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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 삼성카드 공동 기획 ‘대한민국 100大 상권’] 빅데이터로 꼼꼼히 그린 ‘영업지도’ 

2013년·2016년 삼성카드 사용자 연령·성·결제금액과 가맹점 업종·결제횟수 비교 

박상주 기자 sangjoo@joongang.co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고 했던가.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두고 자영업을 고민하는 사람도 이 말을 품고 살 법하다. 자신감이 충만할 땐 어느 곳에서든 가게만 열면 성공할 것 같다. 그러나 세상은 넓고 할 일이 많아서 문제이기도 하다. 상권은 많고 업종도 다양하다. 어디에 어떤 가게를 열어야 성공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 이럴 땐 다른 사람이 어떤 가게를 어디에서 열고 있는지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특정 업종이 잘되는 곳에 가게를 열면 ‘대박’은 못 치더라도 ‘쪽박’은 면할 확률이 높다. 예비 자영업자에게 “발품을 팔라”고 말하는 이유다. 카드사의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발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누가 어디서 뭘로 돈을 벌고 있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

‘한국의 1등 상권은 서래마을(서울 반포4동)이다. 2016년 매출액 기준으로 볼 때 평균 이용금액이 가장 많다. 2위인 의정부역(경기 의정부시 의정부동) 부근과 비교해도 2.4배나 매출액이 많다. 서래마을의 월 평균 이용회원 수도 16만 명이 넘는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는다. 구매력이 있는 30·40대 비중이 크다. 이들이 매출액의 57%를 차지한다. 이들을 겨냥한 요식업이 잘될 가능성이 있다. 50대 비중은 18%에 불과하지만 사용금액은 22% 수준으로 꽤 큰 비중이다. 50대를 겨냥한 고급 매장도 유망할 수 있다. 지난 3년 간 한식·잡화점·잡화종합 업종의 매출도 3배 넘게 늘었다. 잡화점의 경우 고객 수가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카드사 빅데이터를 분석·추론하면 서래마을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어느 상권에 어떤 업종으로 가게를 열어야 할지 막막할 때, 구체적인 결제 정보는 좋은 판단 근거가 될 수 있다. 분석 리포트를 본 뒤 현장을 방문해보면 실제 얼마나 특정 업종의 영업이 잘될지 가늠하기 수월하다. 이런 분석이 가능한 것은 카드사가 고객의 이용패턴 데이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는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부분을 모두 제외한 정보를 빅데이터로 축적한다. 연령·성·결제금액과 가맹점의 위치(상권)·업종·결제횟수 등을 종합한 자료다. 각각을 교차분석하면 어느 곳에서 어떤 제품이 얼마나 팔리고 있는지 자세히 파악할 수 있다.

특정 업종의 영업 전망 가늠


본지는 삼성카드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대한민국 100대 상권’을 뽑았다. 2013년 1~2월과 2016년 1~2월을 비교해 가장 장사가 잘되는 상권을 꼽았다. 장사가 잘된다는 곳에서 인기 업종이 뭔지도 살펴봤다. 분석 결과 대체로 주요 상권으로 손에 꼽을 수 있는 상권은 대부분 10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모두 지난 3년 간 가게 수가 늘고 유동인구도 증가한 곳이다.

특이점도 있다. 본래 매출액 4위는 서울 소공동이었다. 전국 스타벅스 매출액이 본사가 있는 소공동에서 집계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를 제외하고 순위를 재산정해 전국 동(洞)별 100대 상권을 지정했다. 100위에 간신히 이름을 올린 상권 중엔 서울 중구 충무로2가가 있다. 상위 순위에 있을 법한 명동 상권이다. 명동은 한국인보다 중국인·일본인 등 외국인 대상 매출이 많아 국내 카드 매출액 비중이 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용자 수, 즉 손님이 가장 많은 상권은 서울 역삼1동의 강남 상권이다. 다음으로 서래마을, 영종도 공항신도시, 코엑스, 가로수길, 의정부역, 분당 서현역, 홍대앞 순으로 손님이 많았다. 3년 사이에 사람이 크게 몰린 곳은 이와 달랐다. 인천 부평구 부평5동은 15배가량 카드 이용자 수가 늘었다. 유동인구가 크게 늘어나고 있어 신흥 상권으로서 성장 가능성이 점쳐진다.

2013년 이후 대형 아웃렛이 들어온 곳은 모두 이용금액이 크게 늘었다. 경기 파주시 문발동은 매출액이 무려 28배 늘었다. 서울 중랑구 면목4동, 경기 김포시 고촌읍, 인천 부평구 부평5동, 대전 서구 둔산3동이 3년 전에 비해 매출액이 10배 넘게 급등했다.

외국인 결제 많은 명동은 100위권 턱걸이


가게 수가 크게 늘어나는 곳은 눈여겨볼 만하다. 누군가 영업을 위해 카드 단말기를 놓고 있단 의미다. 경기 구리시 수택동은 3년 전에 비해 가맹점 수가 6배 늘었다. 인천 부평구 부평5동, 서울 서초구 양재동, 충남 천안시 성정동, 서울 마포구 상수공, 충북 청주시 봉명동과 용암동 등에서 가맹점 수가 4배 가까이 확대했다. 아직 매출액은 높지 않지만 새로 영업을 하려는 ‘선수(자영업자)’가 몰리고 있단 얘기다.

물론 분석 대로 어느 곳에 어떤 업종을 하면 반드시 성공한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다만, 그곳에 가게가 얼마나 많고, 매출을 얼마나 올리고 있는지, 어떤 연령대가 많이 찾는지, 남성이 많은지 여성이 많은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이를 꼼꼼히 따져보는 건, 지도를 들고 길을 나서는 것과 같다.

- 박상주 기자 sangjoo@joongang.co.kr

[박스기사] 빅데이터 어떻게 분석했나? - 3년 간 상권 변화상 첫 비교·분석

대한민국 100대 상권은 삼성카드의 실제 매출에 기반한 빅데이터로 선정했다. 올해 1~2월을 기준으로 한국의 전체 상권에서 사용된 카드 기록을 종합한 자료다. 이 과정에서 계절별 매출액 변동 폭은 데이터의 한계상 무시했다. 대신 1월과 2월의 사용실적 평균을 주요 데이터로 정했다. 월별 실적에 그치지 않고 신년 효과 전체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자영업자를 위한 상권 분석이 목적인 만큼 쇼핑·외식 업종에 한정했다. 온라인쇼핑이나 홈쇼핑, 다단계 및 대형마트 등은 제외했다. 의미 있는 상권을 정하기 위해 가맹점 수가 100개 이상인 동만 추렸다.

본지와 삼성카드의 빅데이터 분석은 이제까지 나왔던 빅데이터 분석 상권 정보와 확연히 다르다. 3년 전 데이터와 현재 데이터를 온전하게 비교했기 때문이다. 기존 상권 분석은 현 시점에 매출액이 높거나 사용횟수가 많은 상권에서 순위를 매기는 데 그쳤다. 이번엔 3년 전인 2013년 1~2월과 비교해 현재 해당 상권이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 등 변동률을 살펴 발달 추세를 파악했다.

1330호 (2016.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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