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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이익에서 중국 은행 대약진스페인 산탄데르은행은 영국의 4위 은행을 사들여 자신감을 얻은 뒤, 언어가 같은 중남미 은행을 수십 개 인수하면서 몸집을 불렸다. 이 은행은 해외 진출 때 현지에서 CEO와 임직원을 채용하는 전략을 쓴다. 인수한 은행의 현지 고객을 빠르게 흡수하기 위해서다. 스웨덴 한델스은행은 유럽권, 싱가포르 DBS는 동남아권 등 언어나 문화가 유사한 인근 지역은행을 상대로 영토를 확장 중이다. 일본 은행은 상대적으로 소규모의 자금을 이용해 선진 금융회사의 지분을 취득하거나 합작법인을 설립, 전략적 업무 제휴를 꾀한다. 주로 미국계 금융회사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그 대가로 투자은행 업무, 위험관리 등 선진 금융기법의 전수, 투자회사에 대한 이사직 획득, 미국 외 지역에서의 업무 협력 등을 취한다. 이와 달리 국내 은행은 여전히 지점 또는 현지법인 설립을 통한 해외 진출만을 고집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서병호 연구위원은 “영업 대상 역시 해외 동포나 해외 진출 한국 기업에 국한돼 있어 현지화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올해 중국을 제외한 국가 은행 중에서 가장 많은 순이익인 388억 달러를 기록한 미국 웰스파고는 대표적인 소매금융 전문 은행이다. 그럼에도 세계 10대 메가뱅크에 꾸준히 진입한 비결은 전체 이익의 50% 이상을 비(非)이자 부문에서 창출한 덕분이다. 웰스파고은행은 고객 1인당 5건 이상의 교차판매(보험, 펀드 등 비은행 상품 판매)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예·적금고객에게 상품을 팔 때 국내 은행처럼 무작정 캠페인식으로 하는 게 아니라, 고객 특성을 정확하게 분석해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메가뱅크의 고객중심주의는 지역고객과 장기간 지속적 관계를 맺으면서 필요한 금융서비스를 알아서 제공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한델스은행은 지배구조부터 영업방식까지 철저한 지역밀착형으로 언제나 흑자를 내는 은행으로 유명하다. 독일 코메르쯔은행은 경기에 관계없이 중견·중소기업과 장기간 고객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고객과 오랜 관계를 맺으면 기업의 내용을 자세히 알기 때문에 리스크를 사전에 인지할 가능성도 커진다.
실적 부진한 BOA·도이체방크 대규모 구조조정 예정체계적인 리스크관리도 메가은행으로 성장한 비결이다. 은행이 위기상황에서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를 점검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는 국내에는 몇 년 전에야 알려진 프로그램이지만 JP모건은 이미 1990년대부터 시행해온 위기관리 비법이다. 이를 통해 JP모건은 예금액 대비 대출액 비율(예대율)을 항상 75% 이하로 유지하며 위기대응 능력을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위기에 살아남은 메가은행을 살펴보면 유독 리스크관리위원회의 권한이 막강하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라며 “우리나라의 리스크관리 담당 임원은 부행장급에 정식 등기이사가 아닌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임기 역시 짧아 권한을 발휘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불안한 글로벌 경제 상황으로 인한 위기감은 메가뱅크라고해서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에 비해서도 실적이 쪼그라든 글로벌 은행들은 몸집 줄이기가 한창이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쓰러진 대형 투자은행(IB) 메릴린치를 인수하면서 한때 업계 1위에 등극한 BOA가 대표적이다. 이 은행은 종전까지 전체 매출의 30~40%를 책임진 투자은행 사업부에서 200명을 감원하기로 결정했다.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도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임직원의 약 25%를 줄이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모색하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2만3000여명의 감원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HSBC 역시 지난 6월 전체 직원(26만6000명)의 10% 선인 2만5000명을 감원할 방침을 밝혔다.- 허정연 기자 hur.jungyeon@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