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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통로 좁아지는 캐나다] 퀘벡주 투자이민이 탈출구 

비(非)퀘벡 캐나다 투자이민은 사실상 사라져 … 일반이민은 어학능력·일자리 있어야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는 이민이 가장 활성화된 도시 중 하나다. 깨끗한 환경과 현대식 건물이 잘 어우러져 있고 온타리오 호수가 있어 여유로운 삶을 즐길 수 있다.(사진:캐나다 관광청 제공)
캐나다는 이민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국가 중 하나다. 아름답고 깨끗한 자연환경과 영어권 국가라는 장점이 있다. 기본 교육과 의료 복지 시스템이 잘 갖춰서 생활이 편한 국가이기도 하다. 캐나다에서 이민이 가장 활성화된 도시인 토론토와 벤쿠버의 경우엔 한인 커뮤니티가 잘 갖춰서 있어 낯선 곳에서 적응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캐나다에 대한 환상이 많이 사라졌다. 안락하고 여유 있는 생활을 꿈꾸며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가 실패한 사람이 늘면서다. 이런 분위기는 이미 10년 전부터 감지됐다. 도화선이 된 것은 2000년대 초반에 등장한 한 권의 책이다. 구필회씨가 캐나다 이민 경험을 바탕으로 쓴 [캐나다 이민 절대 오지마라]다. 책의 결론은 이렇다. ‘많은 사람의 기대나 이미지와 달리 캐나다는 이민자가 살기 힘든 나라다. 기본 교육이 무료인 것은 맞지만 성공하려면 사교육에 적지 않은 투자를 해야 하고, 병원비가 무료인 것은 맞지만 한 번 치료를 받으려면 며칠을 대기해야 하는 상황도 있다. 산업이 발달하지 않아서 일자리가 많지 않고 전반적으로 가난한 사람이 많다. 겉으로는 이민자들에게 우호적인 듯 보여도 보이지 않는 차별이 사회에 만연하다.’

유토피아는 아니라도 한국보단 좋다?

당시 이 책은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꼭 이 책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이 시기부터 캐나다로의 이민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저자의 이런 주장에 캐나다에 정착해 살고 있는 이민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토론토에서 9년째 살고 있는 김영순(36·여)씨는 “비교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어디를 가든 경쟁이 있고 힘들게 돈을 벌어야 살 수 있다. 엄청난 유토피아를 꿈꿨다면 분명히 캐나다는 그런 나라가 아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살 때와 비교하면 훨씬 더 여유 있고 행복한 삶을 산다고 생각한다.” 벤쿠버에 사는 윤진현(43)씨는 캐나다에서의 삶에 만족하고 있다. “최근 들어 한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사교육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적으로 부모와 아이의 선택에 달렸다. 한국처럼 모두가 다하니 불안해 억지로 시키는 분위기는 아니다. 의료서비스 수준이 낮다는 생각도 들지만 돈 없어서 치료 못 받는 일이 없으니 다행스러운 일 아닌가?”

다른 의견도 있다. 2년 전 토론토로 어학연수를 다녀온 이윤나(27·여)씨는 “캐나다는 기대했던 것과는 너무나 달랐다”고 말했다. 어학연수 후 현지 대학에 진학해 정착할 계획이 있었지만, 10개월간의 어학코스만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복잡한 도로와 지하철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출퇴근 풍경은 한국에서 생활하는 것과 큰 차이를 못 느꼈다”고 말했다. 캐나다 원주민 사이에서는 ‘캐나다는 원래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이었는데 흑인과 동양인 이민자가 유입되면서 여유가 사라지고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에 대한 불만이 보이지 않는 차별로 연결되는 경우가 있다고 이씨는 말한다. 일자리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중국·동남아시아·중남미의 이민자 등 최저임금 이하를 받고도 일을 하겠다는 사람이 많다. 유학생과 어학연수생처럼 워킹 비자가 없는 학생까지 불법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기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약 15억원 있어야 퀘벡주 투자이민 가능

캐나다가 이민 가기에 좋은 나라인지, 아닌지 고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수도 있다. 최근 들어 캐나다의 이민법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간단한(?) 이민 방법 중 하나인 ‘투자이민’의 길이 사실상 막혔다. 많은 중국인이 돈으로 영주권을 사려고 들면서 이 제도를 아예 없애버린 것이다. 다만, 캐나다 퀘벡주에서는 독립적으로 투자이민법을 따로 운영하고 있어 아직 투자이민을 받는다. 퀘백 주정부에 5년간 투자금을 예치하면 영주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크게 오른 비용이 부담스럽다. 160만 캐나다 달러(약 15억원)의 순자산을 증빙해야 하고, 80만 캐나다 달러(약 7억원)를 투자비용으로 퀘백 정부에 예치해야 한다. 예치금 80만 달러는 대출을 받을 수도 있는데 이 때는 5년분 대출 이자(약 2억원)를 선납해야 한다. 과거 5년 중 2년 이상 직장에서 관리자로 활동한 경력도 있어야 한다. 힘들게 투자이민에 성공해도 퀘백이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지역이라는 점은 매력을 떨어뜨린다. 일부 중국인들은 이 제도를 악용해 퀘백에서 영주권을 받은 후 벤쿠버나 토론토로 이주하기도 한다.

투자이민을 제외하면 전문인력이민, 전문기술인력이민, 캐나다 경력이민 프로그램을 통해야 한다. 그런데 이 요건도 최근 들어 더 까다로워졌다. 올해부터 이민 프로그램에 지원하기 전에 ‘익스프레스 엔트리(Express Entry)’라는 시스템을 통과해야 한다. 캐나다 내 경력 유무, 나이와 학벌, 영어 실력에 점수(1200점 만점)를 매겨 이를 통과해야만 이민을 시도할 수 있다. 시행 초반인 1~3월에는 800점 이상만 통과할 수 있었다. 캐나다에서 취업 제안을 받은 사람이나 주정부가 지명한 사람에 대한 점수 배점이 600점이다. 사실상 취업이 되지 않은 경우에는 이민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최근 들어서는 통과점수가 600점 이하로 떨어지긴 했다. 그래도 나머지 항목에서 거의 만점을 받아야 한다는 부담이 여전히 있다.

- 박성민 기자 park.sungmin1@joins.com

[박스기사] 캐나다의 새 이민 프로그램 - ‘익스프레스 엔트리(Express Entry)’

개요 : 이민 의향서를 제출한 사람의 점수(1200점 만점)를 매겨 선발된 사람만 이민 신청 가능(2015년 1월 1일부터 시행)

진행 과정 : 온라인으로 이민 의향서 제출하고 12개월 안에 통과되지 않으면 의향서 재작성

취업 제안과 주정부 지정 여부 : 취업 제안을 받았거나 주정부가 지명한 자 최고 600점

캐나다 취업 경력 : 5년 이상인 경우 최고 80점

연령 20~29세면 최고 105점, 45세 이상 0점

학위 박사학위 소지자 최고 150점, 고졸 미만 0점

언어 캐나다 언어능력 레벨 10 이상이면 최고 34점, 레벨 4 이하 0점

1299호 (2015.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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