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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불모지에서 관심 커진 동유럽] ‘장기 비자 →영주권’ 취득 비교적 수월 

국내 기업 진출 늘면서 현지어 유창한 한국인 수요 증가 


체코·헝가리 등 동유럽은 이민 대상 국가로는 아직 낯선 편이다. 이민 역사가 짧아 현재 동유럽 국가에 거주하는 한국인은 미국·캐나다·호주와 달리 이민 1세대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동유럽 이민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내 기업이 유럽 진출의 교두보로 이 지역에 진출하면서 교류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민 컨설턴트 오케이유니언코리아 정동혁 대표는 “불과 몇 년 전까지 이민 불모지였던 점을 감안하면 국내에 소개되고 관심이 생기는 것 자체가 큰 변화”라고 말했다.

동유럽 이민의 절차는 다른 유럽 국가와 비슷하다. 미국·캐나다·호주 같은 영주권 방식이 아니라 노동자·사업자 등록을 하고 일정 기간 후 비자를 갱신해 5년 이상의 체류자격을 부여하는 조건부 영주권 제도다. 현지에 회사를 차리거나, 현지 기업에 취업해 90일 이상 1년 이하 기간 동안 체류할 수 있는 ‘장기 비자’를 받는다. 이 비자를 매년 갱신해가면서 5년 이상의 거주기록을 쌓고 세금을 내면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 이민자가 몰려드는 독일·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에 비해 불법 체류자가 적은 동유럽에서는 장기 비자나 영주권 취득이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

투자이민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헝가리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투자이민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25만 유로(약 3억원)의 헝가리 국채를 사고 5만 유로(약 5800만원)의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 영주권을 받을 수 있다. 영주권이 있으면 학비가 장기 비자 소지자의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 이런 점에 주목해 자신이나 자녀 교육 목적으로 투자이민을 준비하는 사람도 많다. 정 대표는 “특히 동유럽이나 독일 소재 의약계열 진학을 목적으로 이 제도에 대해 문의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동유럽 이민은 주로 다른 유럽 국가로 가기 위한 교두보로 활용되곤 한다. 이곳의 거주권으로 솅겐조약에 가입한 다른 유럽 국가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기 때문에, 동유럽에서 영주권을 받아 경제적으로 윤택한 독일이나 복지 시스템이 잘 갖춰진 북유럽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다만, 피부로 느끼는 정서적 측면은 무시할 수 없다. [그 남자는 왜 동유럽의 살고 있을까]의 저자 최동섭씨는 “서유럽 사람들은 관광지에서는 친절한데 일상생활에서는 외지인이라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 동양인 이민자들이 상처받기도 한다”며 “상대적으로 동유럽은 한국인에게 우호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한국인 이민자가 3D 업종 위주로 정착했던 서유럽과 달리, 동유럽의 한국인은 현지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의 관리직이나 투자자 등 고급 인력이 많아서다.

동유럽 한국인의 80%가량은 현지 진출 한국 기업과 여기서 파생된 협력업체·물류창고 등에 취업해 활동하고 있다. 업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생산·관리직이다. 현지어를 구사할 수 있으면 유리하지만, 영어만 구사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게 현지 사람들의 설명이다. 코트라 프라하 무역관 최용안 대리는 “동유럽에 진출하는 기업이 한국인 인력을 필요로 하지만 아직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며 “특히 올해 구인을 문의하는 기업이 늘었다”고 말했다. 현지어가 유창하면 한국 기업과 현지 기업에서 쉽게 직장을 구할 수 있는데, 아직 수는 많지 않다.

현지 기업과 국내 기업과의 사업 컨설팅, 법률 서비스, 언어 교육 등과 같은 서비스 분야의 전망도 좋다. 한국인 관광객 상대의 여행사와 관광 관련 상점도 늘고 있다. 여행사를 차려 사업자로 등록해 비자를 받거나, 기존 여행사에 취업해서 비자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단기 여행비자의 기간 연장만 하는 편법을 쓰는 곳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동유럽의 대졸 초임 월 100만~150만원 수준이다. 주거 비용을 포함한 1인 월 생활비는 40만~50만원 정도다.

- 함승민 기자 ham.seungmin@joins.com

1299호 (2015.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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