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보다는 기능 강화, 신작보다는 속편허니 열풍을 이끈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은 기존 감자칩에 꿀을 함유한 것에서 비롯됐다. 감자칩이라는 너무도 익숙한 과자에 꿀을 넣는 아이디어로 ‘완판 행진’을 이어갔다. 꿀맛 과자가 인기를 끌자 꿀을 넣은 다양한 식음료와 화장품이 등장했다. 인터넷 상에서도 ‘재미있다’와 꿀을 결합해 ‘무척 재미있다’는 뜻의 ‘꿀잼’ ‘허니잼’ 등 신조어가 생겨나며 허니 열풍을 실감하게 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연동한 결제 방식인 ‘삼성페이’도 기존 제품에 새로운 서비스를 추가한 예다. 스마트폰에 삼성페이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고 신용카드를 등록하면 결제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 큰 인기를 끌었다.2011년 본지가 꼽은 히트상품 중 하나가 카카오톡이었다. 이전까지 문자나 전화 중심이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메시지 전달 기능에 충실했던 초기와 달리 이제는 안정적인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쇼핑·게임·결제 등 다양한 기능을 갖췄다. 그중 가장 돋보인 서비스가 ‘카카오택시’다. 카카오택시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택시 호출 앱이다. 지난 3월 출시 후 6개월 만에 누적 호출 건수 2000만 건을 돌파했다.경제 발전이 한창이던 1980년대를 조명한 [응답하라 1988]를 비롯해 향수를 자극하는 속편의 활약도 대단했다. [스타워즈] [쥬라기 월드]와 같은 할리우드 영화 시리즈 속편이 개봉돼 전편 못지 않은 흥행 성적을 거뒀다. 문화 콘텐트 생산에서도 모험보다는 안정을 택한 움직임이 뚜렷했다. 유통 업계에서도 복고 제품의 출시가 잇따랐다. 롯데제과는 1980년대 당시 제품 디자인을 재현한 초콜릿 패키지를 내놨고, LS네트웍스는 운동화 브랜드의 30년 전 인기 모델을 재출시했다.1인 가구의 증가는 히트상품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일상적으로 혼자 밥을 먹거나(혼밥족) 집에서 나홀로 술을 마시는 사람(혼술족)이 늘면서 이들을 겨냥한 콘텐트와 제품이 관심을 끌었다. 그동안 혼밥족의 주요 메뉴는 편의점 도시락이나 배달음식 등 간편히 끼니를 때울 수 있는 음식이 대부분이었다. 올해는 달랐다. 이왕 먹는 밥, 혼자라도 맛있고 건강하게 먹어야 한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요리하는 방송 ‘쿡방’을 통해서다. 가벼워진 주머니 사정 탓에 외식을 줄인 대신 쿡방을 보고 손수 요리하는 즐거움을 흠뻑 빠진 것이다.술값이 부담스러워 홀로 독한 소주만 들이키던 애주가들에게는 다양한 리큐르의 등장이 반가운 한 해였다. 집에서 와인 한 잔 하듯 가볍게 마시기 좋은 과일맛 소주가 주류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청년층과 젊은 여성의 인기를 끌며 전체 소주 소비량을 늘린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예년의 히트상품 트렌드가 불황 속 작은 행복을 찾는 데 맞춰졌다면 올해는 장기화된 어려움에 오히려 단련된 모습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과거를 그리워하다가도 실용적인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손수 만든 집밥과 달콤한 술 한 잔으로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었다. 그렇게 또 한 해가 저물고 있다.- 허정연 기자 hur.jungyeon@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