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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장하는 무선 충전 시장] 휴대전화 → 자동차·가전으로 확산 

무선 충전기 세계 출하량 2024년 20억대 예상 … 배터리 기술 발전 속도는 더뎌 

외근 중인 김민수(가명)씨는 스마트폰 배터리 잔량이 얼마 남지 않아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배터리 충전을 위해 그는 지나가던 카페에 들어갔다. 카페 테이블에 스마트폰을 올려두고 커피를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충전 케이블이 없어도 휴대폰 충전이 가능하다. 스마트폰을 올려두기만 하면 충전이 되는 ‘무선 충전기’를 장착한 테이블 덕분이다. 테이블에 올려 놓았던 스마트폰 배터리는 충전이 됐다.

전기차 2017년부터 무선 충전 가능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스마트폰 갤럭시S6를 충전패드에 올려놓으면 충전이 되는 무선 충전기를 선보였다. / 사진:뉴시스
무선 충전 기술이 상용화되면서 흔히 볼 수 있을 모습이다. 각종 전자기기를 전기선 없이 충전하는 무선 충전 시대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무선 충전은 전자기기를 충전패드나 거치대 등 전력을 공급하는 송신부에 올려놓으면 배터리가 충전되는 기술이다.

무선 충전에 불을 지핀 것은 지난 4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갤럭시S6의 무선 충전기를 선보이면서다. 갤럭시S6에는 무선 충전을 위한 내부 회로가 내장돼 있어 충전 패드가 있는 곳에 올려 놓으면 언제 어디서나 충전할 수 있다. 무선 충전기를 이용하면 2시간 만에 충전할 수 있다. LG전자도 최신 스마트폰 ‘G4’에 무선 충전 기능을 탑재했고, 세계 최소형 무선 충전기를 출시했다. 곽찬 신영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크기나 디자인 때문에 배터리 용량을 무한정 늘리긴 어려운데 무선 충전기가 스마트폰 사용의 편리성을 더욱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IHS에 따르면 글로벌 무선 충전기 출하량은 지난해 5000만대에서 올해 1억2000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2024년 20억대로 10년 만에 40배 수준의 성장이 예상된다. 금액 기준으로는 올해 2조원, 2024년 18조원으로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김영각 현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에 이어 애플·샤오미·소니 등도 향후 무선 충전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예상했다. IT업계에서도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곽찬 연구원은 “무선 충전은 스마트폰·가전·자동차 등 향후 무선 충전이 적용 가능한 분야에서 핵심 트렌드로 부각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가파른 성장이 기대되는 이유는 스마트폰은 물론 노트북·태블릿 등 휴대용 정보기술(IT) 기기가 늘면서 언제, 어디서나 간단하게 충전하는 방식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스마트폰으로 게임이나 동영상 같은 콘텐트를 즐기는 사람이 늘면서 배터리 소모량 역시 증가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PC 등 모바일 기기의 성능은 계속 진화하고 있지만 배터리의 발전 속도는 더딘 편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를 보면 배터리 용량은 2010년 1500㎃h(전류의 강도를 나타내는 단위)에서 2012년 2100㎃h로 약 40%, 아이폰은 같은 기간 동안 20㎃h 늘어나는 데 그쳤다.

무선 충전 기술은 이미 1890년대에 소개됐다. 크로아티아 출신 천재 물리학자 니콜라 테슬라가 이론을 정립하면서다. 그러나 전송 과정에서의 전력 손실이 워낙 커서 이 기술이 상용화되지 못했다. 실제 제품에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다. 네덜란드 전자기기 업체인 필립스가 무선 충전 방식의 전동칫솔 등을 내놓으면서다.

스마트폰의 무선 충전 기술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2012년부터다. LG전자가 ‘옵티머스G’를 내놓으면서 무선 충전 기술을 소개했다. 삼성전자도 ‘갤럭시S3’를 기점으로 자기 유도 코일을 품은 별도 케이스를 통해 무선 충전을 선택 기능으로 넣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배터리 시장 세계 점유율 1, 2위인 삼성SDI와 LG화학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2012년에 출시된 무선 충전기는 실용성이 떨어지고, 충전 효율성도 기대에 못 미쳐 ‘반쪽’짜리 기술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진화한 갤럭시S6의 무선 충전기가 나오면서 국내외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충전이 되는 원리는 이렇다. 무선 충전 기술에는 ‘자기유도’ 방식과 ‘자기공진’ 방식이 있다. 자기유도 방식은 예컨대 갤럭시S6를 충전 패드 위에 올려놓으면 패드에서 뻗어 나온 자기장이 그 위에 얹혀 있는 스마트폰 내 코일을 통과하면서 전류가 발생한다. 이때 발생된 전류를 통해 스마트폰 배터리를 충전하게 된다. 자기유도 방식은 전력 손실률이 낮다는 장점이 있지만, 충전 접점이 수 ㎝만 떨어져도 충전이 되지 않는 단점이 있다. 자기공진 방식은 원거리에서 여러 기기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어 더욱 진일보한 기술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현재까지 무선 충전 기술은 대부분 자기유도 방식이다. 갤럭시S6 무선 충전기는 기존의 무선 충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충전할 수 있는 고속 무선 충전이 가능해졌다.

반쪽짜리 기술 오명에서 유망 기술로


무선 충전기 판매도 늘고 있다. 가격비교사이트 에누리닷컴에 따르면 지난 3월 전체 충전기 시장 내 무선 충전기 판매 비중은 5.9%에 그쳤다. 그러나 올 4월 갤럭시S6와 S6엣지의 무선 충전기가 출시되면서 7월 판매 비중은 15.5%로 급증했다. 잦은 배터리 충전에 대한 번거로움이 무선 충전기 덕에 해결되면서 무선 충전기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매출 비중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무선 충전의 편리성이 커지면서 IT관련 제조사들뿐만 아니라, 비(非) IT업계로도 확대되고 있다. 미국의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2013년부터 일부 매장의 테이블에 무선 충전기를 내장해 고객들이 음료를 마시는 동안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게 서비스하고 있다. 올해부터 미국 8000개 매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세계적인 가구 업체인 이케아도 올해 무선 충전 장치를 내장한 탁상 조명과 테이블 등 다양한 무선 충전기 내장 가구를 선보였다. 티테이블과 거실장에는 스마트폰을 얹어놓기만 하면 충전이 되는 무선 충전 장치를 추가했다. 미국의 반도체 회사인 인텔은 힐튼호텔, 메리어트 호텔, 재규어, 랜드로버,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등과 무선 충전 분야와 관련해 협업 중이다.

자동차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7월 출시된 기아차의 신형 K5에도 국산차 최초로 무선 충전 기능이 장착됐다. 운전석 옆에 놓인 무선 충전 패드에 스마트폰을 올려놓으면 자동으로 충전된다.

무선 충전 기술은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각광받는 전기차에도 도입될 전망이다. 배터리 충전에 필요한 거추장스러운 전기선을 대체하기 위해서다. 현재 전기 자동차는 일일이 충전소를 찾아가 케이블을 연결해야 하고 충전 시간도 4~5시간 이상이나 걸린다.

현재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물론 현대·기아차, 벤츠, GM 등 자동차 제조 업체들은 무선 전기차 충전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현대·기아차 아메리카 기술센터(HATCI)는 미국 에너지부(DOE)에서 연 420만 달러 규모의 지원을 받아 무선 충전 업체인 모조 모빌리티와 함께 다양한 방식의 무선 전기차 충전 방식을 시험 중이다. 영국은 고속도로와 주요 간선도로에 무선 충전 기술 도입할 예정이다. 도로 위나 지표면 아래에 충전판을 설치해 놓고 차량이 서서히 움직이는 동안 전기차 배터리가 충전되도록 하는 것이다.

국내의 경우 구미시에서 지난해 3월부터 일부 구간에 무선 충전 전기버스 2대를 운행하고 있다. 무선 충전 전기 버스가 도로에 매설된 충전시설에 진입하면 무선으로 자기력을 공급받고 이를 전기로 바뀌어 충전되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터지 애널리틱스(SA)는 전기차에 무선 충전 기술이 2017년부터 도입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오는 2017년부터 2028년까지 총 790만대에 달하는 차량에 보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무선 충전 시장 수요 확대로 무선 충전 기술에 대한 투자도 늘고 있다. 지난해 11월 세계 최고 투자자로 불리는 워런 버핏 회장은 미국의 가정용품 제조 업체인 프록터앤드갬블(P&G)의 듀라셀 배터리사업부를 버크셔 해서웨이가 보유한 P&G 주식 47억 달러어치와 맞교환했다. 삼성전자는 자기공진 방식을 채택한 무선 충전 제품을 개발 중이다.

무선 충전 시장 확대에 따라 관련 기업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LG이노텍·LS산전·한솔테크닉스·켐트로닉스·아모텍·동양이엔피·이랜텍·알에프텍·크로바하이텍 등의 수혜가 예상된다. 특히 무선 충전 모듈 업체 국내 1위 기업인 아모텍은 시장이 커지면서 가장 큰 수혜주로 꼽힌다. 아모텍은 올해 삼성전자가 출시한 스마트폰 갤럭시S6에 사용된 무선 충전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아모텍 주가는 올 들어 9월 8일까지 21% 올랐다.

LG이노텍·아모텍 등 수혜주로


삼성전자에 무선 충전기를 공급해온 1차 협력 업체인 알에프텍도 수혜주로 꼽힌다. 알에스텍은 무선 충전의 전 프로세스 설계에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곽찬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유선 충전기 물량 감소로 수익성이 둔화됐지만 올해는 무선 충전 모듈 생산으로 외형이 증가세로 전환해 이익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알에프텍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066억원과 5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들의 예상하는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5288억원과 90억원이다.

이들 기업들은 중장기적으로 제품 다양화, 구매 가격 하락이 수반될 경우 수요가 더욱 빨리 늘어 매출이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조사업체 파이크 리서치는 우선 무선 충전 적용 범위가 모바일 디바이스를 중심으로 성장하다 백색가전과 전기차에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5년 이후 급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ins.com

1303호 (2015.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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