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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경쟁력 얼마나 될까?] 아직도 소녀시대? 세대교체 절실 

아이돌 댄스그룹 일변도 벗어나야 ... 카카오 “멜론은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 

함승민 기자 ham.seungmin@joins.com

▎일본 도쿄 ‘SM타운 라이브’에서 공연 중인 소녀시대 유닛 그룹 ‘태티서’.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임지훈 카카오 대표는 로엔엔테터인먼트 인수를 발표하면서 “음악은 모바일 시대에 가장 사랑 받는 콘텐트로 전 세계 대중문화에 큰 영향을 끼칠 정도로 강력한 힘이 있다”며 “카카오의 모바일 플랫폼 경쟁력과 로엔이 가진 음악 콘텐트의 결합을 통한 무한한 시너지 효과 창출로 글로벌 진출을 위한 좋은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K팝을 서비스하는 멜론을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K팝이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2010년대 초반을 생각하면 합리적인 기대다. 당시 세계로 번진 K팝 열풍 덕에 국내 음악산업도 들썩였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국내 음악산업의 매출액은 4조2772억 원이다. 전년 대비 7.1% 증가했다. 부가가치액도 1조7049억 원으로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2009~2013년 국내 음악산업 매출액은 11.8%, 부가가치액은 13.6% 증가하는 등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구체적으로는 음악 공연(26.9%), 음악 제작(21%), 온라인 음악 유통(16.8%)의 성장률이 높았다. K팝의 핵심 콘텐트인 아이돌 가수의 활발한 해외 진출과 공연에 힘입어 음악산업의 수익이 증가한 것이다.

K팝 열기 예전만 못해

K팝은 단순히 한국 가수를 좋아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그들이 쓰는 화장품, 먹는 음식 등 한국 제품과 서비스로 관심을 유도하는 매개체 역할을 했다. 무형의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도 기여했다. K팝을 찾아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도 증가했다. 정부도 여기에 초점을 맞춰 한류 박람회, 시장개척 로드쇼 같은 정부 주도 한류 행사와 ‘케이콘(KCON)’ ‘엠넷 뮤직어워드(MAMA)’ 등 민간행사를 전략적으로 확대·연계하면서 ‘글로벌 시장 접점을 확대한다’는 새해 청사진을 밝혔다. 올해 세계 한류 동호회원을 4000만 명, 경제효과를 20조원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그러나 현재 K팝 열풍은 기세가 한 풀 꺾인 모습이 역력하다. 중국을 비롯한 후발국의 맹추격으로 해외 진출이 위축될 조짐을 보인다. 초기만 해도 한국 아이돌 가수 육성 시스템의 노하우를 얻기 어렵고 음악의 질적인 부분에서 한계가 있어 모방하기 어려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후발국도 유사한 시스템으로 스타를 키우기 시작했다. 제3국의 음악이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진출 시장의 자국 음악과 경쟁한다는 점에서 K팝에 더 불리하다. K팝의 주력 시장인 일본에서는 카라·동방신기의 재계약 분쟁으로 이미지가 실추됐고, 이후 혐한 분위기로 한류 확산에 제약이 생겼다. K팝이 유럽·남미까지 확산되긴 했지만, 세계 음악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서는 활동이 저조하다.

산업연구원은 ‘K-Pop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방안’ 보고서에서 “K팝을 통해 한국 음악산업이 발전했지만 국지적인 수준의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라며 “세계적인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체감되는 K팝의 확산 속도와 위력과는 달리 세계 음악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작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국내 K팝 기업들의 매출액 규모는 1000억~2000억원 수준이다. 이는 중견 제조업의 매출 수준에 불과하며, 세계적인 음악배급사들의 매출에는 크게 못 미친다”고 분석했다.

KAIST 정보미디어연구센터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음악기업 중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로엔엔터테인먼트, CJ E&M은 2010~2013년 각각 46%, 37%, 22%, 18% 성장하면서 성장성 순위로는 세계 10위권 안에 들었다. 그러나 매출 규모로는 여전히 순위권 밖이다.

매출액 규모의 차이도 아직은 큰 편이다. 20위권 내 음악 업체를 기준으로 국내 업체가 세계 음악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다. 미국이 69%, 일본이 26%를 차지한다. 20위권 내 국내 음악업체의 매출액은 일본의 10%, 미국의 4%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직접적인 경제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2011~2013년의 성장세를 유지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걱정거리”라고 경고했다.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아 해외 시장에서 1세대 K팝 가수를 대체할 만한 스타를 찾기 힘들다. 최근 일본 등지에서는 K팝 붐이 주춤하면서 신인들의 진출이 부쩍 줄었다. 특히 시장에 자리를 잡은 아이돌 가수와 신인의 양극화가 뚜렷하다.

과거 성공공식이 지금은 독

충성도 높은 해외팬들도 동방신기·슈퍼주니어·2PM·샤이니·소녀시대·카라 정도에만 반응한다. 이들 말고는 시장에서 새롭게 반향을 일으키는 팀이 드물다. 더구나 동방신기·소녀시대 등도 최근에는 예전 같은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아이돌 댄스 그룹에 한정된 K팝 자체에 대한 피로감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래서 “한류를 이끄는 K팝 열풍이 해외 시장에서 정체기를 맞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아이돌 댄스그룹 일변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대형기획사 중심의 ‘만들어진 아이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한국 음악이 가지는 신선함만으로 어필할 수 있었지만 매번 똑같은 느낌의 아이돌만으로는 K팝의 성장세를 유지할 수가 없다는 지적이다. 새로운 콘셉트를 가진 제작자나 가수가 등장하지 못하는 점도 문제다.

공급 업체의 대형화와 K팝 상품의 다양성이 절실하다. 결국 체계적인 트레이닝 시스템, SNS를 활용한 홍보, 세련된 음악과 외모 등 과거 K팝의 성공 공식을 버려야 가능한 일이다.

음악전문지 [빌보드]의 재니스 민 편집장은 ‘2014서울국제뮤직페어’ 참가를 위해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춤·노래·패션·뷰티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어 모든 사람이 어울릴 수 있는 것이 K팝 콘텐트의 장점”라면서도 “360도 전체가 너무나 완벽하게 포장돼 있는 모습은 청중들에게 가짜처럼 비춰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2년 전에 나온 지적인데, 지금도 크게 바뀐 게 없다.

- 함승민 기자 ham.seungmin@joins.com

1319호 (2016.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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