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제품’인데도 비싸게 되팔 수 있어
‘또 이사…’ 불안감도 비용부동산 중개보수와 취득세, 재산세 등도 고려 대상이다. 부동산 중개보수는 각 시·도 조례에 따라 정해지고 매매와 전세의 요율이 다르지만, 크게 차이 나진 않는다. 단, 집을 살 때는 빌릴 땐 없는 취득세와 인지세, 담보 설정에 따른 국민주택채권 매입·할인 비용 등이 발생한다. 취득세는 주택에 따라 1~3.5%가 과세된다. 인지세는 대출액 1억원 이상의 경우 13만~15만원이다. 이 중 50%는 은행이, 나머지 절반은 대출자가 부담해야 한다. 국민주택채권 매입·할인 비용은 모두 대출자 부담이다. 또 법무사에게 등기신청을 위임했을 땐 별도로 30만~50만원 정도의 수수료가 든다. 이처럼 주택을 매입하면서 드는 비용은 부가적인 비용을 계산해보면 6억원 이하 주택의 경우 대략 집값의 2%, 6억원 이상은 3~4% 정도가 된다. 또 매년 집값의 0.1~0.4%의 재산세를 내야 한다.집을 사기 위해 전세보다 더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다소 거칠지만 간단하게 정리해보면 ‘거주 기간 동안의 이자 차이+집값의 2%(또는 3%)’라고 할 수 있다. ②번 사례에 대입해보자. 4년간 살 집을 구한다고 가정했을 때 매년 이자비용의 차이는 1600만원(400만 원×4년)이고, 부대비용으로 600만원이 든다. 실질 주택 가격 상승률이 0%일 때 4년간 살 집을 사기 위해 전세보다 2200만원, 연 평균 550만원을 더 써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필기씨는 4년 뒤 집값이 2200만원 이상 올라야 집을 사는 게 유리한 것이 된다.단, 초기에 들어간 부대비용은 거주 기간이 길어질수록 감가 상각이 된다. 오래 살 계획일수록 비용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필기씨가 10년간 거주할 계획이라면 내 집 마련 비용은 연 평균 460만원이 된다.여기에 정성적 가치도 들어간다. 이른바 ‘내 집 프리미엄’이다. 전세 재계약에 대한 공포나 불확실성을 없애고, 눈치 보지 않고 내 집을 꾸미는 등의 비경제적인 이점이다. 산업화 시기의 집값 상승은 임차인 권리가 보호되지 못해 ‘셋방살이의 설움’을 겪은 내 집 마련 수요가 많았던 것도 원인이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무시 못 할 가치다. 이 역시 비용적으로 환산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집을 빌리는 게 아니라 내 집으로 하기 위해서 얼마의 돈을 더 들일 의향이 있는지를 스스로 묻는 것이다. 만약 필기씨가 느끼는 내 집 프리미엄이 1000만원이라면 4년 뒤 집값이 1200만원(2200만-1000만원) 올랐을 때 매입 비용이 상쇄된다.또 전세에서는 전세보증금 인상으로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요즘 같은 전세대란 시기에는 전세대출이 한 번으로 그치지 않는 사례가 많다. 전세 재계약 때 보증금 인상을 감당하지 못하고 새로 대출을 받는 이들도 수두룩하다. 이렇게 새로 생기는 대출 이자나 또한 비용이다. 2년 뒤 전세 가격이나 집주인 속내를 쉽게 예측하기는 쉽지 않지만 조금씩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이다. 또 재계약이 무산돼 이사해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에 따른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도 내 집 프리미엄에 포함된다.결론적으로 내 집 마련 비용(이자 비용의 차이+집 값의 2%)과 수익(예상 집값 상승분+내 집 프리미엄)을 비교해 전자가 크다면 임차를, 후자가 크면 매입하면 된다. 물론, 이는 아주 단순화한 비교다. 현실에서는 고려해야 할 변수가 더 많고 복합적이다. 실제로 대입하기 위해서는 대출 규모나 한도, 상환능력과 함께 활용할 수 있는 대출상품의 금리 등을 꼼꼼하게 적용해야 한다.- 함승민 기자 ham.seungmin@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