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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어떻게 神의 직장을 만들었나] 일과 삶의 균형 이뤄야 꿈의 직장 

동종업계 최고 급여·복지 갖춘 숨은 강소기업 많아 … 인력난 걱정 없이 승승장구 

구직자 10명 중 8명이 대기업에 들어가길 바란다. 그러나 정작 대기업엔 10명 중 1명만 들어갈 수 있다. 이와 달리 중소기업은 인력난에 허덕인다. 너도나도 번듯한 대기업만 찾아서다. 그런데 잘 찾아 보면 대기업 수준의 연봉과 복지 제도를 운영하는 중소 강소기업이 적지 않다. 마이다스아이티, 티맥스소프트, 핸드스튜디오가 그런 사례다. 이들이 어떻게 神도 부러워할 만한 회사를 만들었는지 들여다봤다. 물론 이들 회사의 취업문도 바늘구멍만큼 작긴 하지만….

최근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서울대생이 화제다. 5급 행정고시나 외무고시가 아닌 9급에 도전한 이유는 ‘삶의 여유’를 얻기 위해서였다. 높은 연봉과 사회적 지위를 노릴 수 있음에도 개인의 가치를 중시한 점에서 주목받았다. 대기업이나 고위 공직자를 선호하는 한국 사회의 직업선택과 차이가 있는 결정 때문이다. 간간히 이런 사례가 나오지만 대기업을 선호하는 취업시장의 흐름은 여전하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10명 중 8명이 대기업을 선호했다.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현상도 두드러졌다. 중소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입사를 결정한 다음 출근하지 않는 비율이 지난해 20%를 넘어섰다. 대기업에는 사람이 너무 몰려서, 중소기업에는 사람이 너무 오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문제는 대기업의 취업문이 갈수록 좁아지는 데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30대그룹을 대상으로 올해 신규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12만1801명을 채용할 계획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보다 6.3%인 8188명 줄어든 수치다. 30대그룹에서 올해 신규 채용의 비중을 늘린 기업은 7곳에 불과했다. 지난해 신규 채용도 2013년의 14만4501명보다 10% 줄어든 12만9989명을 기록했다. 30대 그룹의 신규 채용이 2년 연속 줄었다.

대기업 신규 채용 2년 연속 줄어


이와 달리 중소기업 면접장에서는 오히려 채용 담당자가 구직자에게 회사에 대한 미래를 제시하는 일까지 있다. 어렵게 사람을 구해서 키워 놓아도, 마음을 잡지 못하고 떠나곤 한다. 중소기업연구원이 지난해 중소기업 200곳을 조사한 결과 설문 대상의 35%가 ‘최근 3년간 핵심 인력의 이직으로 경영상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직원들의 이직 사유는 급여 문제라는 답변이 52%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근무환경(21%), 스카우트 제안(15%) 순이었다.

역발상을 통해 인력난에서 자유로워진 강소기업이 있다. 기업 규모가 작지만 오히려 복지를 강화하고 나섰다. 조건이 좋으면 사람이 몰리게 마련이다. 인재가 모이면 기업 경쟁력이 강화된다. 그렇게 기업을 키워가며 복지 혜택을 더 늘렸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강소기업으로 자리잡은 기업들은 하나같이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하고 있었다. 업무량을 미리 알려주고 개인이 이를 알아서 마무리 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했다.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춰주기 위해서다. 상명하복의 수직적 명령체계가 아니라 경영자와 직원간 눈 높이가 같은 수평적인 조직을 만들어 운영했다. 지금까지 외국계 기업에서 볼 수 있던 회사 문화와 조직체계를 국내 강소기업이 도입하고 나선 것이다. 그 덕에 이들은 한국의 구글이니, 꿈의 직장 같은 영예로운 별칭까지 달고 있다.

건축용 구조설계 소프트웨어 업체 마이다스아이티엔 4무(無) 원칙이 있다. 무스펙, 무징벌, 무상대평가, 무정년이다. 이를 앞세워 세계 1위 구조설계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올라섰다. 호텔 출신 셰프들이 400여명의 직원들에게 뷔페식 식사를 제공하고, 매주 미용사가 회사로 찾아온다. 티맥스소프트는 모든 연구원에게 개인 사무실을 주고 매층마다 수면실을 만들었다. 회사 한 층을 아예 헬스장으로 사용 중이다. 오후 3시에 청바지를 입고 나타나도 뭐라는 사람이 없다. 최대한 자율을 보장하며 일할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경영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서다. 스마트TV 애플리케이션 전문 기업인 핸드스튜디오는 한 달에 한번 자기개발 시간과 3개월마다 3일, 겨울과 여름에는 각 5일간의 방학을 제공한다. 매분기마다 15~20만원 상당의 의류비를 지급하며 연말에는 호텔에서 직원 및 가족들과 함께 송년회를 보낼 수 있도록 호텔 숙박비용 및 교통비가 지원된다. ‘경영은 결국 사람’이라는 점을 경영자가 통감한 덕에 나온 정책들이다.

사람이 몰리는 강소기업의 모습은 한국 기업에 많은 점을 시사해 준다. 한국 기업의 99%가 중소·중견기업이다. 역발상을 통해 체질 개선에 성공한 기업이 늘수록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괴리도 줄어든다. 청년실업 문제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된다. 어떻게 해야 한국 중소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이들 강소기업에서 찾아 볼 수 있다.

-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1308호 (2015.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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