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원자재 시장은 어디로] 반등 나와도 V자형 상승은 어려울 듯 

원유DLS에 투자자 발길 ‘뚝’ … 구리·아연 등도 약세 가능성 

박상주 기자 sangjoo@joongang.co.kr

▎사진:중앙포토
올해 원유 파생결합증권(DLS) 발행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 2월 2일 금융감독원은 대신증권이 1월 26~28일 청약을 진행한 ‘크레온 4회 원유DLS’ 20억원 모집에 아무도 신청하지 않아 발행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삼성증권이 1월 28일까지 청약을 진행한 ‘제1132회 원유DLS’ 30억원 모집엔 6684만원의 청약이 들어왔다. 청약율이 2.2%에 불과하다. 다음날 청약을 마친 대우증권 ‘제2231회 원유DLS’ 50억원 모집엔 6억원이 몰리는 데 그쳤다. 원유 DLS는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선물과 브렌트유 선물 가격을 기초자산으로 한다. 기준가보다 가격이 오르면 연 7%대 수익을 주지만 일정 가격 이하로 하락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지난해 전체 증권사의 원유DLS 손실률은 평균 13.5%에 달했다. 손실액은 1117억원이다.

유가 110달러 대에 설정한 DLS 올해 만기


올해 손실액도 1000억원가량 될 전망이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일 때 설정한 DLS의 만기가 올해 돌아오기 때문이다. DLS 청약 인기가 시들한 것은 3개월 이후에도 유가가 확실히 반등할지 자신하기 어려워서다.

이미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원유가를 기초로 한 상품을 기피하고 있다. 전망도 불안하기 때문이다. 원유 가격의 향방을 확신할 수 없는 가운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달러대로 내릴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유가만 떨어진 게 아니다. 원자재 시장은 2011년 이후 최근까지 추세적 하락세를 이어왔다. 금·은 등 금속 가격도 떨어졌다. 이를 추종하는 원자재펀드는 지난해까지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원자재 가격을 추종한 금융상품의 수익률이 가장 나빴다. 천연자원펀드 수익률이 -30.62%로 최악이었다. 원자재펀드가 23%의 손실을 기록했다.

모두 주요 산업 원자재 상품을 담고 있는 펀드다. 불황으로 글로벌 산업생산이 위축되면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해 관련 펀드까지 손실이 이어졌다. 세계 원자재 소비가 줄어든 것이 원인이다. 원자재 소비 세계 2위인 중국의 생산 둔화가 주요 원인이다. 올해 초에도 중국 증시가 폭락하고 위안화 가치가 절하되면서 원자재펀드에 대한 우려는 더 커졌다.

원자재펀드에 자금 유입 늘어


불안한 상황은 올해 초에도 지속되고 있다. 유가에서 이를 잘 볼 수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1월 21일(현지시간) 배럴당 22.83달러까지 떨어졌다. 2003년 4월 30일(배럴당 22.80달러) 이후 12년 9개월 만에 최저가다. 중국 증시가 2016년 개장부터 급락을 거듭하자 수요 부족 우려가 커지면서 유가가 반등하지 못하고 주저앉아 버렸다. 원자재 상품과 원자재를 주요 외화벌이로 하는 브라질 등 신흥국 펀드도 영향을 받아 올해 반등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2월 들어 유가가 잠시 올랐지만 2월 10일 현재 여전히 배럴당 20달러 대에 머물고 있다.

결자해지다. 중국 발 경기 침체가 원인이니 중국 경기가 되살아 나야 한다. 지난해 최악의 수익률을 낸 상품 역시 중국 경기 향방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증시에서도 굴기를 선언하고 회생한다면 이와 관련해 원자재 펀드 등도 되살아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진폭, 이란 등 중동국가의 석유 감산 등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그러나 아직까진 긍정적인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4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례회의에서 산유량 유지 결정이 내려졌다. 이에 더해 엘니뇨에 따른 북반구 온난화 현상과 원유 공급 과잉, 수요 부족 상황이 이어졌다. 원유 가격이 오를 여지가 좁아졌단 의미다. 이란의 원유수출 시장 복귀도 주요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방의 경제 제재가 해제되면서 이란이 본격적인 원유 증산에 나설 채비다. 공급 과잉 요인만 늘어 유가 하락을 부채질 할 전망이다.

유가뿐 아니다. 다른 원자재 가격도 하락 압박을 받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주요 원자재 가격은 지난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은 지난해 30% 하락했다. 니켈(-41%)·아연(-25%)·구리(-25%) 등도 하락폭이 컸다. 하락세는 연초 이후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WTI는 2월 11일 현재 연초 대비 40% 하락했다. 천연가스(-17%)·니켈(-11.98%)·구리(-3.71%)·원당(-14.54%) 등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알루미늄(0.76%)·대두(1.03%)·옥수수(2.43%) 등은 소폭 반등했다. 가격이 떨어진 만큼 원자재펀드 매수세는 강하다. 지난해 1년 사이 순유입액이 국내에서만 7688억원에 달했다. 천연자원펀드에도 6462억원이 순유입됐다. 지난해에 이미 원자재 가격이 바닥권이라고 보고 저가 매수에 나선 투자자가 많았다.

강재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6월 예정된 OPEC 정례회의에 앞서 회원국 2곳이 조기 회동을 요청하는 등 OPEC 내에서도 저유가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어 가격 인상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사우디와 이란 간 갈등이 어떻게 전개될지, 중동국이 감산 합의에 도달할지, 유가 향방에 대한 미국의 반응 등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유가에 대한 종합의견을 내고 ‘글로벌 경기 회복세를 확인하고 강달러 압력이 완화될 수 있는 올해 2분기 정도부터 원자재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 박상주 기자 sangjoo@joongang.co.kr

[박스기사] 올해 금·은값은? - 금값 온스당 1200달러 넘을 듯

지난해 12월 17일 미국의 금리 인상 이후 열흘 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국제 금값은 온스당 1056.20달러로 떨어졌다. 5년 반 만에 최저치다. 최근 1년 간 국제 금값은 10% 떨어졌다. 국제 은값도 같은 기간 동안 15% 하락했다. 지난해 미국 금리 인상 이슈로 달러 강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과 은의 가격은 달러 가치와 반대로 움직인다. 금값 하락으로 지난해 1월 2일 한국거래소 금시장에서 한 돈(3.75g)당 15만8625원이었던 금값은 12월 30일 15만2513원으로 6000원 가까이 하락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금 펀드 평균 수익률도 -16%로 금 투자자들은 손해를 봤다.

그러나 올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월 10일 기준으로 국제 금값은 온스당 1194달러로 연초 이후 12% 올랐다. 은값도 같은 기간 동안 11% 상승했다. 황병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와 미국 금리 인상 지연 가능성에 금값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가격 상승으로 금·은 거래도 늘었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1월 28일까지 금 거래건수는 4610건으로 지난해 월평균 금 거래 건수(3240건)보다 늘었다. 송종길 한국금거래소 상무는 “지난해에는 중량·대량의 골드바 판매가 많았지만 올 들어서는 소량의 미니 골드바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골드바 판매량은 6~7t으로 지난해(5.4t)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버바는 올 들어 360kg이 팔렸다. 수요가 늘면서 은행이나 홈쇼핑 등에서의 판매도 늘고 있다. 농협은 2월 2일부터 전국 영업점에서 골드바 판매를 개시했다. 10g·100g·1㎏의 세 종류 금괴를 10g당 51만4283원(2월 2일 종가 기준)에 판매한다. 판매수수료 7%와 부가가치세 10%가 포함된 금액이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금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 은행인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금값 전망치를 온스당 1180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4분기에는 온스당 125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황병진 연구원도 “올해에는 온스당 1200달러는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말했다. 이어 “은은 안전자산이자 구리와 같이 산업재 용도로도 사용되는 중간재로 은값은 구리값에 연동된다”며 “은 값은 지난해 바닥을 찍은 만큼 올해는 구리값만 오른다면 가격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손재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금값은 5년 래 최저점이었던 만큼 더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달러 강세가 나타나면 금값이 가파르게 오르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분산하는 차원이라면 지금이 금·은 투자의 적기일 수 있다. 골드바 투자는 세금이나 보관 비용 등을 고려할 때 15% 이상의 수익을 내야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간접 상품인 골드뱅킹이나 금펀드도 금시세가 중요하지만 원·달러 환율에 따라 수익이 달라질 수 있다. 간접상품은 현물을 직접 구입했을 때보다 금값 상승에 따른 이익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도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1322호 (2016.02.22)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