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박모(38)씨는 ‘만능통장’이라는 개인종합자산관리 계좌(ISA) 가입 상담을 위해 거래은행 지점에 전화를 했다. ‘예금 우대금리 0.5%포인트 제공’이라는 혜택이 끌렸다. 비과세에 우대금리까지 챙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상담해보니 우대금리 적금은 ISA에 편입되지 않는 별도 상품이어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ISA에 무슨 상품이 담기고, 어떻게 운용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없었다. 은행 직원은 “3월 14일 출시 전에는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없다”며 “일단 빨리 가입 예약을 해서 곧 마감되는 상품권 경품 이벤트에 참여하는 게 좋다”는 말만 반복했다. 박씨는 “ISA의 본질과 관계없는 혜택으로 가입을 유인하는 것 같아 실망했다”고 말했다.
ISA 출시를 목전에 두고 투자자 사이에서 ‘깜깜이 투자’ 우려가 커지고 있다. ISA 판매상품과 운용전략도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는데 금융회사는 미끼성 혜택을 내세워 가입자 늘리기 경쟁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은행이 ISA 계좌를 통해 자사 예·적금을 팔 수 없도록 결정했다. 이러자 각 은행은 고객을 놓치지 않기 위해 ‘ISA 우대 예금’을 만들었다. ISA 가입자가 ISA와 별도로 자사 예·적금에 추가 가입하면 우대금리를 주는 형태다. 그러나 고객 입장에서는 ISA 우대예금이 족쇄가 될 수 있다. 이르면 5월부터 시행하는 ISA 계좌 갈아타기의 혜택을 보지 못할 수 있다. 각 은행이 ‘예금 만기(1년) 안에 ISA 계좌를 갈아타면 우대금리를 주지 않는다’는 조항을 단서로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가 ISA 가입자에게 주는 ‘연리 5% 환매조건부채권(RP) 특판’도 미끼상품 성격이 짙다. 환매조건부채권은 금융회사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확정금리를 주는 조건으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만기가 3개월이어서 실제 적용되는 금리는 1.25%다. 1인당 매수한도(500만원)를 채울 때 받을 이자는 6만2500원이 고작이다.
더욱이 소비자는 ISA에 넣을 수 있는 상품 정보도 알 수 없다. 고객이 투자상품을 지정하는 신탁형 ISA는 금융회사가 홈페이지에 판매상품을 공개하거나 고객에게 권유할 수 없게 당국이 막았기 때문이다. 신탁형 ISA는 고객이 투자상품을 알아서 골라야 하는데 금융회사가 상품을 광고하거나 권유하는 건 본래 취지에 어긋난다는 게 금융당국 입장이다. 예컨대 KEB하나은행은 자체 개발한 로보어드바이저(인공지능 자산 관리)를 신탁형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은행이 직접 해선 안 되고 외부 자문사와 제휴를 맺어 우회적으로 자문해야 가능하다”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상품을 잘 모르는 고객을 위해 우량 상품 추천권 정도는 금융회사에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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