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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효자상품 후보는] 그나마 믿을 건 ‘주식·선진국·달러’ 

미약한 경기 회복 속 곳곳에 지뢰밭 … 마지막 교두보 미국도 불안 

김유경 기자 kim.yukyoung@joongang.co.kr

투자자의 목마름이 어느 때보다도 심하다. 원자재에 배신 당하고, 주식에 가슴앓이 하고, 낮은 예금금리에 지쳤다. 풍부한 유동성 덕에 시장에 활력이 돌아도 미국·중국·일본의 변수가 초를 치기 일쑤다. 투자자로선 미더운 투자처가 없다. 올해도 투자 환경은 좋지 않다. 미국의 제로금리 종료와 달러화 강세, 일본과 대만의 양적완화, 중국의 뉴노멀 정책과 금리 인하 등 불확실성이 많다. 유럽·러시아의 재정 문제와 중동 정세도 위기의 불씨가 살아있다. 글로벌 자금시장 곳곳에 덫이 있지만, 세계 경제는 미약하나마 지난해보다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다. 불확실성 속에서 효자상품은 없을까.

국내를 봤을 땐 바이오·헬스케어 중심의 신성장 기업 주식이 많이 거론된다 세계적인 고령화 현상과 신약 개발·투자가 활발하면서 지난해에 이어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분석에서다. 지난 몇 년간 한미약품·셀트리온 같은 신흥 기업이 굵직한 실적을 내며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국내 증시는 지난해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개성공단 폐쇄, 일본 증시 급락, 중국 외환보유액 감소, 도이체방크 위기 등으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서는 바이오·헬스케어 관련 가치주 발굴에 여념이 없다. 녹십자·유한양행·종근당 등 그간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종목은 물론 파마리서치프로덕트 같은 새로운 종목의 이름도 속속 거론된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헬스케어의 수요 증가로 투자 성과가 나타날 시점이 됐다”며 “지난해 많이 오른 종목도 추가 상승의 가능성이 있고, 미국·일본 등 헬스케어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도 유망하다”고 설명했다.

바이오·헬스케어 관련주 관심 여전해


▎사진:중앙포토
대표적인 수출 산업인 자동차·화학·정유에 대한 기대감도 큰 편이다. 전통적 ‘굴뚝산업’을 중심으로 수출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최근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전기·자율주행차가 주목된다. 지난해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태로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이 분야에 속속 뛰어들고 있어 가솔린·디젤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할 것이란 분석이다.

NH투자증권은 보고서에서 “폴크스바겐의 디젤게이트로 전기차 시장이 더욱 주목받는 가운데, 업체들이 차별화를 꾀할 목적으로 스마트 기능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며 “결국 스마트카 시장의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애플은 ‘타이탄’이라는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를 이미 시작했다. 구글도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자율주행차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고, 테슬라도 전기차에 이어 자율주행차 진출을 엿보고 있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가 ‘전장사업팀’을 신설하는 등 전기차 개발에 돌입했다. 자율주행차량의 기술을 보유한 모듈 업체 현대모비스, 시스템 부품사인 만도 등의 실적도 나아질 수 있다.

저유가로 어려움에 빠진 화학·정유 업체도 반등 가능성이 있다. 세계 경기 둔화와 생산활동 위축에 따른 원유 수요의 급감, 이란의 증산에 따른 공급 과잉 우려, 강(强)달러…. 이런 악재 속에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대로 고꾸라지며 화학·정유 종목도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유가가 더 이상 떨어지지 않을 거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어 화학·정유 업종이 빛을 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변동성이 확대된 탓에 중장기보다는 단기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배당성향 높은 종목, 배당주펀드 노릴 만

중국 시장을 파고든 화장품과 미디어콘텐트 업종의 성장성도 돋보인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로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었으나, 기저효과로 올해는 중국인 관광객이 30% 이상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관광업이 회복되면 면세점과 화장품 종목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중국인 관광객의 쇼핑금액이 연평균 29%가량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실적 개선 전망의 배경으로 꼽았다.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등 인지도와 선호도가 높은 종목일수록 더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 현지 화장품 시장도 내수시장 성장과 신규 브랜드 진출 효과 등으로 매출 확대가 기대된다.

비과세 해외 펀드 주목

신규 상장 종목이나 공모주 펀드에 직접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 시장이 열렸다. 제주항공·펩트론·아이쓰리시스템 등의 주가는 상장 후 10% 이상 뛰었다. 지난 4~5년 간 테마주 중심의 유동성 장세가 벌어졌듯, 중대형 우량주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도 크다. 지난해 신규 상장 기업 중 일부는 1000대 1이 넘는 청약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올해 상장을 기다리고 있는 대형 우량 공모주는 호텔롯데와 롯데정보통신·용평리조트 등이다.

아울러 상장사의 배당 확대 정책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정부는 2014년부터 기업의 배당 확대를 주문했고, 상장사도 이에 화답하듯 배당금을 늘리는 추세다. 기업 간 자금 유치 경쟁이 치열해진 점도 배당 확대를 부채질 했다. 지난해 전체 상장사의 배당 규모는 15조원 수준이었으며, 올해는 2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재무적으로 탄탄한 기업 중 배당성향이 높은 곳, 혹은 핵심 우량주에 투자하는 배당주펀드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증시에 도전할 만하다. 시장의 기대만 못하지만 미국 경제는 그나마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린 것도 경기 회복의 시그널로 해석할 수 있다. 미 연준은 중국·유럽·일본의 금융시장이 흔들리자 금리 인상을 늦추는 모습이다. 그러나 인위적 통화정책이나 재정 투입 없이도 미 경제가 어느 정도 굴 러갈 수 있다고 본 다. 미국이 테이퍼링에 돌입한 2012~2015년은 경기에 불안감이 가중된 ‘채권의 시대’였다면, 기준금리 조정에 들어간 현재는 ‘주식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신흥국보다는 선진국이, 위안화보다는 달러가, 안전자산보다는 위험자산이 투자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시점이다. 박건엽 미래에셋증권 글로벌자산배분팀장은 “미국의 펀더멘털은 금리 정상화에 들어갈 정도로 나아진 모습”이라며 “변수가 적지 않지만 주식 투자에도 우호적인 환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만능계좌 ISA 활용할 만

선진국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에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미국은 실물경기 회복을 장점으로 볼 수 있다. 은행권 위기와 엔고 등으로 유럽과 일본의 주가가 몸살을 앓고 있지만 양적완화를 이어간다는 점에서 신흥국보다는 나은 환경이다. 동부증권 관계자는 “과거의 흐름을 보면, 양적완화를 펼치는 나라의 주가는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작고 나름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해외 주식형 펀드의 목표 수익률은 연 6~7%, 자산 배분은 전체 투자금의 30~40% 정도로 잡을 것을 권했다.

해외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려면 오는 3월 출시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이용할 만하다. ISA는 한 계좌로 예·적금, 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운용하면서 비과세 혜택도 볼 수 있는 만능계좌다. ISA는 의무가입 기간인 5년 만기를 채우면, 전체 수익금의 200만원까지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과거 여러 계좌를 운용할 때는 이익이 난 모든 계좌에서 세금을 내야 했다. 그러나 ISA는 손실이 적든 많든, 통합계좌에서 손익을 통산하기 때문에 위험자산에 투자할 여지가 크다. 더불어 해외 상장 주식에 60% 이상 투자하는 펀드에 투자하면 세제 혜택을 주는 ‘해외주식투자 전용펀드 비과세 특례’ 제도도 생겨 해외 주식 투자의 이점도 커졌다.

미국으로의 자금 유입이 예상되는 만큼 달러화에 직접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글로벌 자금이 다시 미국으로 회귀하면서 달러화 몸값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가장 대표적인 달러 투자 방법은 외화예금이다. 달러예금은 원화를 달러로 바꿔 적립했다가 출금하거나 만기가 됐을 때 원화로 받는 금융상품으로 모든 은행에서 가입할 수 있다. 1%가 넘는 환전수수료가 부담이지만, 일평균 환율 변동률이 0.5%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감내할 만한 수준이다. 연 2~3%의 이율을 제공하는 달러 보험도 최근 각광받는 상품이다. 비과세 혜택을 제공한다는 점은 매력적이지만, 10년 이상 유지해야 한다. 다소 위험 부담을 지더라도 높은 수익을 노린다면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상장지수펀드(ETF)에도 눈을 돌릴 만하다.

중국·인도 등 신흥국 대표주자도 포트폴리오에 담을 만하다. 중국의 증시가 연일 폭락했지만 중국 정부의 대책에도 관심을 쏠리고 있다. 당장의 흐름은 나쁘지만 시장이 안정을 되찾으면 기회가 생길 것이란 관측이다. 중국은 일본·대만 등과 마찬가지로 저금리 정책과 지급준비율 인하를 통해 자금시장에 적잖은 유동성을 풀었다. 통화정책이 6개월에서 1년의 시차를 두고 시장에 나타나는 점을 감안하면, 올 상반기 중에는 약효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중국이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를 통해 내수 활성화 정책을 펴고 있어 여기에 주목할 만하다. 증권가의 중국 리포트를 보면 소매판매·전자상거래·의료기기·유아업종·환경업종·음식료·여행업 등이 주로 거론된다. 여기에 ‘좀비기업’ 퇴출, 공급 과잉 해결, 금융개혁이 성공할 경우 지금보단 안정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중국·인도 성장세 기대

강건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인도도 희망을 걸 만한 투자처다. 세계은행(WB)은 인도가 다른 주요 개발도상국과 대조적으로 투자심리가 유지되고 있고, 유가 하락이 소득증가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세계은행은 지난해 7.3%(잠정) 성장한 인도가 올해에도 7.8% 내외의 고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4년 취임한 모디 총리는 인도 제조업 육성에 나섰고, 철도·국방·보험 등 인프라 사업에 외국인 투자 지분 한도를 확대하고 투자 인허가 조건을 대폭 완화했다. 현재 인도의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30%대로 증가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인도만은 외국인의 자금 유출 충격이 적은 이유다. 인도 펀드의 지난해 수익률은 2.5% 수준이다. 다른 신흥국 펀드가 손실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안정적인 편이다.

물론 위험 요소도 있다. 유가 하락에 따른 세계 경기 침체가 인도의 수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침체도 인도 제조업에 부담이다. 모디 총리가 친시장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노동자·농민의 반발을 사고 있어 노동·토지 분야 개혁이 제자리걸음이다. 개혁 피로감이 커지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 김유경 기자 kim.yukyoung@joongang.co.kr

[박스기사] 미국 금리는 어디로 - 올해 금리 올리기 어려울 수도


▎지난해 12월 16일(현지시간) 재닛 옐런 미 연준 의장이 금리 인상 결정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있다.
재닛 옐런(70)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돌아섰다. 두 달 만의 변화다. ‘비정상의 정상화’라며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7년 만의 미국 기준금리 인상(0.25%) 당위성을 설명하던 그였다. 2월 10일(현지시간) 장장 3시간에 걸친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 위원회 청문회에서 그의 말은 달라졌다. 당초 올해 4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해오던 연준의 입장을 달리해 이번엔 “통화정책은 미리 정해진 경로대로 가지 않는다”고 했다. 직접적으로 금리 인상 시기를 늦추겠다는 말을 하진 않았지만 시장은 옐런의 말을 ‘금리 인상 완급 조절’로 풀이했다. 중국의 성장 저하와 저유가로 촉발된 글로벌 증시 폭락,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과 환율 불안 등 금융시장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상황’을 보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중국의 하방 위험(downside risks)이 현실화되면 미국의 수출은 더 약해지고 금융시장을 더욱 옥죌 수 있다”는 옐런의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옐런의 달라진 신호와 함께 시장은 적어도 1년 간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보기 시작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월 10일 기준 연방기금(Fed fund) 금리 선물시장에서 보는 금리 인상 가능성은 오는 12월이 되어서나 29.9%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연준이 올해 금리를 올려 시중에 풀었던 돈을 거둬들일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해석한단 뜻이다. 불과 두 달 전인 지난해 12월 말만 해도 선물 투자자들은 3월 인상에 50.8%의 가능성을 점쳤다. 올 12월 금리 인상엔 무려 93.3%가 베팅할 정도였지만 올 들어 사정이 확 달라진 것이다.

시장은 내년 2월(31.3%)도 불투명하게 내다보고 있다. 뒤집어 말하면 미국 경제지표가 확실한 ‘회복’ 궤도에 올랐다는 확신을 연준에 주기까진 1년 남짓한 시간을 기다려봐야 한단 뜻이기도 하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옐런의 이번 발언이 “세계 경기 침체를 대비한 선제적 대응책”이라며 “미 연준의 통화정책은 관망기조로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시장은 이제 마이너스 금리 도입 가능성까지 언급하기 시작했다. 청문회에서 옐런 의장이 “좀 더 철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답한 것이 기름을 부었다. 그는 “무엇이 (경기 부양을 위해) 가능한지 알기 위해서 유럽의 경험을 볼 것이며, 또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할) 이유가 있기 때문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투자은행 JP모건은 “지속적인 경기 침체와 낮은 인플레이션은 미국과 영국마저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하도록 하는 압박이 될 것”이라며 “마이너스 금리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불확실해 중앙은행은 신중하게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1322호 (2016.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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