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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살까 빌릴까] 법인 아니면 사는 게 합리적 

감가상각률 높은 차일수록 렌털 유리 ... 리스보단 렌털이 저렴 


▎‘차를 사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주장하는 현대캐피털의 자동차 리스 광고. / 사진:현대캐피털 제공
“자동차는 부동산처럼 값이 오를 제품도 아닌데 왜 사죠?” 한 캐피털 회사의 광고에 등장하는 그럴 듯한 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동차는 인간이 소비하는 물건 중 집 다음으로 비싼 물건이다. 많은 사람이 차를 살지 말지, 어떻게 살지를 두고 고민한다. 막상 사자니 돈이 많이 들고, 없이 살자니 불편할 때가 많다. 그래서 등장한 개념이 자동차 리스와 장기 렌털 상품이다. 차를 소유하지 말고 빌려서 쓰는 게 더 경제적이라는 주장과 함께.

LPG차 원하면 렌트가 답


실제로 그럴까?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현대차 쏘나타로 신차 구매와 리스, 장기 렌털 비용을 비교했다. 기준은 2016년형 LF쏘나타 2.0 가솔린 스마트(7인치 내비게이션 옵션 포함) 모델이다. 차량 기본 가격은 2770만원이고, 기간은 3년으로 산정했다. 이를 신차로 구매했을 때 3년간 발생하는 비용은 3360만원 정도다. 기본 차량가격에 취·등록세, 자동차세, 보험료 등이 추가된 금액. 3년 후 중고차로 차를 매각할 때 회수할 수 있는 예상금액은 1800만원 정도로 나왔다(중고차 거래 사이트 SK엔카의 3년 된 쏘나타의 평균 감가상각률 35% 적용). 신차 구매 후 3년간 차를 탈 때 드는 돈은 총 1560만원 정도였다. 이와 달리 리스나 장기 렌털(현대캐피탈 리스·렌털 프로그램 이용)로 쏘나타를 타기 위해서는 2200만원의 돈이 필요하다. 결국 차량 구매가 더 경제적이라는 뜻이다.

변수는 존재한다. 어떤 업체의 리스나 장기 렌털 프로그램을 이용하는가에 따라 매월 발생하는 비용이 달라질 수 있다. 리스나 장기 렌털의 경우에는 초기 보증금을 얼마나 거느냐에 따라 더 낮은 비용으로도 차를 탈 수 있다. 계약 기간에 따라서도 비용이 달라진다. 또 어떤 차종인가도 영향을 준다. 예시에 사용한 쏘나타는 국산차를 대표하는 모델로 감가상각률이 낮은 것이 특징이다. 감가상각률이 높은 수입차 모델을 놓고 비교한다면 구매와 리스(장기 렌털)의 비용 차이가 줄어들 수도 있다.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하더라도 차는 사는 게 빌려서 쓰는 것보다 싸다. 물론 예외는 있다. 리스나 장기 렌털을 개인사업자 법인 명의로 할 경우다. 리스나 렌털 때 발생하는 대부분의 금액을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어 막대한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또 감가상각률이 높은 고급 수입차를 3년마다 바꿔서 타고 싶은 사람에게도 리스나 장기 렌털이 유리할 수 있다. 리스와 렌털은 당장 목돈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렇다면 리스와 장기 렌털 중에서는 어떤 것이 소비자에게 더 유리할까?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다’가 정답이다. 리스와 장기 렌털은 차를 직접 소유하지 않고 매달 일정 금액을 납부해 차를 사용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하지만 리스의 경우 금융사가 차량을 매입한 다음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금융상품이고, 장기 렌털은 일반사업자가 자동차를 빌려주는 렌트사업으로 분류된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경제적인 부분에서는 장기 렌털이 리스보다 더 저렴하다. 두 계약에서 발생하는 비용의 차이는 주로 보험료에 기인한다. 보통 장기 렌털 비용에는 보험료가 포함돼 있는데, 렌터카 회사와 계약된 약관을 따르기 때문에 보험료 자체가 저렴하다. 계약된 기간 동안은 보험료 인상이 없고, 사고가 발생해 보험 지출을 하더라도 별도의 보험료 인상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물론 단점도 있다. 차량 등록 때 ‘하·허·호’로 시작하는 렌터카 번호판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차를 빌려서 타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남기는 것이 꺼려지는 소비자라면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리스는 렌터카와 비교해 일반 차량과 동일한 번호판을 사용한다는 것이 강점이다. 대신 보험이 렌털에 비해서 비싸다. 간혹 매월 내는 리스비용에 보험료를 포함해 계약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도 보험료가 고정된 금액이 아니다. 개인의 조건에 따라서 보험료가 인상될 여지가 있다. 또 리스는 금융사가 주관하는 만큼 ‘금융상품’에 해당한다. 개인신용도를 평가할 때 리스비용이 장기간 대출로 잡힌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여기에 추가로 리스에는 초가 운행거리에 따른 비용이 발생한다. 보통 연간 3만km를 정해두는데, 이를 초과해 운행하면 돈을 더 내야 한다. 하지만 1년 주행거리가 3만km가 넘지 않는 운전자가 대부분이라 큰 문제는 아니다.

렌터카에는 리스에는 없는 또 다른 혜택이 있다. 휘발유나 경유 자동차와 비교해 차 값과 연료비용이 저렴한 LPG 차량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연간 운행거리가 긴 운전자에게는 LPG 차량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LPG 렌트 때 알아둬야 할 사항이 있다. LPG 차량을 렌트해서 사용하다 3년 후 차량 인수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LPG 차량은 장애인이나 국가유공자 등 국가에서 지정한 사람만 개인차량으로 등록할 수 있다. 렌트 차량에 한해서는 사용이 가능하지만 계약기간을 채운 후 개인이 인수할 때는 일반인은 등록이 불가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주행거리 짧으면 차라리 ‘택시’

이미 지적한 것처럼 자동차는 가격이 오를 일이 사실상 없다. 차를 사든 빌리든 이용하는 동안은 무조건 돈이 나간다. 각자 상황이나 필요에 맞는 차종을 고르고, 자신에게 유리한 방법으로 구매 혹은 빌려서 타면 된다. 아주 흥미로운 비교도 가능하다. 보통 택시를 자주 타고 다니는 사람에게 ‘사치가 심하다’고 말한다. 진짜 그럴까? 가령 현대 쏘나타를 타는 운전자가 1년 동안 1만km 정도를 주행한다고 치자. 앞서 계산한 것처럼 쏘나타를 구매한 사람은 3년간 1560만원의 고정비를 지출하고, 3만km를 운행하는데 드는 연료비 400만원(LF쏘나타의 공인 연비 12km/L, 서울시 평균 휘발유 가격 1598원)을 지출할 것이다. 같은 계산으로 리스나 렌트를 한 사람은 3년간 2500만원 정도의 비용을 낼 것이다. 3년간 3만km를 택시를 탄다면 얼마가 나올까? 정확한 계산은 힘들지만 현재 서울시의 중형택시요금(142m당 100원)을 적용하면 2100만원 정도로 계산이 가능하다. 기사가 딸린 차를 이용하는 데 차량 구매 때와 비슷하고, 리스나 렌털보다는 저렴하다. 버스나 지하철이야 ‘불편해서 차를 산다’고 말할 수 있지만, 택시는 상황에 따라서 더 편할 때도 있다. 합리적인 소비란 이만큼 어렵다.

- 박성민 기자 park.sungmin1@joins.com

1307호 (2015.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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