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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다스아이티] 4 無 원칙이 직원을 춤추게 한다 

무스펙, 무징벌, 무상대평가, 무정년 세계 1위 구조설계 소프트웨어 기업 


▎이형우 마이다스아이티 대표. / 사진:지미연 객원기자
마이다스아이티는 독특한 문화를 가진 기업이다. 이 회사 인사제도엔 벌이 없고 상만 있다. 승진심사와 정년도 없다. 해당 직급의 체류 연한을 채울 경우 승진 누락 없이 자동으로 부사장까지 승진한다. 구성원의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다만, 더 열심히 일해 성과를 보인 성과자를 위한 특진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인사부서에는 교육이 아닌 육성담당자가 있고, 주기적으로 직무의 성공경험을 사내 구성원들과 공유하는 성과발표 시간을 가진다. 회사를 설립한 이형우 마이다스아이티 대표는 “올바른 동기로 자극을 주면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자신의 능력과 가치를 끌어낼 수 있고 회사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며 “지난 10여 년간 이런 방식으로 회사를 경영해왔는데 아주 성공적”이라고 말했다. 마이다스아이티는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구조설계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경쟁은 양날의 검이다. 치열한 대학입시를 지나면, 더 좁은 취업 관문이 기다린다. 자격증을 따고, 해외 연수를 다니며 스펙을 쌓아 올려야 바늘구멍을 통과할 가능성이 그나마 커진다. 사원증을 목에 거는 순간, 세상을 얻은 것처럼 행복하다. 하지만 곧 고과 평가와 실적 압박이 다가온다. 무한 경쟁에서 피하지 못하며 바둥거리는 것이 평범한 직장인의 삶이다.

열심히 일할 동기를 부여하라


이 대표는 이런 현실을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길 원했다. ‘직원을 관리하지 않으면 방만해진다’는 주장에 이의를 제기한다. “정말 그럴까요? 부모와 교사가 시키는 대로 하는 학생과 스스로 찾아서 공부하는 학생 중 누가 더 좋은 성적을 거둔다고 생각하시나요? 일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면 스스로 올바른 선택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이다스아이티는 1989년 포스코건설이 만든 제1호 사내벤처다. 이 대표가 포스코건설에서 일할 당시 한국 기업이 사용하던 건설용 소프트웨어는 100% 외산이었다. 사용하기에 불편한 점도 있었고, 비싼 로열티도 지급해야 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만든 팀을 이 대표가 이끌었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성공하며 사내벤처로 자리잡았다. 2000년, 이 대표는 독립을 결심했다. 대기업 산하 벤처로 일할 때는 제약 조건이 많았다. 얻을 수 있는 기회도 한정적이었다. 복잡한 의사결정 체계 때문에 적재적소에 필요한 자원을 지원받기 어려웠다. 필요한 인재가 있어도 데려오기 힘들었다. 성장 가능성이 눈앞에 보이는데 번번히 놓치자 독립을 결심했다.

대기업의 우산을 벗어난 마이다스아이티는 무섭게 성장했다. 2000년 15억원의 매출을 시작으로 2002년 104억원, 2004년 145억원으로 급성장했다. 2002년 한국 기업 최초로 과학기술 분야 소프트웨어를 수출한 기업이 됐고, 2004년 국내 건설 CAE(Computer- Aided Engineering) 부문 시장점유율 90%를 기록했다. 20~30여명의 직원이 어느새 100여명으로 늘어났다.

회사가 성장하자 새로운 문제가 나타났다. 유능한 인재들이 떠나기 시작했고, 새로 채용한 직원들도 적응을 못하고 그만 두는 일이 늘었다. 작은 조직에서 능력을 보여줬던 창업 멤버들의 리더십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소규모 조직일 때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서 소통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창업 멤버들이 여러 사람들의 생각을 담아내고,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하는데 준비가 부족했다”고 회고했다.

구성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이직률도 높아졌다. 회사의 발전 방향을 함께 공유하지 못했고,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일도 어려웠다. 이 대표는 기업을 왜 하는지에서 답을 찾았다. 돈을 벌기 위함도, 사회적인 명성을 누리기 위함도 아니었다. 직장은 사람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사회에 기여하며 성취감을 얻는 장소여야 한다. 그래야 직장생활이 행복하다. 이 대표는 “사람을 이해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당시엔 내가 많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는 리더십이나 경제경영 서적 대신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서적을 찾았다. 인간의 본성을 이해한 후에야 경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심리학, 뇌신경과학, 생물학, 분자생물학. 여기에 우주 과학까지…. 이 대표가 직원들을 이해하기 위해 공부했던 분야다. “저는 엔지니어 출신입니다. 엔지니어들은 원인과 결과를 살피면서 행동하지요. 하지만 경영은 인간을 이해해야만 잘할 수 있습니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제 자신부터 변해야 했습니다.”

그는 ‘사람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를 치열하게 고민한다. 회사의 경영철학도 ‘자연주의 인본경영’으로 정했다. 사람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면서 사람과 세상의 행복을 추구하는 경영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 대표는 직원들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바라봤다. “구성원들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자율성에 기초한 조직문화를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자연주의 인본경영

회사에서 경쟁이 사라졌다. 누구나 연한이 되면 승진하도록 시스템을 바꿨다. 사원에서 시작해 매 4년이면 대리, 과장, 차장, 부장으로 승진한다. 이후 6년을 열심히 일하면 임원인 이사보로 올라갈 수 있다. 성과를 내는 이들에게는 특별 승진을 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다. “능력이 있는 직원들은 2년마다 조기 승진할 수 있는 자격을 준다”고 말했다. 마이다스아이티의 또 다른 특징은 ‘무정년’ 원칙이다. 정년퇴직을 할 나이에도 역량이 있으면 더 오래 일할 수 있다. 명칭은 ‘고문 위촉제’이다.

이 대표는 임직원 선발 때도 ‘무스펙’을 내세운다. 스펙 대신 열정(50%), 전략적 사고(30%), 관계능력(10%), 가치관(5%), 지식(5%)으로 직원을 평가하고 있다. 직원 채용은 필기부터 CEO면접까지 6단계를 거치는데, 아무리 적게 잡아도 3개월이 걸린다. 긴 입사 과정을 지나 정직원이 되면 4000만원의 초봉을 받는다. 복지도 대기업 부럽지 않게 제공한다. 그러자 더 많은 인재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올 봄 마이다스아이티에서 낸 신입사원 모집 공고에 무려 1만명의 지원자가 몰리며 50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배경이다.

이 대표는 기업의 목적을 분명히 하면 방향을 정확히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돈만 좇다 보면 그 돈을 만들어 내는 주체인 사람을 보지 못한다. 그러면 큰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 결국 경영은 ‘사람’을 어떻게 이끌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다. 사람은 행복을 추구한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행복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직원 개인의 행복을 위해 회사를 운영하는 것. 그것을 통해 회사 전체의 성공을 이끌어내는 것이 경영자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 조용탁 기자 cho.youngtag@joins.com

1308호 (2015.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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