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규제만 강화한 재벌개혁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KAIST 청년창업투자지주 대표
얼마 전 롯데그룹이 경영권 분쟁으로 화제로 올랐을 때 재벌개혁이 이슈였다. 사실 재벌개혁은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나왔던 단골 메뉴다. 기득권에 대한 불만, 사회가 가진 불합리성을 해소할 대상이었다. 더 투명하고 경쟁력 있는 조직을 위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재벌개혁을 앞세워 추진해온 규제의 실효성이다. 개혁이 필요한 마당에 경영인의 발목을 잡는 규제만 늘고 있다. 한 예로 연봉 5억원을 넘는 상장기업 등 기임원의 보수 공개를 보자. 결국 많은 대기업 오너는 비등기임원으로 전환했거나 아예 임원직에서 물러났다. 순환출자 규제도 있다. 높은 상속세와 순환출자 규제를 피해 많은 기업이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그리고 사주가 소유한 비상장기업의 가치를 올려서 상장기업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지배 방식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에서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기는 어렵다. 결국 기업 지배구조는 더욱 비공식화하며 책임경영에서 멀어졌다. 규제 탓에 후진적 경영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야당과 일부 진보단체는 이른바 재벌개혁이 노동개혁의 대안이라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이를 위해 대기업 사내유보금 환수를 이야기 한다. 30대 재벌 사내유보금 710조원을 환수해서 청년실업, 비정규직, 영세자영업자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만들어낸 자금이니 다시 노동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한다. 최근 야당 대표는 노동시장 개혁 토론회에서 “710조원의 어마어마한 기업 사내유보금을 풀어 청년고용에 투자해야 하며,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나눠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재벌의 초과이윤 환수가 노동개혁의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자유시장 경제 자체를 부정하는 말이다. 기업은 사유재산이다. 그리고 시장경제에선 이른바 ‘초과이윤’이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율은 10%~20%대인 반면 애플은 60%가 넘는 영업이익율을 올리고 있다. 같은 잣대를 들이대면 애플은 노동자를 갈취하는 사기꾼 집단이 된다. 이익이 모두 노동자에게 속한다면 자본과 경영의 역할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논리와 주장 모두 산업혁명 초기의 공산주의 사상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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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6호 (2015.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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