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전미경제학회에서 본 2016년 세계 경제 

 

왕윤종 SK경영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해마다 1월 초 열리는 전미경제학회(AEA) 연례 총회를 다녀왔다. 경제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을 포함해서 쟁쟁한 학자가 모여 3일 간 열띤 발표와 토론을 벌였다. 이름만 들어 봤던 학자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경제학의 새로운 조류와 학문적 진보를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단순히 학술 토론에만 주목하지 않았다. 2016년 세계 경제의 향방을 놓고 다양한 목소리를 냈다.

첫째, 지난해 말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을 시발로 해서 미국 경제가 회복되는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대 미문의 양적완화 조치가 취해졌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비정상의 정상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미국경제의 취약성을 주장하는 이들은 미국이 그리고 세계 경제가 장기 침체의 늪에서 빠져 나왔다는 증거를 확신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여전히 민간투자가 부진하고 중산층이 붕괴되면서 유효수요를 지탱해줄 힘이 부족하다는 진단에 대부분 동의했다. 다만, 해결책을 놓고 석학들의 입장은 달랐다. 마틴 펠트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이 이제는 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고 국가부채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달리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오히려 글로벌 불황에 대한 기존 진단과 처방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교육과 보건, 그리고 금융의 사회적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보수 성향이 강한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는 미국 경기 침체의 핵심 원인은 생산성 하락이고, 구조개혁만이 그걸 해결할 수 있다며 구조적 장기 침체(secular stagnation)론을 일축했다.

둘째,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의 위험에 대한 많은 연구 발표가 있었다. 신흥국의 위기가 다시 찾아 올 것이라는 결론이 주를 이뤘다. 다만, 신흥국의 위험도도 차별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와 달리 신흥국들이 외환보유액을 많이 보유하고 있고, 은행 중심의 국제 자본 이동보다는 주식과 채권 등 포트폴리오 자금의 이동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였다. 과도한 기업부채가 가장 큰 위험 요인이 될 것으로 보았다.

셋째, 자본자유화는 바람직한 것이라는 신화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심지어 국제통화기금(IM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올리비에 블랑샤드조차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국제 자본 이동의 변동성을 줄이려면 외환시장 개입과 거시건전성 규제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직접적인 자본 통제에 대해서는 많은 경제학자가 지지하지 않았지만 국제 자본 이동은 과거 이론에 따라 예측하기 어려우며, 시장심리라는 전혀 예측 불가능한 요소에 따라 움직인다는 행태금융학(behavioral finance)이 각광을 받았다.

넷째, 중국 관련 세션이 많이 열렸다. 특히 중국 위안화의 SDR 편입 결정으로 위안화가 언제쯤 국제통화로 부상할 것이냐에 대해서도 열띤 토론이 있었다. 중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중국뿐만 아니라 선진국 시장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과도한 유동성이 공급된 결과 일정 부분 거품이 끼여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013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미국 주식시장이 강한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 왕윤종 SK경영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1319호 (2016.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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