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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가&혁신가 성혁진 플러(FLUR) 대표] “한국판 아이데오(IDEO - 美 디자인 이노베이션 기업)로 키우고 싶다” 

사용자경험 디자인 전문에서 웨딩·키덜트 시장으로 사업 확장 중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성혁진 플러(FLUR) 대표. / 사진:플러 제공
엠넷(Mnet)에서 방송하는 화제의 예능 프로그램 [위키드(We Kid)]에서 핑크팀 선생님으로 등장하는 배우 박보영씨는 결정장애를 호소한다. 노래에 소질이 있는 아이들 중에서 어떤 아이들과 팀을 꾸려야 할지 애매해서다. 선택의 순간 누군가 결정을 해줬으면 할 때가 있다. 결혼이라는 일생일대의 거사를 앞둔 예비 신혼부부도 마찬가지다. 신혼여행 장소나 예식장 위치는 물론이고, 사소하게는 예식장 꽃이나 부케 종류까지 일일이 결정해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걸 웨딩플래너에게 맡겨버리는 것도 마음이 편치는 않다. 웨딩플래너는 아무래도 본인이 받을 수수료를 감안해서 의사결정을 할 테니 말이다. 다른 사람이 무엇을 어떻게 선택했는지 일목요연하게 비교하고 결정할 순 없을까. 그래서 결혼이라는 행복한 관문을 신혼부부가 즐기면서 통과할 순 없을까.

사용자경험(UX, User Experience) 디자인 전문 벤처기업 ‘플러(FLUR)’의 사장인 성혁진(37) 대표는 이런 생각을 했다. 마침 본인이 운영하는 업체가 보유한 기술을 활용하면 수많은 신혼부부에게 해답을 제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준비하고 있는 사업이 바로 ‘웨드비(WedB)’ 서비스다. 여기서 웨드는 결혼(Wedding)을 뜻하고, 비(B)는 행복과 축복을 상징하는 색깔인 파란색(Blue)을 의미한다.

예비 신혼부부의 다양한 선택 돕는 ‘웨드비(WedB)’ 서비스

UX 벤처기업이 웨딩사업이라니. 일견 엉뚱하게 보일 수 있다. 성 대표의 말을 들어보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장점은 자신이 좋아하거나 친한 사람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는 겁니다. 우리는 온라인과 모바일 상에서 사람들과 네트워킹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요. 이를 활용해 결혼을 준비하면서 타인이 어떤 상품을 선택했는지 확인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어 친한 친구가 선택한 드레스숍을 둘러보고 드레스를 결정하게 하자는 거다. 모바일을 잘만 활용한다면, 청담동을 하염없이 돌아다니지 않고도 커피를 마시면서 비교할 수 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통상 친구의 드레스를 참고는 하되, 같은 드레스는 빌리지 않는 결혼시장의 특성을 꿰뚫어 본 것이다. 그야말로 새신랑이기에 기획 가능한 사업 아이디어였다.

이 밖에도 다양한 아이디어가 있지만 4월 4일 블라인드 오픈 전까지는 비밀이란다. 다만, 이미 앤드비욘드를 비롯해 유수의 벤처캐피털로부터 초기 투자를 받았다는 점에서 믿을 만한 사업인 듯하다. 앤드비욘드는 F&B·웨딩·패션·뷰티·엔터테인먼트 등 라이프스타일 영역에서 벤처를 육성하는 창업기획사다. 베인앤컴퍼니 출신들이 만든 앤드비욘드로부터 투자를 받았으니 사업계획이 얼마나 치밀했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모바일이나 웹에서 관련 인터페이스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력은 이미 인정을 받았다. 플러는 텍스트·사진·동영상·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콘텐트가 사용자 동작에 반응하도록 디지털 기반 UX 디자인 영역에서 활발히 활약하는 업체다. SF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배우 톰 크루즈가 손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컴퓨터를 조작하는 장면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이런 센싱(Sensing) 기술 이외에도 다양한 인터랙티브 미디어를 활용해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 콘텐트를 제작한다. 3D 영상을 건물에 쏴 평면을 입체로 구현하거나 건물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미디어 파사드(Interactive Media Facade)에 관객과의 소통(interactive)을 강화한 상품도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디어 파사드를 응용한 공연 중에 떠다니는 유령을 관객이 사진으로 촬영해 전용 애플리케이션으로 전송하면, 이 사진이 공연 장소에 투사되는 식이다.

삼성·현대차도 인정한 UX 디자인 기술력

삼성전자나 현대차, GM 등 대기업으로부터 기술력은 이미 인정받았다. 삼성전자가 서초동 딜라이트(D’light) 홍보관을 개설할 때 전시를 맡은 것도 바로 플러였다. 당시에는 공간 콘텐트 개념이 희소해 업계에서는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안정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키덜트 시장에도 손을 댔다. 어벤저스 캐릭터로 유명한 피규어를 국내 시장에 선보인 것. 지난해 롯데백화점 본점 입구 앞에 전시됐던 아이언맨 수트가 바로 성 대표의 작품이다. 이 밖에도 성 대표는 다양한 피규어 제품의 한국 수입과 유통, 애프터서비스(AS)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청담동에는 키덜트 상품의 플래그스토어도 선보일 계획이다. 매니어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 피규어 시장을 고급 문화로 바꿔보겠다는 생각에서다. 명품 브랜드와 협업해 국내 키덜트 시장을 넓히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성공한다면 역으로 경쟁력 있는 국내 캐릭터를 해외 시장에 선보이는 방안까지 생각하고 있다.

IT 벤처에서 다방면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성 대표가 말하는 플러의 정체성은 결국 크리에이티브(Creative) 기업. 외국으로 따지면 아이데오(IDEO)와 같은 곳으로 플러를 키우겠다는 생각이다. 아이데오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유명한 디자인 컨설팅 기업이다.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미디어 아티스트로 활동하다 사업에 뛰어든 만큼 “아직도 수십 번은 더 실패해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성 대표. 그는 “UX 기술력을 바탕으로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계속 시도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1327호 (2016.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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