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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라이선스 사업 벌이는 김형균 CK Stay 대표] “회원 1억명이 잠재 고객이죠” 

중국 1위, 세계 7위의 보타오그룹과 손 잡아 ... 금호그룹 중국통 출신 


▎사진:주기중 기자
9000만명의 회원을 거느린 중국 1위 호텔 체인의 한국 사업권을 ‘0원’에 따낸 사람이 있다. 호텔 라이선스 사업을 벌이고있는 김형균(56) CK Stay 대표 얘기다. 김 대표는 아시아나항공 중국본부장과 금호타이어 중국판매법인 사장을 두루 거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중국통 출신이다. 몇년 전 그룹이 산업은행 관리로 넘어가면서 20년 직장 생활을 접고 중국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살던 김 대표는 어느 날 유커의 숙박시설 부족을 지적한 기사를 봤다. 그는 무릎을 쳤다. 아시아나항공에서 일할 때 파악한 중국 관광객의 성향이 떠올랐다. 한국에서 보는 것과 달리 중국인 관광객의 성향은 빨리 변하고 있었다. 단체 관광객이 줄어들고 개별 자유여행객이 늘어나고 있었다. 중국인 600여만 관광객 중 단체관광객은 3분의 1에 불과하고 3분의 2는 자유여행객이다. 자유여행객은 스스로 비행편과 숙박시설을 예약하는데, 대개 젊은층이 많다. 중국인들은 특히 자국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 중국 숙박시설 예약 사이트를 주로 활용한다.

중국인은 자국 브랜드에 충성도 높아

김 대표는 이들을 타깃으로 사업을 벌이면 승산이 있다고 봤다. 중국 호텔 체인을 한국에 들여오면 그곳을 이용하는 중국 자유여행객이 많을 것으로 판단했다. 김 대표는 곧바로 중국 호텔 체인을 조사했다. 1위부터 5위까지 브랜드를 고른 뒤 한 곳 씩 만나보기로 했다. 5위는 국영기업이어서 제외했다. 4위는 전국 네트워크 및 인지도가 떨어졌다. 또 다른 곳은 한국 시장에 관심이 없어서, 다른 하나는 비즈니스 모델에 흥미를 못 느껴서 제외했다. 마지막 남은 보타오그룹은 올해 회원 수 1억명 돌파를 눈앞에 둔 중국 1위 호텔 체인이다. 세계 7위권이다. 직장생활만 하던 무일푼 한국인 사업가가 뭔가를 제안하기엔 벽이 높아 보였다. 하지만 보타오 측은 김 대표 제안을 받아들였다. 보타오도 당시 태국에 갓 진출하며 해외 진출을 모색 중이었다. 하지만 한국 시장까진 미처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

보타오그룹은 거짓말처럼 0원에 한국 사업권 일체를 김 대표에게 넘겼다. 김 대표는 중국인 특유의 화통한 성격 덕이라고 보지 않는다. “20년 동안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면서 알게 된 문화·철학 지식을 총동원해서 판단해보면 성격이 아니라 이재가 정확히 맞아떨어졌고, IT전문가인 보타오그룹 CEO의 사리판단이 젊기 때문”이라고 봤다.

김 대표는 한국 사업자 이름을 ‘CK Stay’로 정했다. 호텔이면서 스테이로 정한 이유는 ‘편안한 잠자리’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CK’ 역시 중의적 표현이다. ‘차이나-코리아’라는 양국 연계사업이라는 점과 ‘컴퍼터블 코리아(편안한 한국)’란 뜻을 담았다.

김 대표가 들고 오는 보타오 브랜드는 ‘아이유(iu)’다. 가수 아이유와 이름이 같지만 관련은 없다. 보타오그룹 기준으로 비즈니스 호텔 브랜드의 밑단인 ‘치톈(7days)’보다 한 단계 높은 브랜드다. 보타오가 처음 호텔 체인을 만들 무렵에 만든 브랜드 치톈은 저렴한 호텔을 지향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나 중국인들의 소득이 늘고 취향이 고급화되자 한 단계 높은 브랜드가 필요했다. 그에 맞춘 게 아이유다. 18~35세 중 여유롭게 한국 여행을 즐기려는 층을 타깃으로 한다. 3~5년이 더 지나면 이보다 더 고급 브랜드도 한국에 들여올 계획이다.

김 대표는 현재 서울에 4곳, 지방에 2곳의 호텔과 구체적인 계약을 진행하며 조건을 조정 중이다. 내년 초엔 한국에서도 아이유 호텔을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 사업성을 문의하는 호텔 사업자는 전국에 걸쳐 상당히 많다. 가맹 대상은 60~200실 사이 규모의 비즈니스 호텔이다. 이보다 큰 호텔의 경우 그에 맞는 보타오 브랜드를 따로 제시할 예정이다. 보타오의 브랜드는 14개나 된다.

CK Stay는 아이유 호텔의 위탁경영을 담당한다. 가맹 호텔을 받아 보타오의 설비 기준에 맞춰 호텔을 리모델링하는 데서 시작한다. 한국인 매니저를 중국 현지에 보내 교육을 수료시킨 뒤 합격점을 받으면 가맹 호텔에 배치한다. 호텔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CK Stay가 경영하고 이익을 배분하는 식이다.

강점은 중국 관광객 모객이다. 중국 현지에서 한국의 아이유를 예약하고 들어오는 자유여행객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보타오는 다른 인터넷 예약 사이트와 달리 이들 여행객에 대해 가맹 호텔로부터 수수료를 일절 받지 않는다. 호텔 입장에선 수익률을 높일 기회다. 위탁경영 수수료율도 북미나 유럽계 호텔 체인에 비해 저렴하다. 한국인 지배인을 배치하기 때문에 서구 브랜드에 비해 인건비도 적게 든다.

- 박상주 기자 park.sangjoo@joins.com

[박스기사] 보타오그룹은 어떤 회사?

벤처로 출발해 10년 만에 중국 1위

2005년 시작된 보타오그룹의 원래 이름은 ‘치톈(七天)’이다. 주 7일 매일 자는 호텔이란 의미로 영어론 ‘Seven Days’라고 쓴다. 호텔 체인 업종이라고 하면 대개 거대 자본을 가진 자본형 기업을 떠올리기 쉽다. 치톈은 이와 달리 온라인 벤처기업에서 시작했다. 치톈은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1호 체인점을 연 이후 3년 연속 400%에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중이던 2009년에도 고속 성장을 지속했다. 이와 비슷한 호텔 브랜드가 중국에만 20여개가 넘는다. 하지만 후발주자인 치톈은 이들을 모두 넘어서며 현재 중국 1위에 등극했다. 올해 말이면 회원 수가 1억명을 넘길 전망이다. 치톈 체인호텔그룹은 2009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중국 호텔 기업으론 처음이다. 모건스탠리와 씨티은행그룹이 기업상장(IPO)을 주관하면서 융자금액만 1억 달러를 넘겼다.

창업자는 중국 시트립이란 인터넷 여행사 마케팅 담당 부사장이던 정난옌이다. 그는 하버드대학 방문학자를 마치고 돌아온 엔젤 투자가 허보취안과 의기투합해 치톈을 설립했다. 치톈의 목표는 ‘저렴하지만 편안한 수면’이다. 사업 초기 1박당 200위안 미만으로 저렴한 호텔로 인지도를 높이며 회원을 늘리기 시작했다. 사업이 성장해도 저가격 정책은 계속됐다. 호텔 외관을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고 로비도 간소하게 꾸몄다. 스포츠와 오락시설을 없애면서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는 데 힘썼다. 1인실 면적을 20평방미터 정도로 줄이는 대신 더 많은 객실을 확보해 가성비를 높였다. 객실 창문을 작게 만들고 실내 장치와 가구를 모듈화했다. 하지만 편안한 수면이 목적인 만큼 침대는 고급 제품으로 마련했다.

정난옌의 주요 전략은 전자상거래였다. 인터넷을 통한 실시간예약 플랫폼을 만들고 회원제를 추진했다. 회원카드를 통해 간단하고 편리하게 예약과 객실을 활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온라인 호텔 예약 선두주자로 부상하면서 글로벌 호텔 체인업계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고급 브랜드도 하나 둘 출시했다. 14개 브랜드로 확장하면서 사명을 치톈에서 보타오그룹으로 바꿨다. 해외 진출은 동남아부터 시작하고 있다. 동북아시아는 김형균 대표를 통해 처음 발을 내딛는다.

1312호 (2015.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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