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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기홀 공연 마친 김장실 새누리당 의원] “문화대국 돼야 진정한 선진국” 

대중가요로 보는 한국의 정치사회사 전문가 


▎김장실 의원의 카네기홀 공연 모습. / 사진:중앙포토
‘돌~아오~네 돌~아오네 고국산천 찾아서 얼마나 그렸던가 무궁화꽃을….’(가요 ‘귀국선’의 첫 소절). 음악가라면 한 번쯤 서보고 싶은 미국 뉴욕의 카네기홀 와일 리사이트홀. 지난 11월 3일(현지시간) 그곳에서 한국의 가요가 울려 퍼졌다. 무대에 선 사람은 저명한 성악가나 인기 가수가 아니었다. 현역 국회의원인 김장실 의원이다.

280석의 모든 좌석이 매진됐다. 뉴욕 교포들이 많이 찾았다. 김 의원이 고향을 그리는 노래를 부를 땐 객석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동백아가씨’나 ‘가는 봄 오는 봄’ 등을 부를 땐 관객이 더 큰 목소리로 따라 불렀다. 이날 카네기홀은 한국 가요에 흠뻑 젖었다. 노래를 듣는 사람도 부르는 사람도 모두 울었다. 이유는 몰랐다. 단지 노래 몇 곡에 한 맺힌 세월로 상처 입은 가슴 한 구석이 시려왔을 뿐.

공연 주제는 ‘대중가요로 본 한국 근대사회의 발전상’이다. 한국의 과거와 당시에 가장 유행했던 가요를 통해 한국이 어떻게 성장해왔는지 이야기해주는 콘서트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마련된 공연은 1시간 반 동안 이어졌다. 모두 11곡이 소개됐다. 그중 8곡을 김 의원이 직접 불렀다.

이번 공연은 카네기홀 클래식음악 기획자가 직접 기획했다. 한국의 역사를 노래로 풀어보고 세계인이 함께 느껴보자는 취지다. 기획자는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을 지내고 예술의 전당 사장을 역임한 김 의원에게 공연을 부탁했다. 김 의원이 유학하는 동안 펴낸 ‘한국 대중가요의 정치사회학’이란 논문을 보고 부탁했다고 한다. 광복 이후 한국의 기쁘고 분노하고 슬프고 괴롭던 순간순간의 기억이 모두 대중가요에 녹아있단 내용이다. 저자가 문화 관료 출신에다 국회의원인데 노래까지 잘 불렀다. 기획자 입장에선 놓치기 쉽지 않은 공연이다.

김 의원은 어릴 때부터 노래를 좋아했다. 경남 남해에서 자란 김 의원의 4형제는 여름철 저녁이면 멍석에 둘러 앉아 별빛이 사라질 때까지 순서대로 돌아가며 유행가를 불렀다고 한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라디오에서 나온 노래만 듣고는 모든 가사를 찢어진 노트에 깨알같이 적어둘 정도로 노래를 좋아했다. 김 의원이 예술의전당 사장 시절에는 ‘노래하는 사장’으로 불렸고, 초청받는 강연마다 대중가요를 주제로 재미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곤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노래하는 정치인’까지 됐다.

그는 오랫동안 문화계 관료를 지내면서 한국의 문화에 대한 뚜렷한 소신을 밝혀왔다. “한국이 세계 주요 무역국으로 가파르게 성장해 경제대국이 되어도 문화 수준이 뒤쳐지면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차관 시절부터 문화산업에 대한 연구·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주장했다. 하지만 무형의 상품에 정부는 선뜻 투자하길 꺼려왔다. 김 의원은 “차세대 산업 중 문화상품이 분명히 세계 교역의 중심이 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정치인이 되면서부턴 관련 법안 제정에 주력했다. 지난해 대표발의한 문화기본법이나 생활체육진흥법이 대표적이다.

- 박상주 기자 park.sangjoo@joins.com

1312호 (2015.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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