀어 오른다. 센서가 사고를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충돌 직전 이미 프리-세이프 펄스가 부풀어 올라 탑승객의 상체를 이동시킨다. 두툼한 프리-세이프 펄스로 두꺼워진 시트의 측면 지지대가 승객의 몸을 더 잘 지탱한다.

1296호 (2015.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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