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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살까 빌릴까] 당신은 ‘내 집 프리미엄’에 몇 점을? 

내 집 마련 비용, 집값의 약 2% … 집값 상승률도 중요 변수 


투자 목적이 아닌 실제 거주 목적의 주택을 구할 때 구매와 렌털 사이의 고민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볼 수 있다. 박필기씨는 신혼집을 구하고 있다. 대출을 포함한 예산은 3억원이다. 그럼 ①이 돈으로 3억원짜리 A아파트를 사야 할까, 아니면 같은 돈으로 더 비싸고 좋은 B아파트에 전세로 들어가야 할까. 살짝 다른 방향의 고민도 가능하다. ②부부는 직장과의 거리나 주변 환경, 준공 시점 등을 고려했을 때 시세 3억원의 C아파트가 마음에 든다. 그럼 이 아파트를 구매하는 게 좋을까, 조금 싸게 전세로 들어가는 게 좋을까.

두 경우 모두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건 주택 가격 상승률, 즉 앞으로 집값이 오를 것인지 여부다. 주택은 엄연한 ‘중고 제품’임에도 처음 산 가격보다 비싸게 되팔 수 있어서 이득을 볼 수도 있다. 반면 전세나 월세라면 집값이 떨어졌을 때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지만 집값이 오를 경우 구매했다면 얻었을 이득이 ‘기회비용’이 된다.

‘중고 제품’인데도 비싸게 되팔 수 있어


물론, 집값 상승률은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 중 하나다.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으로 움직이긴 하지만 정책, 심리, 인구구조, 경기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다. 때문에 전문가들의 전망도 엇갈린다. 예측하기 어렵다고 소비자가 나몰라라 할 수는 없다. 부동산 관련 정보에 관심을 가지고 최소한 거래하려는 주택의 형태(아파트인지 빌라인지)나 입지, 대형 평수인지 중·소형 평수인지, 대단지인지 소규모 단지인지를 종합적으로 살펴 집값을 예상하고 이에 따라 매입·임차를 결정해야 한다.

만약 집값이 오르거나 떨어지는 것에 따른 손익이 없다면, 집을 사거나 빌리는 데 드는 순수한 경제적 비용은 얼마나 차이가 날까. 중요한 문제다. 실제로 앞에서 단순화한 대출 여부, 금리 등의 요소가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집값이 크게 움직이지 않을 땐 경우에 따라 이것이 주택 가격 상승·하락분을 상쇄하기도 한다. 보통 집을 매입하는 경우 더 많은 비용이 들게 되는데, 이게 얼마인가에 따라서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먼저 생각해볼 건 이자비용이다. 일반적으로 집을 산다고 했을 때 100% 자기 돈만 가지고 사는 사람은 드물다. 대개는 집값의 일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는 대출을 활용한다. 결국 이자라는 비용을 수반하고, 그 규모가 만만치 않다. ②번 사례를 보자. 사려는 아파트의 매매가가 3억원, 전세가는 2억원이다. 1억5000만원을 모아뒀고 나머지는 대출을 받아야 한다. 구매를 결정했다면 1억5000만원, 전세는 5000만원이 대출금이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매입)과 전세대출(임차)의 금리 차는 크지 않다. 둘 모두 연 4%라고 가정한다면, 매입 때 이자비용은 연 600만원, 전세 이자비용은 연 200만원이다. 대출 규모가 클수록 이자비용이 커지기 때문에 보통 전세보다 매입 때 이자비용이 많이 든다.

비싼 아파트라 대출 받아야 할 돈이 많다고 그만큼 전세가 유리해지는 건 아니다. 금리가 같다고 가정하면 대출 규모가 커진다고 해도 이자비용 격차가 늘어나진 않는다. 앞의 사례에서 가진 돈이 1억원이라 2억원(전세대출 때 1억원)을 빌리든, 3억원(전세대출 때 2억원) 전부를 빌리든 매입과 전·월세의 이자비용 차이는 400만원으로 같다는 얘기다. 결국 이자비용 차이를 좌우하는 것은 얼마짜리 집인지가 아니라 전세의 가격 차다. 단, 금리가 높을수록 이자비용 차이는 커진다. 대출상품이 변동금리인데 만약 앞으로 금리가 인상되면 전세보다 주택담보대출의 이자 증가 폭이 더 커진다.

‘또 이사…’ 불안감도 비용

부동산 중개보수와 취득세, 재산세 등도 고려 대상이다. 부동산 중개보수는 각 시·도 조례에 따라 정해지고 매매와 전세의 요율이 다르지만, 크게 차이 나진 않는다. 단, 집을 살 때는 빌릴 땐 없는 취득세와 인지세, 담보 설정에 따른 국민주택채권 매입·할인 비용 등이 발생한다. 취득세는 주택에 따라 1~3.5%가 과세된다. 인지세는 대출액 1억원 이상의 경우 13만~15만원이다. 이 중 50%는 은행이, 나머지 절반은 대출자가 부담해야 한다. 국민주택채권 매입·할인 비용은 모두 대출자 부담이다. 또 법무사에게 등기신청을 위임했을 땐 별도로 30만~50만원 정도의 수수료가 든다. 이처럼 주택을 매입하면서 드는 비용은 부가적인 비용을 계산해보면 6억원 이하 주택의 경우 대략 집값의 2%, 6억원 이상은 3~4% 정도가 된다. 또 매년 집값의 0.1~0.4%의 재산세를 내야 한다.

집을 사기 위해 전세보다 더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다소 거칠지만 간단하게 정리해보면 ‘거주 기간 동안의 이자 차이+집값의 2%(또는 3%)’라고 할 수 있다. ②번 사례에 대입해보자. 4년간 살 집을 구한다고 가정했을 때 매년 이자비용의 차이는 1600만원(400만 원×4년)이고, 부대비용으로 600만원이 든다. 실질 주택 가격 상승률이 0%일 때 4년간 살 집을 사기 위해 전세보다 2200만원, 연 평균 550만원을 더 써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필기씨는 4년 뒤 집값이 2200만원 이상 올라야 집을 사는 게 유리한 것이 된다.

단, 초기에 들어간 부대비용은 거주 기간이 길어질수록 감가 상각이 된다. 오래 살 계획일수록 비용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필기씨가 10년간 거주할 계획이라면 내 집 마련 비용은 연 평균 460만원이 된다.

여기에 정성적 가치도 들어간다. 이른바 ‘내 집 프리미엄’이다. 전세 재계약에 대한 공포나 불확실성을 없애고, 눈치 보지 않고 내 집을 꾸미는 등의 비경제적인 이점이다. 산업화 시기의 집값 상승은 임차인 권리가 보호되지 못해 ‘셋방살이의 설움’을 겪은 내 집 마련 수요가 많았던 것도 원인이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무시 못 할 가치다. 이 역시 비용적으로 환산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집을 빌리는 게 아니라 내 집으로 하기 위해서 얼마의 돈을 더 들일 의향이 있는지를 스스로 묻는 것이다. 만약 필기씨가 느끼는 내 집 프리미엄이 1000만원이라면 4년 뒤 집값이 1200만원(2200만-1000만원) 올랐을 때 매입 비용이 상쇄된다.

또 전세에서는 전세보증금 인상으로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요즘 같은 전세대란 시기에는 전세대출이 한 번으로 그치지 않는 사례가 많다. 전세 재계약 때 보증금 인상을 감당하지 못하고 새로 대출을 받는 이들도 수두룩하다. 이렇게 새로 생기는 대출 이자나 또한 비용이다. 2년 뒤 전세 가격이나 집주인 속내를 쉽게 예측하기는 쉽지 않지만 조금씩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이다. 또 재계약이 무산돼 이사해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에 따른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도 내 집 프리미엄에 포함된다.

결론적으로 내 집 마련 비용(이자 비용의 차이+집 값의 2%)과 수익(예상 집값 상승분+내 집 프리미엄)을 비교해 전자가 크다면 임차를, 후자가 크면 매입하면 된다. 물론, 이는 아주 단순화한 비교다. 현실에서는 고려해야 할 변수가 더 많고 복합적이다. 실제로 대입하기 위해서는 대출 규모나 한도, 상환능력과 함께 활용할 수 있는 대출상품의 금리 등을 꼼꼼하게 적용해야 한다.

- 함승민 기자 ham.seungmin@joins.com

1307호 (2015.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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