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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의 50+ 정책은?] 지자체가 끌고, 비영리단체가 민다 

구직 알선부터 맞춤형 직업 훈련까지 … ‘재취업 꼭 필요’ 분위기 형성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앙코르닷오르그(Encore.org)’는 재취업과 사회공헌 등으로 50+ 인생을 가꾸는 이들을 돕는 비영리단체다. / 사진:Encore.org 제공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빌리 제인은 3년 전 퇴직한 뒤 2년 동안 집에만 머물렀다. 주로 정원을 가꾸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때때로 찾아오는 무료함을 견디는 게 쉽지 않았다. 자산과 연금 등 노후 준비는 잘 된 편이었지만 ‘노동을 멈춘다’는 것에 대한 심리적 준비가 부족했다. 그러나 지난해 ‘앙코르닷 오르그(Encore.org)’를 알게 됐고, 사회적 일자리 한 곳을 소개받았다. 청년 창업자에게 컨설팅을 해주는 일이었는데 회계사로 오래 일한 경력을 잘 살렸다. 큰 돈벌이는 안 되지만 삶의 질은 크게 달라졌다. 하루 종일 지루함, 허무함과 싸우지 않게 됐고, 아내와 다투는 일도 줄었다.

2000년대 초부터 50에 주목한 선진국들


우리보다 일찍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선진국들은 이미 ‘50+ 세대’에 주목해 여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대략 2000년대 초부터 준비에 착수했다. 정년 연장과 정년 폐지로 이어지는 고용정책 수립 과정에서 50+ 중장년층을 주요 정책 대상으로 규정한 것이 출발점이다.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베이비 부머(Baby Boomer), 액티브 에이징(Active Ageing),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 뉴 시니어(New Senior), 제3의 인생(the Third Age) 등의 용어도 이 과정에서 나왔다. 이들 지원 정책의 핵심은 고용 연장으로 고용시장에 가능한 오래 머물게 하고, 이를 통해 연금수급 개시를 늦춰서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장기 실업 상태에 있는 중장년층의 노동시장 복귀를 촉진하는 건 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가 매우 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정년 폐지, 연령차별금지법 등을 도입하고, 50+ 세대 등 장년층의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각국은 특히 ‘재취업은 꼭 필요한 것’이란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이들 국가와 비교하면 한국은 속도가 매우 더딘 편이다.

독일은 2007년 ‘이니셔티브 50플러스(Initiative 50plus)’라는 고용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50세 이상 장년층의 취업 기회 확대와 직업 능력 제고를 유도하는 정부 주도형 정책이다. 장기적으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장년층에 대한 재정 지원과 직업교육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안 등이 골자다. 이니셔티브 50플러스를 발표할 당시 독일 정부는 ‘55세 이상 근로자 고용율 50%’와 ‘55세 이상 인력의 조기 퇴직 감소’라는 목표를 세웠는데 불과 5년 만에 독일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데 성공했다. 고용율은 50%대에 올라섰고, 55세 이전에 조기 퇴직하는 사례도 현저하게 줄었다.

정부가 틀 짜고, 민간 단체가 실무 담당

틀은 정부가 짰지만 세부적인 정책 운영은 지방자치단체에 맡겼다. 지역별 특성에 맞게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마을 단위로 개인별 맞춤형 관리가 가능했던 이유다. 민간에서도 협력 네트워크를 구성해 정책에 적극 동참했다. ‘그륀더 50플러스(Gruender 50 plus)’는 50+ 세대의 창업을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2012년 문을 열었지만 독일 전 지역에 사무소를 두고 있을 정도로 단기간에 규모가 커졌다. 창업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실제 창업에 이르는 전 과정을 관리해준다. 독일에서 ‘사회 혁신상’을 수 차례 수상했을 만큼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대학 역시 힘을 보탠다. 뮌헨시민대학은 퇴직자를 위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이한 건 고등학생들이 강사가 돼 시니어에게 컴퓨터와 외국어를 가르친다는 점이다.

영국도 2000년대 초반부터 ‘적극적 고령화(Active Ageing)’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적극적 고령화는 근로자가 정신적, 신체적으로 건강한 상태에서 평생 훈련과 지식 습득의 기회를 갖고, 탄력적 근무시간을 활용해 연령 제한 없이 오랜 기간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말한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2011년부터 여러 개로 분화된 50+ 정책을 통합해 새로운 노동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지역별로 적합한 민간 기관을 선정해 아웃소싱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게 특징이다. 독일처럼 사회적기업의 활동도 활발하다. 2002년 설립된 프라임 타이머스는 민간 전문인력 출신인 시니어를 제3 섹터(비영리기관 등) 컨설턴트 등으로 연결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약 130명의 전문가 그룹이 적재 적소에 취업을 알선하는 역할을 하는데, 매년 90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할 만큼 영향력이 크다.

일본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5% 이상인 초고령사회다. 우리보다 고령사회에 일찍 진입했기 때문에 시니어를 위한 시스템 구축도 빨랐다. 2007년 단카이 세대(제2차 대전 직후인 1947∼1949년에 태어난 일본의 베이비부머 세대)의 대규모 은퇴에 따른 사회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내놓은 고용 연장 정책이 출발점이었다. 일본 정부는 고령자고용안정법을 개정해 기업이 정년 폐지나 정년 연장, 계속 고용 중 하나를 선택해 장년층의 고용을 보장하도록 제도를 정비한 바 있다. 지금은 2017년까지 시행하는 직업안정대책 기본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현장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건 1975년 도쿄에서 문을 연 실버인재센터다. 정부가 고령자에게 취업 기회를 알선하는 단체와 지자체에 보조금을 주기 시작하고 법적인 지위를 부여하면서 지역별로 실버인재센터가 자리를 잡게 됐다. 은퇴 이후에도 경험을 살려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주 목적이다. 민간 단체로는 지자체와 기업으로부터 업무를 위탁 받아 시니어에게 일거리를 제공하는 ‘액티브 에이징(오사카지역 비영리단체)’과 ‘릿쿄대 세컨드스테이지 칼리지(RSSC)가 잘 알려져 있다. 특히 50+ 세대를 위한 평생학습기관인 RSSC는 베이비 부모 세대의 배움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이상적인 모델로 인정 받고 있다.

미국도 베이비 부머(1946~1964년 출생자, 약 7600만명) 세대의 고용을 촉진하는 법적, 제도적 준비가 비교적 잘 돼 있다. 거주 지역 내에서 원스톱 고용 알선 서비스 제공하는 ‘인력투자 프로그램(WIA Program)’이나 실직 상태 또는 취업이 어려운 55세 이상 근로자에게 대상 고용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시니어지역사회고용서비스(SCSEP)’ 등이 대표적이다. 민간 단체의 활동도 활발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앙코르닷오르그(Encore. org)’는 재취업과 사회공헌 등으로 50+ 인생을 가꾸는 이들을 돕는 비영리단체다. 50여 재단,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운영하는데 기업의 마케팅·재무 등 특정 경력자에게 비영리기관 취업을 알선하는 ‘펠로우십’ 프로그램과 헬스케어·교육 등의 분야에서 시니어들이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칼리지 이니셔티브’ 프로그램 등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대표적으로 인텔이 이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활용해 퇴직자의 재취업을 돕고 있다. 캐나다는 은퇴한 과학자나 엔지니어의 관련 기업 재취업을 유도하는 ‘유어 앙코르(Your Encore)’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ins.com

1311호 (2015.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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