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동관, 김동원, 김동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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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의 승계 작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삼남 동관·동원·동선씨가 그룹 경영에 관여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과거 흐름과는 조금 달라진 부분이 있다. 이전까지는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태양광 사업을 책임지는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만 경영일선에 나섰다. 최근에는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와 김동선 한화건설 팀장도 현장에 뛰어들었다. 회사의 중요한 사업 전면에 자주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재계에서는 ‘3형제가 태양광·금융·건설로 분야를 나눠서 맡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한화그룹 측은 “(김 회장의 자녀들이) 이제 막 일을 배우는 단계로 아직 승계를 논할 단계는 아니다”고 반박했다.지금까지는 김동관 전무가 돋보인다. 2010년 한화그룹에 차장으로 입사한 후, 2014년 상무로 발탁됐다. 그리고 1년이 채 안된 작년 12월 다시 전무로 승진했다. 김 전무는 한화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태양광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일찌감치 김승연 회장과 함께 다보스포럼과 같은 공식 행사에 참석하며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김동원 상무, 보아오포럼 패널로 참석최근에는 경영능력도 인정을 받는 분위기다. 2010년 한화는 솔라펀파워홀딩스(한화솔라원)를 인수하며 태양광 사업에 뛰어들었다. 2012년 독일 태양광 업체 큐셀을 인수하며 태양광 사업에 투자를 늘렸다. 하지만 중국 업체가 뛰어들면서 시장 환경이 좋지 않았다. 한화의 태양광 사업은 2011년 이후 4년 연속 적자를 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실적이 개선될 기미가 보인다. 한화큐셀은 지난해 2조901억원의 매출과 89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올해 들어서는 차남 김동원 상무가 자주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14년 한화첨단소재에 입사한 후 지난해 말 한화생명 전사혁신실 부실장(부장급)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6개월 만인 4월 1일 상무로 승진했다. 한화 입사 2년 만에 상무까지 초고속으로 승진한 것. 그는 한화의 핀테크 사업을 이끌며 금융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금융 부문은 한화그룹 전체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책임지고 있는 만큼 차남의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김동원 상무는 올 1월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 참석을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를 시작했다. 3월 22일 중국 하이난에서 열린 보아오포럼 ‘영 리더스 라운드테이블’에 패널로도 참석했다. 아시아 지역의 많은 정·재계 인사가 참석하는 보아오포럼은 아시아의 다보스포럼이라 불리는 행사다. 각국의 젊은 리더가 모여 토론을 펼치는 ‘영 리더스 라운드테이블’ 패널로 한국인이 참석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보아오포럼 중에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금융 계열사 ‘알리페이’로 잘 알려진 앤트파이낸셜의 징시엔동 대표를 만나는 등 경영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다만, 과거의 행적이 김동원 상무의 발목을 잡는다. 그가 회사 경영에 나서기 전까지는 신문의 경제면보다 사회면에 더 자주 이름이 오르내렸다. 2007년 김승연 회장의 서울 북창동 종업원 보복 폭행 사건의 장본인이다. 2011년에는 자동차 접촉사고 뺑소니로 벌금형을 선고 받고, 2014년에는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기도 했다. 과거의 일이지만 꼬리표처럼 그를 따라 다닐 공산이 크다.삼남인 한화건설 김동선 팀장은 최근 들어 조금씩 이름을 알리고 있다. 2014년 한화건설에 입사한 그는 신성장전략팀장을 맡고 있다. 3월 24일에는 한화건설과 대우건설이 함께 사우디아라비아 신도시를 건설하는 사업의 양해각서(MOU) 체결식에도 참석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분당 2배 크기, 10만 가구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책정한 예산만 20조원이 넘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핵심 공략 사업이다. 최근에는 한화의 면세점 사업을 주도하는 태스크포스(TF)에도 이름을 올렸다. 한화그룹에서 면세점 사업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사업 성과에 따라 김 팀장의 입지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김 팀장은 국가대표 승마선수로 더욱 잘 알려져 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마장마술에 참가해 단체전 금메달과 개인전 은메달을 땄다. 올해 열리는 브라질 리우올림픽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낮에는 회사에서 업무를 보고, 퇴근 후 2시간 정도씩 개인훈련을 하고 있다”는 게 한화 관계자의 설명이다.김 회장의 세 아들이 회사 운영 전반에 나서면서 승계 방법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한화그룹 승계 작업에 핵심이 되는 회사는 한화S&C와 한화에너지다. 한화S&C는 그룹 전반의 전산시스템을 총괄하는 회사인데, 김 회장의 자녀들이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김동관 전무가 50%, 나머지 두 형제가 25%씩을 보유했다. 한화S&C가 한화에너지의 지분 100%를, 한화에너지는 다시 한화종합화학(전 삼성종합화학)의 지분 30%를 보유하는 구조다.한화에너지는 지난해 4월 삼성과의 빅딜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5367억원을 들여 삼성종합화학의 지분 30%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작년 말에는 IT회사 ‘에스아이티’의 지분 92.6%를 103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했다. 지난해부터 2017년까지 진행됐거나 계획된 투자가 1조원이 넘는다. “한화S&C가 ㈜한화와 합병하는 게 가장 유력한 승계 시나리오다. 그 때 아들들의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 한화에너지의 덩치를 키우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설명이다.
한화S&C·한화에너지가 승계의 열쇠승계 작업에 몇 가지 암초가 존재한다. 한화그룹의 승계 작업을 곱지 않게 보는 시선이 많다. 회사의 별이라 불리는 임원(상무)으로 승진하는 데 장남 동관씨는 4년, 차남 동원씨는 2년이 걸렸다. 삼남 동선씨는 운동을 병행하면서 팀장을 달았다. 탁월한 성과가 없는 가운데 초고속 승진이다. “각 계열사에서 올린 성과를 3형제가 진두지휘해 거둔 성과로 과하게 포장한다”는 얘기도 나온다.승계의 핵심이 되는 한화S&C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김기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화S&C가 한화그룹의 일감 몰아주기의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2014년 한화S&C가 올린 4116억원의 매출 중 52%가 내부 거래라는 것이다. 특히 내부 거래의 80% 이상이 수의계약으로 알려져 김 의원의 주장에 힘이 실렸다.- 박성민 기자 sampark2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