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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0대 그룹 성장전략은] 구조조정 한파 속 ‘미래 먹거리 찾기’ 골몰 

삼성 바이오·스마트카... 현대차 친환경차 투자 확대... LG는 에너지솔루션 육성 

국내 대표 기업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이대로면 무너진다’는 위기감 속에 너나 할 것 없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정부 압박에 마지 못해 하는 ‘시늉’이 아니다. 비핵심 사업을 잘라내고, 계열사를 통폐합하고, 대규모 인력 감축을 단행하는 등 체질 개선이 한창이다. 아직은 불확실한 미래 먹거리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재계 구조조정은 삼성그룹이 주도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주창한 ‘뉴(New) 삼성’에서 시작한 변화다. 전자를 중심으로 한 IT·금융 그리고 바이오가 뉴 삼성의 3각 축이다. 최근 신사업으로 눈에 띄는 것은 ‘스마트카’로 불리는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이다. 삼성SDI는 독일의 대표적인 자동차 제조사 아우디와 차세대 전기 SUV를 공동개발하기로 했다. 삼성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지목한 바이오 제약 부문 투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은 2020년까지 바이오 분야에서 1조8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삼성은 12월 21일 인천 송도경제자유구역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2018년 9월 제 3공장까지 완공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산 규모 36만 L의 세계 최대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시설을 갖추게 된다. 규모에서 경쟁업체인 스위스 론자(26만 L), 독일 베링거잉겔하임(24만 L)을 제치게 되는 것이다.

SK는 반도체 투자 확대


▎박근혜 대통령이 12월 21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 기공식장에 입장하고 있다. 그 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현대·기아차는 한 우물 전략이다. 주력인 자동차산업의 기술력을 좀 더 강화하기 위한 장기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완성차 품질 경쟁력 향상과 미래 성장동력 확충, 브랜드 가치 제고, 자동차 중심의 그룹사 간 시너지 효과 극대화가 과제다. 현대·기아차는 친환경·스마트 분야 미래 핵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2018년까지 8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전체 투자액의 76%는 국내에 집중해 건설과 물류 등 자동차산업의 연관 부문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미래 핵심 사업은 친환경차다. 2018년까지 총 11조3000억원을 투입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전용모델, 수소연료전지차 추가 모델 등 다양한 친환경차를 개발한다는 목표다. 또한 모터·배터리 등 핵심 부품 관련 원천기술을 확보해 친환경 브랜드로 변신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SK그룹은 반도체 생산설비 확충에 주력하고 있다. 뒤늦게 뛰어든 반도체 사업을 주력으로 미래 시장을 주도하겠단 계획이다. SK그룹은 2016년 본격 생산에 들어가는 SK하이닉스 M14 공장 외에 총 46조원을 투자해 두 개의 반도체 공장을 더 구축할 계획이다. M14 구축에는 15조원, 나머지 두 공장의 구축에는 31조원을 투자한다. 새로운 공장은 경기도 이천과 충청북도 청주에 각각 만든다. 바이오 시장에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SK케미칼은 백신 주권 확보를 위해 2008년부터 인프라 구축과 연구개발에 약 4000억원을 투자해왔다. 세포 배양 독감 백신을 비롯한 프리미엄 백신 개발에 몰두 중이다. 2012년 경북 안동에 백신공장을 완공했으며, 혈액제 공장도 설립 중이다.

LG그룹은 에너지솔루션, 친환경 자동차 부품을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정하고 집중 육성 중이다. 2014년에만 친환경 자동차 부품에서 3조5000억원, 에너지솔루션에서 2조7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해 출발이 좋다. 에너지솔루션 사업은 완결형 밸류 체인을 완성했다는 평가다. 친환경 자동차 부품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LG전자는 스마트카 부품과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부품을,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LG이노텍은 LED와 센서 등에 각각 주력 중이다. LG화학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 20여 곳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중국 남경에 전기차 5만대를 생산할 배터리 공장을 준공했다. 이에 따라 충북 오창과 미국 홀랜드, 남경의 3각 체제를 본격 가동하게 된다.

롯데그룹은 옴니채널을 유통 부문 신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다. 옴니채널이란 온라인·오프라인·모바일 등 소비자를 둘러싼 모든 쇼핑채널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마치 하나의 매장을 이용하는 것처럼 느끼도록 만드는 전략이다. 2014년 3월 검토를 시작한 옴니채널은 2015년 말까지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닷컴 등을 포함한 19개 관계사를 아우르고 있다. 관광·서비스 부문은 해외 진출에 주력할 방침이다.

GS그룹은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 선택과 집중을 통한 사업 구조조정 등에 주력할 예정이다. 새로운 영역으로의 진출을 모색하는 단계다. GS칼텍스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을 활용, 복합소재를 개발하는 등 미래 성장동력이 될 신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주로 산업계 소재 경량화를 이끌 탄소섬유가 대상이다. 정유·석유화학제품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찌꺼기인 피치를 원료로 탄소섬유를 제조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금속으로 만드는 자동차 차체·부품을 탄소섬유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장기 목표다.

현대중공업은 다이어트에 나섰다. 미래 사업을 논하기 전에 주력 사업 보호를 위한 구조조정부터 해야 할 처지다. 장기간 이어진 불황으로 실적 악화가 큰 문제로 대두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2015년에만 1000여 명에 달하는 직원을 내보냈다. 현대중공업은 사업대표 책임경영 체제를 시작해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묻고 주력 사업인 조선 분야를 키울 계획이다.

두산그룹 다시 소비재에 주목

2013년 지주회사인 한진칼을 설립해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한 한진그룹은 각 사업 부문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한항공의 하늘길, 한진해운의 바닷길 추가 확보가 과제다. 대한항공은 차세대 항공기 도입, 신규 시장 진출, 미래 신사업 개발 등을 과제로 삼고 있다. 2012년 이후 잠시 주춤했던 신규 노선 취항을 2016년에는 더욱 늘릴 예정이다. 한진그룹이 신성장 동력으로 무인항공기 체계 개발사업에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한화그룹은 태양광 사업이 흑자를 내기 시작하면서 고무된 분위기다. 한화큐셀은 2015년 3분기 4938억원 매출에 466억 원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한화큐셀은 현재 충북 진천에 1.5GW 급 태양광 셀 공장을 짓고 있다. 충북 음성엔 250MW 규모 태양광 모듈 공장을 추가로 지었다. 최근에는 미국 2위 에너지기업 넥스트에라에 태양광 업계 사상 최대인 1.5GW(약 1조원) 규모 태양광 모듈 공급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한화는 삼성의 방산과 화학 사업을 인수하면서 방위사업과 석유화학 부문에서 글로벌 선두권에 진입한다는 목표다.

두산은 다시 업종을 전환 중이다. 중공업의 대명사였던 두산은 최근 면세점 특허를 따내면서 소비재 쪽으로 사업구조 변화를 시도 중이다. 중공업은 두산그룹이 20년간 주력으로 삼아왔던 분야다. 하지만 중공업 계열사들이 한꺼번에 어려움에 처하면서 한계를 드러내자 그룹 전반이 유통 쪽으로 사업포트폴리오를 다시 짜고 있다. 면세점 사업을 시작할 동대문 두산타워를 중심으로 박용만 회장 사재 100억원과 그룹자금 100억원을 합해 동대문미래창조재단을 출범시킨 것도 사업의 주력을 바꾸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중공업 비중은 줄이고 있다. 두산은 방위산업 계열사인 두산DST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 박상주 기자 park.sangjoo@joins.com

1317호 (2016.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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