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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치열해지는 택배 전쟁] 모바일이 미는 배달의 시대 

국내 시장 규모 4조원 돌파 전망 … 가격·서비스 경쟁 격화 

모바일이 불과 몇 년 만에 가장 강력한 쇼핑 플랫폼으로 떠올랐다. 최근 부는 간편결제 붐까지 감안하면 모바일 전성시대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덩달아 택배산업도 쑥쑥 크고 있다. 국내 시장 규모는 올해 4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글로벌 공룡기업들이 속속 시장에 뛰어들고, 세계 3대 배송 업체인 페덱스가 네덜란드 물류사 TNT익스프레스를 인수하기로 하는 등 합종연횡도 활발하다. 시장은 커졌지만 치열해진 경쟁 탓에 수익성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소셜커머스가 자체 배송을 강화하고 나선 것도 업계로선 부담스럽다. 쑥쑥 크는 택배산업의 명암을 집어봤다.

▎대전 대덕구 문평동의 CJ대한통운 대전허브터미널. 아시아 최대 규모의 시설을 자랑하는 이곳은 하루 평균 100만개 이상의 택배 물량을 처리한다. / 사진:중앙포토
딱 24시간. 소비자들이 알리바바에서 무려 912억 위안(약 16조5000억원)어치의 물건을 사는 데 걸린 시간이다. 11월 11일 열린 중국 최대 쇼핑이벤트 ‘광군제(光棍節·솔로데이)’의 파워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12시간도 안 돼서 지난해 판매액(571억 위안)을 넘어섰다. 전 세계 180여 개국에서 물건을 구매했고, 한국·미국·일본 등 25개 국가, 5000여 브랜드가 행사에 참여했다. 중국 구매대행 업체가 호주산 유기농 분유 ‘벨라미스’를 싹쓸이하는 바람에, 정작 호주 엄마들이 분유를 구하지 못해 안달했다고 하니 이제는 세계적인 쇼핑이벤트라고 불러도 될 듯하다. 규모로도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추수감사절)나 사이버 먼데이(추수감사절 연휴 후 첫 월요일) 행사의 약 10배다.

알리바바는 912억 위안의 매출을 오직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창출했다. 특히 모바일의 비중이 2014년보다 158%나 증가했다. 총 거래액의 68.6%인 626억 위안이 모바일 거래였다. 광군제의 흥행이 주목 받는 이유는 단순히 많이 팔려서가 아니다. 쇼핑 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모바일 포함)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줬기 때문이다. 파는 사람 입장에서 오프라인이나 온라인은 플랫폼이 완전히 다르다. 오프라인에서 제품 가격에 임대료를 넣었다면, 온라인에선 임대료 대신 배송료를 넣는다. 직접 사러 온 사람들은 제품을 가지고 돌아가지만, 온라인은 집까지 보내줘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광군제에서는 화물 비행기 200대, 화물 차량 40만대, 170만명의 배달원이 동원됐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O2O(Online to Offline)’ 비즈니스가 성장하고, 오프라인은 ‘쇼룸’ 형태로, 실제 판매는 ‘온라인’에서 하는 새로운 유통 모델이 대세로 자리를 잡을수록 ‘택배(宅配)’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배달의 왕국’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이 24시간 편의점과 함께 가장 신기해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독특한 배달 문화다. 전화 한 통이면 뭐든지 눈 앞으로 가져다 주니 그럴 만하다. 이런 나라에서 택배가 발달한 건 당연하다. 한국은 주문부터 배송까지의 과정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이뤄지는 나라다. 최근엔 ‘당일 배송’까지 등장했다. 좁은 국토도 한몫했지만,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욕구를 서비스 포인트로 삼은 택배 업체 간 경쟁도 큰 이유다.

화물 차량 40만대, 배달 기사 170만명 동원된 광군제

국내에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택배업이 태동한 건 1990년대 초반이다. 2000년대 초반 홈쇼핑과 온라인 쇼핑몰이 급부상하면서 크게 성장했다. 그러다 온라인 쇼핑이 정체기에 진입하자 택배사업도 주춤했다. 매출 정체와 이익 감소라는 이중고에 시달렸다. 바로 그 때 소셜커머스가 단비처럼 등장했다. 모바일의 간편함과 화끈한 이벤트를 앞세운 소셜커머스의 등장은 유통 업계 지형을 뒤흔들었다. 온라인 기반의 오픈마켓도 모바일로 무게 중심을 옮겼고, 지난해엔 처음으로 모바일쇼핑 매출액이 홈쇼핑 매출액을 추월했다. 2010년 100억원에 불과했던 소셜커머스는 지난해 5조원대 시장으로 급성장했다. 소셜커머스 매출(2014년)의 60%는 모바일 기반이다. 핀테크의 활성화로 결제 환경이 더욱 간편해질 것이란 점까지 고려하면 모바일 쇼핑 전성시대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여기에 해외직구 붐까지 불었으니 당연히 택배 업체의 일거리가 많아졌다. 2009년 10억8000만개였던 국내 택배물량은 지난해 16억2000만개로 늘었다. 택배시장 전체 매출도 지난해 3조9800억원으로 증가했다. 전년 대비 6.4% 늘어난 수치다. 양적으로는 확실히 커졌지만 어두운 면이 없지 않다. 일단 매출은 늘었지만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된 탓에 수익성이 좋지 않다. 가격뿐만 아니라 서비스 경쟁도 치열하다. 택배 기사나 물류센터 직원들의 열악한 근로환경 역시 문제다. 하루 12시간씩 중노동을 하면서도 박봉과 박대에 시달린다. 그러니 일할 사람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직종별 인력수급불일치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산업군 중에서 미충원율이 가장 높은 직종은 ‘운전 및 운송관련업’이었다. 무려 33%에 달했는데 택배나 택시·버스 등 운송회사들은 10명을 채용하려다 7명도 채 구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택배 때문에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회 갈등도 심각한 단계에 왔다. 소비자는 서비스에 불만을 갖는데, 기업은 비용 절감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어 해결이 쉽지 않다.

멀리 보면 글로벌 경쟁도 각오해야 한다. 택배산업의 가파른 성장세는 우리만의 일이 아니다. 전 세계 기업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저성장으로 몸살을 앓는 상황에서 성장이 보장된 산업이 있다면 어디라도 뛰어들어야 할 판이다. 물론 택배는 물류산업 중에서도 자국 프리미엄이 강한 분야다. 항공·해운과 달리 육상 물류는 막대한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를 상대로 한 택배업은 더욱 그렇다. 그래서 전 세계 주요국 택배시장을 보면 대부분 자국 기업이 자국 안에서 경쟁한다.

소셜커머스 매출의 60%는 모바일 기반

규모상 우리 기업이 택배를 무기로 해외에 진출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러나 중국 기업 입장에선 한국에 매력을 느낄 만하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중국 택배 업체는 한국에 지사나 사무소를 따로 설치할 필요가 없다. 국내 소비자를 상대로 직접 택배 서비스를 할 가능성은 작지만, 한국에서 미국·일본·동남아 등으로 보내는 국제 택배 시장은 노릴 만하다. 실제로 중국 9대 택배 업체 중 하나인 순풍은 2011년 한국에 지사를 설립했고, 원통 역시 CJ대한통운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한국 진출을 준비 중이다. 손을 잡든, 방어를 하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ins.com

1313호 (2015.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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