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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사업 재편 어디까지] 중공업·엔지니어링도 삼성 로고 떼나 

전자·금융·바이오 집중 전략 따른 후속조치 전망 … 전자 부문 합종연횡설도 


▎삼성이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중공업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선박. / 사진:중앙포토
summary | 삼성의 사업 재편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에서 보면 전자·금융·바이오를 제외한 모든 사업군이 매각 후보다. 그중에서도 현재 사업성이 떨어지는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을 정리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힘을 얻는다. 삼성SDI-삼성전기-삼성디스플레이를 한 데 모으거나 삼성전자가 삼성디스플레이 등을 흡수하는 방안도 회자되고 있다.

삼성이 남은 화학을 롯데에 넘기면서 다시 한 번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빅딜이 화학 부문에 그치지 않고 그룹 전방위로 퍼져나갈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실적이 악화일로인 중공업·건설 부문이 빅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은 지난 10월 30일 삼성SDI의 케미칼사업 부문과 삼성정밀화학·삼성BP화학 등 화학계열사를 롯데그룹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삼성테크윈·삼성종합화학을 한화그룹에 넘긴 데 이은 조치다. 삼성은 연이은 빅딜로 4조원 넘는 유동성을 확보했다. 이로써 삼성은 화학사업에서 사실상 손을 뗐다.

대규모 적자로 골칫거리

삼성은 현재 주력인 전자와 금융,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에 집중하기 위한 체질 변화에 나서고 있다. 남은 건 건설·중공업, 서비스 사업 정도다. 이 가운데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등이 빅딜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일단 두 회사의 실적이 썩 좋지 않다. 삼성엔지니어링은 3분기 어닝쇼크로 올해 1조원대 손실이 예상된다. 삼성중공업 역시 지난 2분기 1조5481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올 3분기에 소폭 흑자를 냈지만 최근 해양플랜트 계약이 해지된 것을 감안하면 4분기에는 다시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두 회사는 지난해 합병을 시도하다 실패했다. 합병이 됐다면 건설 부문을 삼성물산에 내어주고 해양 부문을 따로 떼어낼 수 있었다.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 합병했고, 삼성엔지니어링의 건설 부문을 흡수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 지배구조 재편의 대전제는 삼성물산이 지주회사가 되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여러 회사의 지분을 확보하는 동시에 주도적으로 신성장동력을 이끌어가는 것”이라며 “삼성물산은 그룹의 사업지주회사로서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건설 사업을 정리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재작년 7월부터 삼성물산은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사들이며 건설사업 부문 통합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를 감안할 때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의 건설 부문만 떼가고 플랜트를 비롯한 부문은 매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불황 탓에 매각 시기가 좋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빅딜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걸 보면 화학 부문만으로 끝났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다만 언제 얼마만큼 빠르게 다른 계열사를 정리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사업 재편은 계속 이어지겠지만 시기와 환경이 중요하단 얘기다. 삼성그룹 입장에서 수주산업은 계륵 같은 존재다. 삼성중공업이나 삼성엔지니어링의 실적이 나빠진 건 기본적으로 업황 탓이 크다. 같은 이유로 동종 업계가 삼성의 수주산업을 매입하기도 어렵다. 업황 개선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팔기 어렵단 것이다.

매각 반대 의견도 있다. 허문욱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비경쟁 사업을 매각해서 재투자하는 기본 컨셉트는 현재까지 잘 진행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삼성엔지니어링을 딱히 비주력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플랜트 사업 등은 자본 지출 없이 계속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고, 지금까지의 적자나 실수도 경험으로 치면 상당한 자원과 경쟁력으로 볼 수 있어 삼성이 놓기 쉽지 않단 것이다. 허 센터장은 또 “한국을 대표하는 섹터를 체면상이라도 삼성이 놔버리기 어려울 것”이라며 “머지않아 유가가 60달러 선을 회복하면 상당한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있는데 과연 손을 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류승협 한국신용평가 그룹평가본부 실장은 “전자와 금융을 제외하곤 모든 사업 부문에 대한 매각 가능성은 열려있다”면서 “삼성은 현재 현금이 모자라지 않기 때문에 회사를 헐값에 팔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정리를 한다 해도 좀 더 살려서 제 값을 받으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너 3세간 사업 재편도 일어날 수 있다. 오너 3세가 가진 사업 부문을 각기 떼어주는 방법으로 사업 재편을 강구할 수 있단 얘기다. 류 실장은 “아직 3세간 지분 관계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업 분리를 통해 독립적인 그룹이 나올 수 있다”면서 “예컨대 방산이나 화학 부문도 만약 3세 중 누구라도 안고 가겠다고 했다면 매각하지 않았을 공산이 컸다”고 말했다.

매각 외의 방법으로도 사업 재편이 일어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분리하고 남은 사업을 모아 합병하는 방안이 회자되고 있다. 삼성SDI는 케미칼 부문을 롯데에 넘긴 뒤 2차 전지와 전자 재료 등 미래 먹거리인 자동차 부품사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기의 광학 및 고주파회로, 다층박막성형, 소재, 무선 충전 등 자동차 부품사업을 통합한단 얘기다. 삼성SDI와 삼성전기는 각각 가진 삼성물산 지분율이 높다. 합병할 경우 그룹 핵심 계열사로 부상할 수 있어 두 회사의 합병 공산도 크다는 것이다.

전자 계열에 있는 삼성디스플레이도 사업 재편 시나리오에 포함된다. 삼성SDI-삼성전기-삼성디스플레이를 한 데 모으는 안이다. 3사를 모으면 세계 수위의 전장부품사가 될 수 있다.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삼성디스플레이를 흡수하는 안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복잡한 지배구조를 좀 더 단순하게 만들 수 있고, 디스플레이 사업이 전자와 직접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전자 자사주 소각 대금으로 쓰이나?

한편, 사업 재편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1조원에 달하는 재원을 자사주 소각에 쓰겠다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29일 11조3000억원을 들여 자사주 매입 소각 결정을 발표했다. 1차로 내년 1월 말까지 4조1000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한다는 계획이다. 1차 자사주 소각에 쓰인 금액이 화학 부문 계열사 매각 금액과 엇비슷한 게 시장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화학 부문을 팔아 자사주 소각에 쓰는 것이라면, 내년까지 11조3000억원을 자사주 매입에 투입한다고 했으니 나머지 7조2000억원어치 계열사를 더 팔지 않겠느냐는 추론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현재 그 정도 이상의 가치를 가진 비주력사는 엔지니어링·중공업 밖에 없다”면서 수주산업 빅딜설에 무게를 실었다.

- 박상주 기자 park.sangjoo@joins.com

1310호 (2015.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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