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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AD IMPRESSION] MERCEDES-AMG | 일상성과 극한의 조화 

고성능 모델 법칙에 충실한 AMG 스포츠카 

글 임유신 모빌리스타 에디터
일반 모델의 성능을 극한으로 키운 고성능 모델의 대표 브랜드로 메르세데스-AMG를 꼽는다. 막강한 성능을 즐기면서 일상에서 편하게 탈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 AMG 내에서 독자적인 스포츠카인 메르세데스-AMG GT S 에디션1 역시 일상성과 극한 성능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자동차 시장의 발전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틈새의 확대’다. 일반 분야가 포화상태에 이르면 사람들의 관심은 틈새로 몰린다. 그리고 틈새는 커져 주류로 변모한다. 이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군소 브랜드가 어느 순간 급성장하고, 틈새 차종이 영역을 확대한다. 최근 세력을 확장하는 분야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고성능 모델이다. 일반 모델의 성능을 키워 막강한 출력을 내는 고성능 모델이 시장의 주류로 부상한다. 성능은 스포츠카 수준인데, 스타일은 일반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은 희귀한 컨셉트로 독특한 가치를 지닌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일반 모델로는 성이 차지 않고, 스포츠카는 부담이 되는 사람들이 고성능 모델로 눈을 돌린다. 과거에는 소수의 마니아들이 주로 찾았지만, 지금은 일반인도 관심을 갖는다. 스포츠카의 짜릿한 퍼포먼스를 즐기는 동시에, 일상에서 편하게 탈 수 있어서다.

이러한 고성능 모델을 만드는 브랜드 중 하나로 메르세데스-AMG를 꼽는다. AMG의 성장세는 고성능 시장 확대 트렌드를 그대로 보여준다. AMG의 전세계 판매량은 2011년 2만대, 2012년 2만4500대, 2013년 3만2000대, 2014년 4만7600대로 커졌다. 2017년에는 6만대를 예상한다. 국내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해 AMG 판매량은 776대인데, 올해 8월까지 1062대가 팔려 연말까지 100% 넘는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AMG가 메르세데스-벤츠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 정도다. 하지만 AMG가 지니는 위상은 판매량을 뛰어 넘는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모델로 브랜드를 이끌어가는 역할이다. 메르세데스-벤츠도 AMG의 성장을 위해 라인업 확장과 신기술 개발, 성능 향상에 공을 들인다. 지난해부터 국내에서도 AMG 관련 마케팅이 활발하다.



▎서킷이야말로 AMG의 본질을 가장 잘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지난 8월에는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AMG 서킷 데이’가 열렸다. 고객들과 미디어, SNS 이벤트 당첨자 등 1000여명을 대상으로 12일에 걸쳐 행사를 진행했다. 1년에 수 백대 팔리는 차를 두고 벌이는 이벤트치고는 꽤 큰 규모다. 그만큼 AMG를 그룹 내에서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번 행사에는 국내에서 팔리는 10여 종이 넘는 AMG 전 모델이 선보였다. 대부분 직접 운전해 볼 수 있었다. 가장 관심을 끈 차종은 최신 모델인 2인승 스포츠 쿠페 ‘메르세데스-AMG GT S 에디션 1’(이하 GT S)과 조만간 선보일 메르세데스-AMG C 63(이하 C 63)이었다. 이 두 모델만 따로 묶은 서킷 주행 프로그램이 열려 따끈따끈한 신모델을 타봤다.


GT S는 AMG 라인업에서 유일한 독자 모델이다. 일반 모델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다. 과거 SLR과 SLS의 뒤를 잇는다. 4.0L V8 바이터보 엔진의 최고출력은 510마력, 최대토크는 66.3kgㆍm로 1750rpm에서 4750rpm까지 골고루 뿜어져 나온다. 변속기는 ‘AMG 스피드시프트’라 부르는 7단 자동 듀얼 클러치 방식이다. 0→시속 100km 가속은 3.8초에 끝내고 최고속도는 시속 310km에 이른다.

성능만큼이나 주목을 끄는 부분은 스타일이다. 길이는 4.56m로 아주 긴 편은 아니지만 비율이 기가 막히다. 전통적인 클래식 스포츠카를 연상케 한다. 앞이 길고 뒤는 짧은 ‘롱노즈-숏데크’ 비율을 절묘하게 살린다. 보닛 부분이 전체 길이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데다가 폭은 넓고 높이는 낮다. 바닥에 달라붙은 듯한 역동적이고 안정적인 자세를 취한다. 앞모습에는 요즘 메르세데스-벤츠가 일관성 있게 추구하는 디자인 정체성을 살려, 친근하면서도 개성이 넘친다.

실내는 고풍스러우면서 세련되게 표현했다. 센터페시아 상단에 위치한 네 개의 송풍구가 인상적이다. 센터터널 양 옆에는 동그란 8개의 스위치를 배치하고 그 사이에 기어 레버와 터치패드를 집어 넣었다. 동그란 스위치는 AMG 다이내믹 셀렉트, 시동 버튼, ESP®, 댐핑 컨트롤, 볼륨, M모드, 엔진 스타트ㆍ스탑, 배기 사운드 시스템으로 대부분 퍼포먼스에 관련된 것들이다. 역동성과 운전의 재미를 추구하는 차라는 사실을 먼저 눈으로 확인시켜준다. 시트는 단단하지만 몸에 맞춘 듯 잘 감싸 편안하다. 시트 포지션이 낮아 운전석에 앉으니 도로와 하나가 된 기분이다.

AMG다운 맹렬한 가속과 격렬한 사운드



▎달리고, 서고, 돌리는 단순한 동작이 이렇게 짜릿할 줄이야!
시동 버튼을 누르면 용트림하듯 굵고 격렬한 사운드로 V8이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용트림은 잦아들어도 공회전 때 숨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독일에서 온 인스트럭터의 인솔에 따라 서킷에 올랐다. 첫 랩부터 속도를 낼 수는 없는 법. AMG 라이드 모드를 컴포트에 맞추고 탐색 시간을 가졌다. 스포츠카의 컴포트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단단한 하체의 기운이 전해진다.

안락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불편하지도 않다. 이 정도면 일반도로에서도 오랜 시간 무리 없이 탈 수 있겠다. ‘에브리데이 스포츠카’ 컨셉트가 확실하게 드러난다. 탐색이 끝나고 스포츠 플러스에 맞췄다. 스포츠카의 본성이 살아난다. 스티어링과 서스페션 등 느슨했던 신체의 각 부위가 긴장하며 옥죄듯 탄탄하고 예민해진다. 배기음은 한층 커진다. 비가 내린 후 노면이 살짝 젖은 상태라 속도를 내기가 조심스럽다. 달리면 달릴수록 GT S의 접지력에 대한 신뢰가 커지면서 가속 페달을 밟는 오른발이 과감해진다. 발끝에 살짝 힘을 줘도 움찔거리며 튀어나간다. 가속 페달을 바닥까지 밀어붙이면 거친 배기음을 토해내며 맹렬한 기세로 돌진한다. 혼을 빼놓는 듯한 속도감과 자극적이고 거칠지만 잘 조율한 배기음이 어우러져 쾌감을 극대화한다.

GT S는 프런트 미드십 구성으로 앞뒤 무게배분은 47:53다. 뒷바퀴굴림에 디퍼렌셜락을 도입해 안정성을 키웠다. 코너에서 가속 페달을 힘주어 밟아야만 슬쩍 꽁무니를 튼다. 뒷바퀴굴림의 특성을 맛배기로 보여준다. 극도의 안정성으로 운전자의 실력 한계치를 높인다. 원초적 스릴을 경험하고 싶다면 레이스 모드를 택하면 된다. 아쉽게도 서킷 데이 주행에서는 안전상의 이유로 레이스 모드는 활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스포츠 플러스만으로도 황홀한 역동성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GT S보다 더 기대가 컸던 차는 C 63이다. 메르세데스-AMG 모델 중에서 ‘가장 AMG답다’는 차이기 때문에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이번 행사에 등장한 차는 성능이 한 계단 높은 C 63 S 에디션 1이다. 4.0L 바이터보 V8은 최고출력 510마력, 최대토크 71.4kgㆍm로 제원상 힘은 GT S보다 강하다. 시속 100km 가속을 4.0초에 끊는다. 이전에 쓰던 6.2L V8 대신 다운사이징을 통해 배기량을 대폭 줄였다. 변속기는 7단 MCT다.

디자인은 C-클래스를 베이스로 만들었기 때문에 안팎으로 익숙하다. C-클래스와 큰 차이가 없지만 보닛에 주름을 세운 파워돔이나 AMG 특유의 그릴과 범퍼는 한눈에 AMG 모델임을 알 수 있게 한다.

탔을 때 느낌은 C-클래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납작한 스포츠카를 탈 때와는 달리 세단의 편안함이 그대로 전해진다. 고성능 모델의 특징인 일상성이 두드러진다. 시동을 켜고 달리기 시작하면 본성을 드러낸다. 컴포트 모드는 발톱을 숨긴 맹수 모드다. 잘만 다루면 맹수라도 친하게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은 친근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주행모드를 스포츠나 스포츠 플러스로 돌리면 난폭한 맹수로 돌변한다. 사냥감을 향해 돌진하는 맹수처럼 빠르고 격렬하게 속도를 높인다. 한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움직임으로 예리하고 정교하게 방향을 튼다. 포효하는 사운드는 기본이다.

서킷 데이에는 여러 종류의 AMG 모델이 선보였다. 놀랍게도 각차마다 성격이 다 다르다. 고성능이라고 다 같은 고성능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C 63은 ‘최적의 균형’이다. 크기ㆍ성능ㆍ승차감ㆍ사운드ㆍ핸들링 등 모든 분야에서 어디 하나 거스르는 부분 없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AMG는 이런 차다’라는 정의를 보여주기 위해 만든 차 같다. 가장 짜릿하고 재미있다.

GT S와 C 63 S는 AMG 안에서는 극과 극인 모델이다. GT S는 독자 모델로 고유한 개성을 강조한다면, C 63 S는 고성능 모델의 기초 공식에 가장 충실하다.


▎GT S와 C 63 S. 따끈한 신차들의 모임.
[모빌리스타 취재팀의 평가]

김태진_ 메르세데스-AMG가 작정하고 포르셰 911과 필적할 차를 내놓았다. 맞대결이 흥미진진하다. 독자 모델인 GT S의 평가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임유신_ 성능은 막강하지만 일상에서도 편하게 탈 수 있다. 외형과 출력은 스포츠카 그대로지만 성격은 고성능 모델을 따른다. AMG의 특성이 잘 스며들었다.

신홍재_ 전작인 SLR이나 SLS에 비해서 하드코어적인 특성이 덜하다. 대중성에 초점을 맞췄다. 희귀하고 접근하기 힘든 차라는 신비한 느낌이 줄어들었다.

1307호 (2015.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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