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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커지는 국내 창고형 할인매장] 형보다 나은 아우 여기 있네 

대형마트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저렴한 신선식품 많이 팔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트레이더스 구성점 내부. / 사진:트레이더스 제공
경기도 일산은 유통 업계의 격전지다. 반경 15km 내 176만여 명의 인구가 밀집한 국내 최대 상권 중 하나다. 지난해 기준으로 대형마트만 16곳이 자리하고 있다. 그런 이곳에 또 하나의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최근 ‘창고형 할인매장’ 경쟁이 치열해졌다. 코스트코에 이어 2014년 롯데 빅마켓, 2015년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차례로 들어서며 3파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6월 문을 연 이마트타운 킨텍스점이 경쟁의 도화선이 됐다. 이마트타운은 축구장 10개 크기인 10만㎡(약 3만 평) 면적에 전국 최초로 창고형 할인매장 트레이더스를 이마트와 한 공간에 배치했다. 각 매장 간 거리도 지척이다. 트레이더스에서 자동차로 15분(4km) 거리엔 빅마켓이, 25분(6km) 떨어진 곳엔 코스트코가 있다. 트레이더스는 오픈과 동시에 신세계그룹 차원의 지원도 받았다. 정용진 부회장은 2011년 이후 중단했던 페이스북을 트레이더스가 입점한 이마트타운 개장 소식과 함께 다시 시작했다. 오픈 이후에도 정 부회장은 SNS를 통해 수차례 소개 글을 올리며 직접 홍보에 나섰다.

코스트코·트레이더스·빅마켓 3파전


창고형 할인매장이 대형마트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불황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최근 수 년 동안 역신장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와 달리 ‘대용량 상품’과 ‘박리다매’로 할인율을 높인 창고형 할인매장이 소비자의 발길을 끌어당기고 있다. 창고형 할인매장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12년 2조9000억원이었던 국내 창고형 할인매장 매출 규모가 지난해엔 4조4630억원으로 53% 늘었다. 외국계인 코스트코가 독식해오던 창고형 할인매장 업태에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가세하면서 몸집이 커진 것. 업체별로는 코스트코의 지난해 매출이 국내 진출 후 처음으로 3조원을 돌파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전년 대비 28.4% 성장한 9630억원, 롯데마트 빅마켓도 전년보다 13.7% 늘어난 3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 들어서도 창고형 할인매장의 매출은 꾸준히 늘어나며 온라인 성장률까지 앞지르고 있다. 트레이더스의 지난 1월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36.2% 늘었다. 온라인 이마트몰(32%)보다 높은 수치다.

창고형 할인매장이 뜨는 이유는 뭘까. 우선 ‘저렴한 가격’이 최대 무기다. 일반 할인점에 비해 7~15% 정도의 가격 경쟁력이 있다. 물품을 창고 형태의 매장에 박스 그대로 진열해 인테리어 비용을 줄이고, 묶음 판매로 가격을 낮췄기 때문이다. 매장 관리 직원도 소수만 배치해 인건비를 절약한 것도 경쟁력의 한 요인이다. 선택과 집중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통상 4만~6만 개의 제품을 판매하는 일반 대형마트와 달리, 창고형 할인매장의 취급 제품 수는 3000~4000개 정도에 불과하다.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생수 종류는 20여 가지에 이른다. 이와 달리 창고형 마트에선 소비자 선호도 1~2위의 핵심 상품만 취급한다. 주부 강미영(42)씨는 “고기나 채소·과일처럼 집에서 자주 먹는 신선식품도 용량이 크고 저렴해 창고형 할인매장에서의 쇼핑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지난해 매출 가운데 신선식품 비중이 35.8%를 차지했다. 특히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10개 상품을 분석한 결과 9개가 축산 제품이었다. 트레이더스의 김동민 신선식품 매입팀장은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저렴한 가격의 대단위 포장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형마트에선 찾기 힘든 해외 유명 상품을 직·병행수입해 가격을 낮춘 것도 창고형 할인매장의 주요 경쟁력이다. 해외 경험이 많은 20~30대에 친숙한 가공식품·의류·생활용품과 같은 수입 상품을 배치하면서 젊은 소비자에게 알짜 유통 채널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볼거리도 다양하다. 트레이더스는 지난해 샤오미 로드쇼, 할리 데이비슨 바이크 로드쇼 등을 진행해 직수입 상품 매출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온라인과의 가격 경쟁이 지속성장의 관건

이처럼 창고형 할인매장 시장의 전체 파이는 커졌다. 다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새로운 마케팅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트레이더스는 코스트코나 빅마켓과 달리 연회비를 없앴다. 코스트코의 경우 3만원 정도의 연회비를 내야하는 유료 회원제로 운영하고 있다. 빅마켓도 개인 회원에게 연 3만5000원의 연회비를 받고 있다. 트레이더스는 삼성카드와 현금만 받는 코스트코나, 롯데·신한·KB국민카드와 현금 결제만 가능한 빅마켓과 달리 결재 수단의 문턱을 없앴다.

코스트코와 빅마켓의 강점도 있다. 코스트코는 자체 브랜드(PB)인 ‘커클랜드’의 인지도가 높고, 수입 상품 비중이 커서 소비자의 호응을 얻고 있다. 여기에 제품을 개봉했거나 단순 변심 때도 환불할 수 있다. 빅마켓은 유통 업체 최초로 ‘친환경 축산물 취급점’ 인증을 받아 한우와 한돈 전 품목을 친환경 상품으로 운영하고 있다.

창고형 할인매장의 인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단국대 경영학부 정연승 교수는 “원래 창고형 할인매장이라고 하면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멀리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는 낮은 가격이 무기”라며 “국내에서도 최근 품질과 가격에만 집중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커머스(e-Commerce) 업체와의 가격 경쟁, 기존 업체와의 서비스 차별화 등은 넘어야 할 산이다. 숙명여대 경영학부 서용구 교수는 “창고형 할인매장의 최대 강점은 가격인데 온라인 시장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PB브랜드를 강화하거나 수입 상품 비중을 늘리는 등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창고형 할인매장(Discount Warehouse): 대량 판매를 무기로 제품 가격을 낮춘 대형마트. 높은 천장에 박스째 물건을 판다고 해서 ‘창고형’이라고 불린다. 팔레트에 실린 상품을 그대로 매장으로 옮겨 진열하는 방식으로 물류 비용과 인건비, 실내 장식비 등을 최소한으로 줄인다. 대부분 도심 외곽 지역의 넓은 부지에 매장이 있으며, 박스 및 묶음 단위로 판매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양한 품목이 아닌 구매 빈도가 높은 품목 위주로 구성되며, 일반 할인점에 비해 식품 비중이 크다.

1326호 (2016.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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