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성 지스마트글로벌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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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은 핀란드의 노키아가 세상에 선보였다. 스마트TV는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가 효시다. 그럼 스마트글라스의 원조? 바로 지스마트글로벌이란 한국의 신생 기업이다. 스마트 글라스는 LED(발광다이오드)의 전기전자적 특성과 일반적인 유리 제품의 특성을 동시에 가지는 신소재다. 이 소재를 사용한 건물은 유리 외벽이 TV화면과 같은 역할도 함께 한다.2013년 첫 선을 보였지만 반응은 뜨겁다. 특히 중국에서는 자산 규모 17조원, 직원 수 3만 명, 자회사 300개에 달하는 국영기업인 CECEP가 지스마트글로벌과 손을 잡았다. 이미 톈진에 합작공장을 일부 완공한 CECEP측은 "최소 1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건물 외벽유리 시장에 스마트글라스를 본격적으로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스마트글라스의 경쟁력은 단순한 유리를 똑똑한 유리로 탈바꿈시켜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특히 건축물 디자인 측면에서 최근 트렌드에 딱 맞는 제품이다. 1세대 건축물 디자인은 단순한 조명을 활용해 건물을 부각시키는 방식이었다. 2세대 건축물 디자인은 별도의 LED장비를 설치해 건축물에 옷을 입혔다. 최근의 3세대는 건축가(Architect)와 오락(Entertainment)의 합성어인 '아키테인먼트(Architainment)'이다. 건자재가 스스로 미디어 기능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런 용도로 사용하기에 건물 외벽 전체를 거대한 TV 화면으로 만들 수 있는 스마트글라스 만한 소재가 드물기 때문이다.건물 외벽을 TV 스크린처럼 꾸민 건물은 종종 눈에 띈다. LED를 이용해 건물 외벽에 그림이나 메시지, 광고 등을 하는 것이다. 이를 '미디어파사드(Media-Facade)'고 한다.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옛 대우빌딩)는 LED를 사용해 미디어파사드를 하는 대표적인 건물이다.
중국 외벽유리 시장 규모 100조원 넘어하지만 미디어파사드를 하는 대부분의 건물은 2세대 건축물 디자인으로, 기존 유리에 창살과 같은 LED틀을 장착했다. 따라서 건물 외벽은 아름답게 보일지 몰라도 내부에서는 창살과 같은 것을 봐야 하는 불편이 있다. 하지만 스마트글라스는 일반 유리처럼 보이는 특수유리에 점과 같은 투명 LED를 박아 건물 내부에서도 외부 풍경이 그대로 보인다. 또 스마트글라스를 얼마든지 이을 수 있기 때문에 확장성이 무한대라는 특징도 갖고 있다.이런 혁신적인 기술이 자칫하면 묻힐 뻔했다. 스마트글라스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해 만든 평택의 공장은 은행에 빚을 갚지 못해 2011년 NPL(부실채권)로 나왔다. 지스마트글로벌 이기성(45) 대표는 처음 땅값이 오를 것으로 보고 이 공장을 인수했다. 당시 삼성전자가 평택 고덕지구 산업단지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평택에 굵직한 부동산 호재가 많았기 때문이다. 사실 이기성 대표는 1994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주요 아파트 분양현장의 분양소장 등을 역임한 부동산 전문가다. 이대표가 현대건설에서 독립해 2001년 창업한 '더감'이란 종합부동산자문회사는 최고 80층 높이의 부산해운대 두산위브와 아이파크, 그리고 일산자이 등 각 지역의 랜드마크 아파트단지분양 때 분양대행 업무를 맡은 해당 업계 최상위권의 회사다. 요즘 '더민주' '더 페이스샵' 등 정관사 더(The)를 활용한 네이밍이 많은데 '더'를 처음으로 사용한 것도 이 대표다. 이 대표는 "처음에 '더감'이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차리고 6개월 후에 포스코건설에서 자사의 아파트 브랜드를 '더샵'으로 지었다"고 말했다.처음 평택 공장을 인수한 뒤에는 공장 내 설치된 생산 설비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고민이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고철로 팔자는 의견이 많았다. 그런데 이 대표는 생산 설비에 눈길이 갔다. 그는 "공장에 다니던 직원을 수소문해 어떤 공장이었고, 어떤 기술을 갖고 있었는지 알아봤는데 '아하 이거 돈이 되겠다'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해당 분야 최고 연구인력을 찾아가 기술 개발을 의뢰했다. 하지만 1년이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던 개발 기간이 2년으로 늘었다. 어렵사리 기술 개발에는 성공했지만 이번에는 또 영업이 문제였다. 막 기술 개발을 끝낸 초기여서 스마트 유리를 사용한 건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국내 영업이 고전을 하고 있을 때 과감하게 해외로 눈을 돌렸다. 특히 중화권에 집중했다.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이 좋아할 기술이라는 판단에서다. 예상은 적중했다. 2013년 12월 중국의 국영대기업인 CECEP와 합작투자 계약을 하고, 2018년까지 텐진 빈하이 하이테크개발구 2만6000m² 부지에 5개의 스마트글라스 생산공장을 짓기로 했다. 5개 공장 중 제1공장은 지난해 10월 완공했다. 합작법인은 자본금 280억원의 회사인데 지스마트 측에서 기술을 대고 자본은 모두 중국 측에서 조달하는 방식이다. 합작법인의 지스마트 지분율은 38%다. 이 대표는 "중국 측에서는 외국의 신생 기업이 30% 넘게 지분율을 확보하는 조건으로 중국에 기술을 수출하는 건 유래를 찾기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고 말했다.지스마트글로벌은 중국 외에 일본·홍콩·프랑스·독일에도 진출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 중국과 홍콩에서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본다. 중국에서는 베이징 중심 상권의 대형 쇼핑몰인 "슈수이제(秀水街·실크스트리트)"에 4160㎡ 규모로, 홍콩에서는 중심가 M3빌딩에 스마트글라스 1100㎡를 설치한다. 이 대표는 "서울 중구의 명보아트홀에 스마트글라스가 설치된 이후 '우리도 설치하고 싶다'는 건물주의 문의가 부쩍 늘었듯이 중국과 홍콩 랜드마크 빌딩에 설치가 완료될 경우 전 세계에서 설치 문의가 쇄도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반 유리값의 10배 비싼 가격이 걸림돌이 대표는 올해 미국 시장에 합작법인이 아닌 현지 단독법인 형태로 진출할 계획이다. 상업광고가 활성화 된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스마트글라스의 수요처이기 때문에 과실을 나눠갖는 합작 대신 단독 진출을 통해 더 큰 수익을 올린다는 전략이다. 이 대표는 "뉴욕의 타임스퀘어는 디지털 사이니지 광고 플랫폼 만으로 연간 240억~250억원 수익을 올린다"며 "머지않아 타임스퀘어가 지스마트의 스마트글라스를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스마트글라스의 미래가 장미빛만은 아니다. 특히 일반 유리에 비해 10배가량 비싼 가격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