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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무기 명가 LIG넥스원] 기술력 뛰어나도 수출 못늘려 ‘발동동’ 

국제 무기사업은 인맥이 중요 ... 구본상 전 부회장 수감으로 난항 

박상주 기자 sangjoo@joongang.co.kr

▎LIG넥스원이 개발한 천궁의 발사 장면
북한의 광명성 4호 발사 이후 동북아시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수소폭탄 실험까지 강행한 터라 북한이 장거리 발사체에 핵무기까지 장착할 수 있단 우려까지 번져서다. 한반도는 물론 세계가 북한의 미사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한의 로켓 기술이 대기권 밖으로 미사일을 쏘아 올리는 수준에 이르렀음을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남한을 둘러싸곤 미국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이 동북아 정치 쟁점으로 떠올랐다. 사드를 도입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며 논란이 번지면서 한국이 자주적으로 방어할 수 없느냐는 의문도 불거진다. 북한의 미사일 기술에 대한 관심은 큰 반면, 남한의 관련 기술 수준은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사일 방위 기술의 핵심은 유도미사일과 같은 정밀타격 무기다. 20세기 초·중반에 일어난 중동전까지만 해도 전쟁은 소모전·전격전이었다. 전투기로 폭격하고 지상에서 장갑무기로 적의 진지를 포격했다. 모든 무기를 다 써버리거나 한 쪽이 항복할 때까지 소모적인 전투가 이어졌다. 현대전은 다르다. 정찰·조기경보 등 정보를 활용한 정밀타격이 중심이다. 숨어있는 적의 수뇌부를 타격해 전쟁을 단번에 끝내는 한편, 민간인 사상자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유도미사일 둘러싼 ‘보이지 않는 전쟁’ 치열

세계 각국 방위과학기술계는 유도미사일 연구·개발에서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여왔다. 미사일은 각국 무기 체계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어 수요가 풍부하고 가격도 높기 때문이다. 수백~수천 발이 필요한 미사일이 개당 수십 억원에 팔릴 정도다. 한국 영공이 불안해지면서 세계 각국 방위산업체는 저마다 뛰어난 미사일 기술을 한국에 선보이며 물밑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한국이 미사일 방위 시장의 주요 타깃으로 떠올랐단 얘기다.

방위산업 특성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국의 유도무기 기술은 선진 무기 체계에 편입될 만큼 뛰어난 편이다. 한국은 1970년대 미국의 호크·나이키 미사일을 도입하면서 유도무기에 관심을 기울이며 연구·개발을 추진해왔다. 1976년 설립된 LIG넥스원이 한국 유도무기 개발의 핵심 기업이다. 자체 기술력으로 첨단 무기를 개발하는 데 성공해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미국산 미사일에 대한 창·정비로 기술력을 쌓은 LIG넥스원은 국방과학연구소와 함께 정밀 유도무기 개발·생산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 최초의 국산 (지대지) 유도무기 ‘현무’와 호크 미사일을 대체하는 ‘천궁’이 이들 작품이다. 이외에도 함대함 유도무기(해성), 어뢰(청상어·백상어·홍상어) 등을 양산해 한국 군의 핵심 전력으로 키워왔다. LIG넥스원이 만든 유도무기는 해외에서도 기술을 인정받아 수출로 이어졌다.

LIG넥스원은 2012년 중남미 국가와 인도네시아에 각각 함대함 유도무기, 휴대용 지대공 유도무기를 수출했다. 총 사업 규모는 1500억원으로 지난해 모든 납기를 끝냈다. LIG넥스원은 글로벌 선진 업체와 협업해 글로벌 무기시장에 뛰어들었다. 인도네시아 공군기지 대공망 구축 사업은 주계약 업체인 스위스 라인메탈(Rheinmetall Air Defense)과 함께했다. 절충 교역 형태로 미국 록웰콜린스(Rockwell Collins)와 F-15 전투기에 장착되는 HUD(전방시현장비)를 수출했고, 미국 하니웰(Honeywell)과 국산 고등훈련기(T-50)·경공격기(FA-50)에 탑재되는 EFI(전자식 비행 계기 장치) 사업을 진행했다. 최근엔 중동 국가들을 대상으로 조 단위 유도무기 수출 사업을 추진 중이다.

글로벌 방위산업 시장에 국내 업체가 뛰어든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무기 판매라는 특수성 때문에 수출 문턱이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뛰어난 기술력을 가지고도 지정학적 관계와 수출국 적성국과의 외교 문제에 발목을 잡히기 일쑤다. 특히 ‘인맥장사’라 불릴 정도로 거래 상대방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먼저 사람을 알고 있어야 카탈로그라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LIG넥스원은 ‘중남미통’으로 알려진 구본상 전 부회장이 CEO로 부임하면서 해외 진출을 시작했다. 고려대 서어서문학과를 다닌 구 전 부회장은 콜롬비아와 미국에서 중남미를 전공했다. 오랫동안 중남미 각국 고위직과 권력자와의 인맥을 쌓았다. LIG넥스원이 해외에 한국 국방기술력을 선보일 수 있었던 배경이다. 구 전 부회장은 선대 고 구두회 전 예스코 명예회장(작은 할아버지)의 유지를 따라 오랫동안 중남미에 공을 들였다. 구 명예회장은 여러 중남미 국가와의 교류와 정보가 별로 없었던 1990년대 중반 한·중남미 협회를 만들고 초대 회장을 역임했다.


▎LIG넥스원의 2009년 RAM 출고식에서 외국 바이어에게 제품을 설명하는 구본상 전 부회장(왼쪽).
중남미 공략에 공 들였는데…

2006년부터 LIG넥스원에 합류한 구 전 부회장은 유도무기 수출을 시작했다. 방위산업이 지속성장하려면 해외 수출밖에 없단 판단에서다. 해외 사업을 조직하고 관련 인력 고용을 확대했다. 자주국방을 확보하고 이어 수출을 통해 국내 방위산업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계획을 추진했다. 최근 국가적 이슈가 되고 있는 KF-X 사업에서 구 전 부회장은 핵심 장비인 AESA 레이더 개발을 주장했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SAAB(스웨덴), Selex(영국), Elta(이스라엘) 등 레이더 분야 글로벌 선진 방산업체를 수 차례 방문해 AESA레이더 기술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직접 뛰어다닐 정도로 열성을 보였다.

무기 수출은 기업 입장에선 수익성이 좋은 사업이다. LIG넥스원의 함대함 유도미사일이나 대잠어뢰는 한 발이 20억원이 넘는다. 발사 후 조준에 따라 직진만 하거나 정해진 위치를 찾아가는 미사일·어뢰에 비해 고난도 기술을 요하는 만큼 마진이 훨씬 좋다. 타깃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유도무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잘나가던 LIG넥스원의 무기 수출은 2012년 이후 난항을 겪고 있다. 구 전 부회장이 구속되면서부터다. 그는 징역 4년형을 받아 3년 4개월째 충주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구 전 부회장이 구속됐단 중남미 현지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성사가 유력했던 중남미 국가 레이더 수출 사업이 무산되기도 했다. 대규모 방산수출 사업은 수출 상대국에서 오너경영자와의 직접 대면 비즈니스를 요청하는 사례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LIG넥스원은 구 전 부회장이 풀려나는 대로 대규모 무기 수출 사업을 재추진한다는 계획이다.

- 박상주 기자 sangjoo@joongang.co.kr

1323호 (2016.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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