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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공룡들이 택배업에 사활 거는 이유는] “택배업은 현대 서비스업의 다크호스” 

월마트·알리바바 등 미래 택배업 강화 … 택배 기업 간 합종연횡도 활발 

이창균 기자 lee.changkyun@joins.com

▎미국 뉴저지의 한 물류센터.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택배업은 미국에서도 그 중요성이 한층 커졌다. / 사진:중앙포토
미국의 경제 전문 매체인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지난 9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 50곳(The 50 most powerful companies in America)’을 선정해 보도했다. 지난해 매출 등 실적과 종업원 수, 온라인에서 언급된 횟수 등 여러 가지가 고려됐다. 이 기사를 보면 택배산업이 해외에서 얼마나 ‘막강한 영향력’이란 개념 안에 포함돼 있는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다. 1위로 선정된 월마트 외에도 타겟(2위), 아마존(4위) 등 상위권에 포진한 기업들이 택배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 중이다. 이들은 마이크로소프트(5위), 애플(7위), 제너럴모터스(9위), IBM(10위) 등 세계적 제조사보다 영향력이 큰 기업으로 꼽혔다. 택배 전문 기업인 UPS(8위)와 페덱스(29위)도 내로라하는 기업들 사이에서 당당히 상위권에 자리했다.

이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의 대형마트 체인인 월마트는 지난 2011년 미국 일부 지역에서 ‘월마트투고(Walmart To Go)’란 이름의 온라인 배송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택배업에 뛰어들었다. 당시만 해도 아마존 등 온라인 쇼핑몰이 식료품 할인 경쟁에 나서면서 매출이 감소하자 짜낸 고육지책에 가까웠지만, 쇼핑의 중심 채널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이제 택배업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10월 2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월마트는 최근 미국 연방항공청(FAA)에 상업적 목적의 무인항공기(드론) 시범 운행을 허가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미래형 택배업에 뛰어들 채비를 했다. 댄 포토렉 월마트 대변인은 “소매점과 배송 센터, 처리 센터 등을 연결해주는 거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드론이 도움을 줄 것”이라며 “월마트와 5마일 이내 떨어진 미국 고객들이 새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택배업 강화로 분위기 반전 노린 월마트


▎중국 알리바바는 매년 11월 11일(현지시간) 광군제(光棍節)마다 대대적 할인행사를 펼쳐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특히 글로벌 물류사와 제휴해 국내외 배송을 강화했다. 사진은 지난해 광군제 때 본사 전광판으로 매출이 실시간 집계되는 모습. / 사진:중앙포토
이 또한 격화된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의 하나다. 월마트는 올해 들어 온라인 유통 업체인 아마존에 미국 유통 업체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주는 등 고전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아마존은 약진 과정에서 ‘유통계의 혁명’이라 불릴 만큼 파급력이 큰 배송 서비스를 선보여 기존 판세를 뒤집으며 월마트를 긴장시켰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차에서 내리지 않고도 미리 주문해 둔 물건을 수령할 수 있게 하는 드라이브스루(Drive- Through) 서비스 등 차별화한 배송 서비스가 그것이다. 아마존은 물류창고에서 30분 이내 거리에 드론으로 물건을 배송하는 프라임에어(Prime-Air) 서비스 추진으로도 업계를 긴장시켰다. 월마트로서는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 최대 규모의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도 택배업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일찌감치 그에 맞게 사업을 키워왔다. 특히 최근 세계적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해외 ‘직접구매(직구)’ 특수를 톡톡히 누리려는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11월 11일(현지시간) 중국 광군제(光棍節)다. 이날은 중국에서 홀아비나 독신자 등을 기리는 날로 미국 최대 쇼핑시즌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처럼 대대적 할인행사가 이어진다. 2009년 광군제를 맞아 알리바바가 자회사인 타오바오몰을 통해 대대적 할인행사를 시작한 것이 계기였다.

올해는 중국 외 25개국에서 3만여 브랜드 600만여 제품이 이날 할인행사에 참가해 그야말로 대성황을 이뤘다. 배송 물량만 약 7억6000만 건에 달했다. 이를 배송하는 데 동원된 인원이 170만명, 차량 40만대, 항공기 200대였다. 알리바바는 직구 사이트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중국뿐 아니라 세계 200개국에서 직접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독일의 DHL 외에도 페덱스 등 세계 49개 글로벌 물류사와 제휴하는 등 사전 준비를 철저히 했다. 그 결과 지난해 광군제 때 온종일 발생한 해외 거래액을 올해는 행사 시작 1분45초 만에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알리바바는 이날 하루만 전년 대비 60% 증가한 912억 위안(약 16조5000억원)어치 제품을 판매했다.

페덱스, 세계 4위 배송업체 TNT 인수 추진


▎매년 세계 최대 규모 물동량을 기록하는 DHL은 한국에서도 1977년 국내 최초 국제 특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 사진:중앙포토
글로벌 기업들이 택배업 강화에 너도나도 사활을 거는 중요한 이유 또 한 가지는 알리바바의 경우처럼 해외 직구의 위력을 실감해서다. DHL, UPS와 함께 세계 3대 배송 업체인 페덱스는 지난 4월 네덜란드 물류사 TNT익스프레스를 44억 유로(약 5조20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세계 4위 배송 업체인 TNT는 유럽 배송 시장에서 2013년 기준 12%의 시장점유율로 DHL(19%), UPS(16%)에 이은 3위였다. 5%의 점유율로 유럽에서는 4위에 그친 페덱스로서는 TNT를 인수해 일거에 유럽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페덱스의 TNT 인수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이를 승인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내년 상반기 중 완료될 전망이다.

이런 인수 배경에 대해 관련 업계는 해외 직구 등의 전자상거래가 세계적 추세로 자리 잡으면서, 페덱스가 세계적 규모로 배송망을 재정비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음을 실감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급성장 중인 전자상거래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TNT를 인수하려 한다는 얘기다. 미국의 시장조사전문기관인 이마케터(eMarketer)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1조3160억 달러(약 1440조원)에 달했다. 2018년에는 3000조원 규모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소량 배송을 선호하는 전자상거래 소비자들과 눈높이를 맞추려면 TNT 인수가 지름길일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경쟁사인 DHL은 최근 수년간 유럽 내 전자상거래 관련 매출에서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갈 만큼 강세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에 대해 ‘외국 기업이 (해외에서 들어와) 처음부터 소량 수송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면 많은 비용이 든다’며 ‘페덱스의 TNT 인수가 유효해지면 세계 배송 업계에서 이 같은 M&A 시도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신문의 지적대로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소비자들은 해외 기업보다 해당 지역의 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유럽에서 소형 물류 수송 사업을 강화해온 TNT를 얻게 되면 페덱스로서는 유럽 전자상거래 시장 공략에 탄력을 받게 된다.

인구대국 중국은 택배대국

최근 해외 택배산업 동향을 더 면밀히 들여다보려면 중국을 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인구가 많은 만큼 택배시장도 전자상거래 시장도 가장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나라다. 중국 국가우정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전체 택배 물량은 139억6000만 건으로 미국을 능가하는 세계 1위 택배 대국이다(미국 UPS가 지난해 세계 220여개국에서 배송한 소포와 서류가 도합 48억 건 정도이니, 중국 시장이 얼마나 방대한지를 알 수 있다). 일일 최대 택배 물량은 1억 건. 2000년에는 전체 택배 물량이 1억 건이었다. 올해는 200억 건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15년 사이 200배로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중국이 택배업으로만 거둔 수익은 2040억 위안(약 38조원)으로 전년 대비 42%나 증가했다. 알리바바 외에도 징둥상청(京東商城) 등의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급성장하면서 택배 주문량이 급증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2013년부터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한 중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은 지난해 기준 16조4000억 위안(약 3000조원) 규모인데, 이 가운데 90% 이상이 택배를 통한 상품 판매로 이뤄졌다. 이러다 보니 중국에는 택배 업체만 1000곳이 넘는다. 민영 기업 가운데는 순펑(順豊) 택배와 신퉁(申通)택배, 웬퉁(圓通)택배 등이 상위권이다.

중국 정부도 내수 진작과 물류망 확충 차원에서 택배업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택배업과 인터넷 구매의 발전이 중국의 거대한 소비 잠재력을 일깨울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택배업은 현대 서비스업의 다크호스”라며 중국 국무원 회의에서 두 차례나 택배업 발전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국무원은 지난 10월 26일 ‘택배산업 발전 촉진을 위한 의견안’을 내고 2020년까지 연간 택배 물량 500억 건, 택배 시장 규모 8000억 위안 돌파 등의 목표를 제시했다. 또한 48시간 내 배송의 일상화, 배송 지역 확대, 택배 기술 선진화, 택배 서비스 수준 제고, 택배 기업의 자금 조달을 위한 자본 진입과 투자 장려 등의 방침을 전했다. 향후 중국에서 택배업이 한층 성장하리라 예상해볼 수 있는 이유다.

중국은 시장이 방대한 만큼 택배 시스템도 흥미롭다. 우선 한국 등 여느 나라와 달리 일요일에도 배달한다. 땅덩이가 넓다 보니 큰 기업 외에 대부분의 택배 업체들은 가맹점 형태로 지역 서비스센터를 만들어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중앙 물류센터에서 지역별로 물류를 구분한 뒤 지역 서비스센터에 가져다 주면 이곳에서 수신인에게 연락한다. 집까지 배송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주로 지역 서비스센터에 직접 찾으러 오라는 의미다. 집에서 받으려면 추가로 비용을 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항공 택배도 발달했다. 육송에 비해 요금은 2배가량이지만 훨씬 빨리 받아볼 수 있어 급한 경우 유용하다.

택배업 발전에 사활 건 중국 정부

급성장 중인 중국의 택배시장이지만, 그러다 보니 아직 보완할 부분도 많다. 한국에 비해 배송 속도가 많이 느리다. 중국 정부가 ‘48시간 이내’ 배송의 일상화를 이루겠다고 선언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지난해 광군제 때는 택배 물량이 폭증하는 과정에서 일부 소비자들이 주문 2주 후에야 물건을 받는 등 대란이 일어났다. 배송 사고는 예삿일이고 택배를 악용한 범죄마저 들끓는다. 특정인에게 앙심을 품은 범죄자들이 택배 업체를 통해 폭발물을 보내 사상(死傷)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발송인이 신분증을 제시하고 신분증 번호 등 정보를 등록해야만 물건을 보낼 수 있게끔 택배실명제를 법제화, 올해 11월부터 시행했다.

- 이창균 기자 lee.changkyun@joins.com

[박스기사] 그들이 수익을 내는 방법은 - 압도적 물동량(DHL) vs 빠른 배송(페덱스)

세계를 주름잡는 글로벌 택배 기업들은 저마다 특색을 갖추고 수익을 올리고 있다. DHL은 세계 방방곡곡에 배달하는 이미지로 기업을 키웠다. 물동량이 타사를 압도하며 물류 전체 부문에서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후발주자이자 DHL의 라이벌인 페덱스는 이에 맞서 창립 초기부터 가장 빠른 배송을 강조했다. 항공 특급배송(특송)으로 유명해진 페덱스는 밤샘 배송이란 단어를 소비자들에게 각인시켰다.

DHL은 1969년 미국에서 샌프란시스코와 호놀룰루를 오가는 문서 전달 업체로 출범했다. 1977년 소화물 배송 사업에 진출하는 등 1970년대 후반 들어 세계 각지로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화물 특송에서는 후발주자였지만 기존의 문서 전달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업을 키웠다. 1980년대 들어 물동량이 크게 늘면서 전성기를 열었다.

이후 2002년 독일의 도이치포스트가 DHL 지분을 모두 인수하면서 독일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났다. DHL은 미국 내 특송 사업을 과감히 포기하되 다른 세계 시장 공략에 주력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페덱스는 1980년대 미국 시장을 장악하면서 DHL에 포문을 열었고 지금은 미국에서 DHL보다 우위에 있다. 2000년대를 전후로 인터넷과 전자메일이 활성화하자 인터넷 기반의 재고 관리, 온라인 발송, 주문 처리 등이 가능한 e-비즈니스패키지(e-Business Package)를 발 빠르게 도입하면서 성장세를 이었다. 빠른 배송을 강조하는 업체답게 2010년 보잉 777F 항공기를 항공 특송에 도입, 중국 동부 지역에 2시간 단축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호응을 얻었다. 두 회사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쌍두마차로 세계 택배 산업의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

1313호 (2015.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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