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공유경제의 밑거름은 신뢰 

 

이준규 에어비앤비코리아 사장

10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백과사전 하면 ‘브리태니커’를 떠올렸다. 지금은 많은 사람이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wikipedia)’를 떠올린다. 244년 역사를 자랑하던 브리태니커는 지난 2012년 종이 출판을 중단했다. 그러나 2001년 출범한 위키피디아는 290개가 넘는 언어로 서비스하고, 500만개가 넘는 문서를 담고있다. 위키피디아에 매달 접속하는 인원만 5억 명에 달한다. 10여 년 만에 명실상부한 백과사전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것이다.

최고 전문가 집단이 참여하고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최고의 브랜드 파워를 지녔던 브리태니커를 위키피디아는 어떻게 이길 수 있었을까? 온라인에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 실시간 업데이트가 가능하다는 점 등 여러 요인이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온라인 백과사전의 약점이자 한계라고 여겨지던 콘텐트의 질이 이용자의 신뢰를 얻기에 부족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위키피디아 등장 초기에 정보의 부정확성과 무책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지만 위키피디아에 게재된 정보의 정확성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개선됐다. 정확하지 않은 정보나 충분하지 못한 내용은 누군가가 나서서 고치거나 보충했으며, 새로운 정보는 또 다른 누군가가 끊임없이 업데이트했다.

이처럼 ‘집단지성’의 힘은 강력하다. 참여하는 개개인에 대한 신뢰도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지만 자발적 참여를 통해 집합적 개인이 함께 만든 결과물은 전문가의 결과물보다 풍부하고 정확하다. 온라인 서비스 역시 온라인 콘텐트와 마찬가지다. 익명성과 비대면성이라는 온라인의 근원적 한계를 제거한다면 온라인 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빠르게 높일 수 있다. 거기에 집단지성이 발휘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준다면 상호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의 기반을 조성할 수 있다. 신뢰 기반의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것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에어비앤비 역시 이용자 간의 상호 신뢰가 비즈니스의 핵심이다. 여행객에게 집을 내주는 호스트도, 낯선이의 집에서 머물러야 하는 게스트도 서로 신뢰하지 못한다면 숙박 공유라는 비즈니스 모델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커뮤니티 조성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모든 이용자는 실명으로 등록해야 하며, 실명을 인증할 수 있어야 한다. 리뷰는 해당 집을 이용한 사람만이 쓸 수 있다. 그리고 본인 이외에는 리뷰를 수정하거나 삭제할 수 없다. 온라인에서 정보와 실제 정보를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 과장된 정보에는 즉각적인 피드백이 따른다. 새로운 이용자는 기존 게스트의 리뷰를 확인한 후 호스트와 사전 대화를 온라인으로 나누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서 비대면성의 한계를 최소화시킨다. 다양한 제도적 장치도 함께 마련하고 있지만 신뢰 형성의 핵심은 상호 신뢰할 수 있는 프로세스와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다. 2008년 창립한 이래 8년 동안 8000만 명이 넘는 게스트가 에어비앤비를 이용해서 꾸준히 여행하고 있다는 건, 신뢰할 수 있는 커뮤니티로 성장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최근 공유경제 열풍에 힘입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하는 서비스가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발전하고 있다. 자연히 사용자 상호 간의 신뢰 문제가 더 중요해 질 것이다. 신뢰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 이준규 에어비앤비코리아 사장

1333호 (2016.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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