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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LEXUS ES300h | 유럽 프리미엄 디젤 세단의 최적 대안 

하이브리드의 높은 연비와 고급 품질 

글 임유신 모빌리스타 에디터
디젤 진영을 대표하는 차가 독일산 프리미엄 세단이라면 가솔린 하이브리드에는 ES300h가 있다.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여전히 디젤이 대세지만 정작 디젤 본거지인 유럽에서는 디젤차가 환경오염 주범으로 낙인찍혀 판매가 감소하는 추세다. 더구나 미국발 폴크스바겐 디젤 엔진의 배기가스 조작 문제가 불거지면서 디젤 위기론이 솔솔 피어 오른다. 가솔린 하이브리드는 정숙성과 연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최적의 대안이다.

고집ㆍ철학ㆍ혜안ㆍ전통…. 가솔린 위주의 라인업 정책을 펼치는 미국과 일본의 주요 자동차 브랜드를 보면서 떠오르는 단어다. 디젤과 가솔린이 양분하는 내연기관 시장에서 우직하게 가솔린 위주 라인업을 고수한다. 그들이 기술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유럽 판매 모델을 보면 디젤 모델도 섞여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로 따지면 가솔린 중심이다. 국내시장을 보면 가솔린과 디젤의 대비가 뚜렷하다. 디젤 라인업을 풍성하게 갖춘 독일차는 70%가 넘는 점유율을 자랑하고, 가솔린 위주로 운용하는 미국이나 일본계는 열세다. 국산차는 양다리를 걸치기 위해 무던히 애쓰는 중이다.


국내 디젤 판매는 ‘열풍’ 수준이다. 특히 수입차는 SUV와 세단 가리지 않는다. 오히려 디젤의 본고장 유럽에서 디젤은 위기다. 디젤이 내뿜는 오염물질의 위험성이 연일 부각되면서, 극단적으로는 퇴출대상으로 거론될 정도다. 국내에는 아직 그런 움직임이 없지만 ‘이상 과열’은 그만큼 빨리 식을 수 있음을 뜻한다. 쏠림 현상이 심한 국내 자동차 구매고객의 취향을 고려한다면, 어느 순간 디젤이 외면 받을지 모른다. 그런 날이 온다면 가솔린이 다시 부흥기를 맞이한다. 어떤 차들이 대안으로 그 자리를 메울까? 답은 뻔하다. 높은 연비에 길들어진 디젤 구매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가솔린 자동차는 하이브리드 뿐이다.


렉서스 ES300h는 프리미엄 하이브리드 세단의 대표 모델이다. 중형급 크기, 세단형 차체, 높은 연비, 고급스러운 품질 등 대표 모델이 될 만한 성격과 기본기를 갖췄다. 가솔린이지만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디젤이 득세하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베스트셀링 톱10’안에 꾸준히 이름을 올린다. 프리미엄 세단 중에 하이브리드를 사고자 한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차다.

이번에 새로 나온 모델은 2012년 9월 국내에 선보인 6세대 모델의 페이스 리프트다. 스타일 변화는 크지 않다. 헤드램프와 안개등, 범퍼의 형상을 일부 바꿔 날카로운 이미지를 살렸다. 리어 램프 내부 그래픽에 변화를 줬다. ES300h는 패밀리카 성격이 강해서 온순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강조해왔다. 렉서스 전체가 커다란 스핀들 그릴을 적용해 강렬한 표정으로 바뀔 때에도 ES는 흉내만 내는데 그쳤다. 이번 페이스 리프트는 스핀들 그릴을 더욱 크고 선명하게 키워 인상이 강렬해졌다. 다른 렉서스 모델과 동질성이 더 커졌다.

눈에 띄게 개선한 뒷좌석 편의성과 거주성


▎1. 이전보다 더 고급스러워졌다. 화사함이 돋보인다. 2. 뒷좌석은 쇼퍼드리븐으로 써도 될 정도다. 3. 주행모드는 에코·노멀·스포츠로 나뉜다. 4. 하이브리드의 특징을 살린 계기판. 5. 내연기관과 모터의 절묘한 조화.
실내 구조와 레이아웃은 큰 변화가 없다. 스티어링 휠 모양이 달라졌고, 시프트 레버가 부트 타입으로 바뀌었다. 가장 큰 변화는 전체적인 분위기다. 이전보다 훨씬 고급스럽다. 고급 브랜드 모델이니 당연히 고급스러워야 하는데, 그 정도를 더 강화했다. 최고급 모델인 LS에 사용하는 시마모쿠 우드 트림과 비행기 1등석에 쓴다는 세미 애널린 가죽 시트를 비롯해 도어 스위치 패널 등에 고급 마감재를 사용해 고급화에 공을 들였다. 사실 페이스 리프트는 큰 변화를 주기 어렵다. 그런데 뭔가 손을 댔다는 느낌은 전달해야 한다. 렉서스는 그 포인트를 고급화로 잡은 듯하다.

뒷좌석 구성은 더 알차다. 공간은 매우 넓다. 앞좌석에 앉은 사람이 편하게 앉아도, 뒷좌석 무릎 공간에 주먹 두 개 이상의 여유가 있다. 머리 공간도 넉넉하다. 바닥 가운데도 거의 평평해서 더 넓게 느껴진다. 앞바퀴굴림의 장점인 공간확보가 확실하게 드러난다. 센터 암레스트에는 열선과 공조기, 오디오, 선쉐이드 조절 스위치를 모아 놓아서 더욱 짜임새 있고 알차 보인다. 동승석 시트에도 전동조절 스위치를 달아 편리하게 뒷좌석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ES는 차급이나 성격을 따지면 쇼퍼드리븐으로 타는 차는 아니지만, 뒷좌석에 앉은 사람은 여유를 느끼기 충분하다.

파워트레인은 그대로다. 2.5L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은 최고 출력 158마력, 최대토크는 21.6kgㆍm다. 여기에 전기모터가 힘을 더해 시스템 출력은 203마력으로 높아진다. 변속기는 무단 e-CVT다. 시동을 걸어도 조용하다. 엔진이 깨어나지 않은 준비 상태다. 엑셀 페달에 발을 올리니 ‘지잉~’하는 전기음을 내며 미끄러진다. 하이브리드를 자주 접해서 이제 이런 반응이 신기하지 않고 익숙하다. 가속은 매끈하다. 엑셀 페달을 깊게 밟으면 전기모터가 힘을 더해 넉넉한 파워로 밀어붙인다. 가속력은 만족스럽다. 순항 상태에서는 엔진의 역할은 줄어들고 모터가 분주해진다. 서고 달리는 동안 배터리에는 수시로 에너지가 드나들고, 엔진과 모터는 각자의 역할을 해내기에 바쁘다. 복잡한 과정이 순식간에 이뤄진다. 계기판의 에너지 흐름 그래픽을 유심히 보고 있지 않으면 그 연결을 알기 힘들 정도로 모든 과정이 매끈하게 진행된다.

주행모드는 에코ㆍ노멀ㆍ스포츠로 나뉜다. 차이는 크지 않지만 느껴질 정도로 구분은 된다. 스포츠 모드는 은근히 박력 있다. 에코 모드는 살살 달리고자 하는 의도가 전해지지만 갑갑할 정도는 아니다. 무단변속기(CVT)는 자동변속기의 패턴을 모방해 느낌이 자연스럽다. 수동변속할 때에는 자동변속기와 차이점이 좀 느껴지지만 크게 거슬리지는 않는다.

신형 ES는 하체를 제대로 손봤다. 렉서스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역동성 강화가 목적은 아니라고 한다. 전반적으로 하체 감각을 최적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승차감은 부드러운데 그 속에 탄탄한 중심이 느껴진다. 격하게 움직일 때에는 탄탄한 감각이 살아나 흐트러짐을 막는다. 스티어링은 유연하지만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해 방향을 틀 때 의도한 만큼 정직하게 움직인다. 스포츠 세단이라면 딱 기본 수준이겠지만, 패밀리 세단 기준으로는 안정성이 꽤 믿음직스럽다. 실내는 조용하다. 렉서스의 명성 그대로다. 하지만 급가속할 때 엔진소리는 좀 거칠다. 의외의 허점이다. 렉서스 이미지 변신의 핵심인 역동성을 전달하기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ES300h라면 차라리 정숙성을 더 강조하는 게 낫지 않았나 싶다.

ES300h의 최고강점은 연비다. 공인연비는 16.4km/L로 경차보다 높다. 하이브리드는 운전 방법이 따로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연비를 높이려면 엔진 가동을 최소화해야 한다. 국도에서 거칠게 달리지는 않았지만 의도적으로 가속 페달을 자주 밟았더니 연비가 1L에 13km 정도 나왔다. 같은 구간을 20여대의 차로 달렸다. 다섯 대는 공인연비보다 낮게, 두 대는 공인연비에 근접한 연비를 기록했다. 나머지 열세 대는 공인 연비보다 높은 연비를 얻었다. 공인연비보다 잘 나온 기록 중에는 1L에 20km를 넘긴 경우도 여섯 건이나 됐다. 무리하지 않고 평소 습관대로만 운전하면 공인연비를 내기는 어렵지 않아 보인다.

ES300h는 무난한 차다. 딱히 집어낼 큰 단점도 없다. 그만큼 고민 없이 편하게 탈 수 있는 차다. 페이스 리프트를 통해 더욱 고급스러워졌으니 만족도는 더 높아졌다. 6세대 ES 모델은 2012년 9월 국내에 선보였다. 3년 동안 1만1000대 가량 팔렸다. 그 중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인 ES300h가 80%를 차지한다. 프리미엄 하이브리드의 대표주자인 렉서스 라인업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이니, 수입차 시장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하이브리드라고 할 만하다. 가솔린 위주의 판매를 하고 있는 브랜드들은 디젤의 몰락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 중에서도 하이브리드에 집중한 브랜드는 이미 날카롭게 칼을 갈아 놓고, 칼집에서 칼을 꺼낼 날을 학수고대하고 있다.가솔린이 디젤을 대체한다면 그 시작은 이미 검증이 끝난 보편적인 모델부터다. 렉서스 ES300h가 그 자리를 노린다.


[모빌리스타 취재팀의 평가]

김태진_ 살짝 외관을 바꾸고 내장을 고급화한 페이스 리프트지만 ES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더 만족시킬 만큼 탁월한 상품성 개선이 이루어졌다. 내장 재질은 동급 최고다.

임유신_ 패밀리 세단의 성격에 맞게 탈 때 파워 트레인의 진가가 드러난다. 연비를 높이려면 어느 정도는 신경을 써야 한다.

신홍재_ 독일산 준중형 프리미엄 디젤 세단을 살 가격이면, 보다 크고 넓고 연비는 비슷한 ES300h를 살 수 있다.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 글 임유신 모빌리스타 에디터

1307호 (2015.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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