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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가&혁신가 | 루트로닉 황해령 대표] 레이저 의료기기로 세계 시장 뚫는다 

국산화로 점유율 높이고 수출길 열어 … 연구개발에 매출액의 20% 투자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루트로닉 황해령 대표.
레이저 의료기기는 각종 병원의 필수 도구로 자리를 잡았다. 머리카락보다 수십 배 얇은 극세 시술이 가능해서다. 그러나 레이저 의료기기는 기술적 한계 탓에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 왔다. 시장에 변화가 생긴 건 10년 전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해마다 발행하는 의료기기산업 분석보고서를 보면 2006년부터 한국의 수출이 빠르게 늘었다. 국내 시장점유율에도 변화가 생겼다. 국산품 점유율이 처음으로 30%에 이르렀다. 수출을 주도한 기업이 바로 루트로닉이다. 2001년 국내 최초로 의료용 레이저 기기를 수출한 강소기업이다.

국내 최초로 의료용 레이저 기기 수출


루트로닉은 황해령 대표가 1997년 설립한 레이저 의료기기 제조 기업이다. 꾸준한 연구개발로 수입에 의존하던 레이저 의료기기 국산화에 성공했다. 생산 제품은 지방제거·색소병변치료·문신제거·주름·흉터치료·제모·피부재생·혈관병변·황반치료 등 레이저 의료기기 15종이다. 기미·주근깨·점 빼기와 제모에 사용하는 고체 레이저 분야는 세계 1위다. 황 대표 “최근 고부가가치 제품인 안과와 스마트 치료용 기기 개발에 성공했다”며 “에스테틱 레이저 의료기기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 다각화 및 고부가가치 신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루트로닉은 국내 피부용 레이저 에스테틱 레이저 기기 점유율 1위다. 세계 60여 개국에 제품을 수출하며 2014년과 2015년 연속 ‘3000만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지난해 매출 710억원 가운데 70%를 해외에서 올렸다. 특허 219건을 보유한 기술 기업이다. 창업자인 황 대표는 미국 예일대 경제학과 출신이다. 1982년 대학을 졸업했다. 미국의 레이저 회사에 입사해 마케팅을 담당했다. 당시 한국은 의료용 레이저 기기를 전량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었다. “한국 친구들이 이 분야 사업을 하면서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도움을 몇 차례 주다가 아예 사업을 같이 하자고 해서 몇 년 간 함께 일했지요. 그러다가 기왕 사업을 한다면 우리나라에서 와서 하고 싶었지요. 아무도 국내에서 의료용 레이저 기기를 만들 생각을 하지 않더군요. 한국인의 손재주면 만들 수 있겠다 생각해서 무턱대고 달려들었죠.”

한국도 어느 정도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 레이저 의료기기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1997년 회사를 창업한 후 전국에 있는 레이저 관련 기술자를 찾아다녔다. 미국 내 인맥도 총동원해 기술적 도움을 받았다. 기술 개발은 진척돼 갔지만 문제가 생겼다. 외환위기가 터진 것이다. 자금을 댈 투자자를 구할 수 없었다. “제 집도 팔아서 회사에다 넣었지요. 월급도 제때 못 주고 했는데 직원들도 희망을 걸고 저를 따라와주었지요.”

2년의 연구개발 끝에 드디어 색소·문신 치료용 레이저 기기를 출시했다. 이때 나온 제품이 스펙트라 시리즈다. 힘겹게 제품을 만들었더니 더 어려운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외산 제품보다 30% 싼 가격에 내놓았지만 선뜻 구매하는 사람이 없었다. 의료기기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의사들이 구매를 주저했다. 그는 직접 임상실험 1호로 참여하며 제품을 홍보했다. 수소문하며 발품을 판 덕에 마침내 첫 고객이 나타났다. 이어 지인들의 소개로 제품 판매가 늘기 시작했다. “미국 의학레이저학회에 2번이나 저희 장비가 소개됐고, 전 의사도 아니면서 특별회원으로 가입하기도 했습니다. 유럽학회에 전시되기도 했고요. 호평을 받으면서 대만을 시작으로 수출도 시작했죠. 해외 업체에 종속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이 아니라 자체 브랜드를 고집했죠.”

2001년 대만에 첫 제품을 보내기까지 1년을 공들였다. 다음 목표인 일본 시장 진출엔 1년 6개월이 필요했다. 미국 판로를 뚫기까진 다시 2년이 걸렸다. 좋은 기술과 장비를 선보여도 시장의 냉대와 폄훼 탓에 판로를 개척하기가 쉽지 않았다. 기존 미국 제품과 달리 레이저 출력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을 첨가하면서 루트로닉 제품의 인기가 높아졌다. 기능은 우연한 기회에 개발됐다. 실험 중 오류가 발생해 단일 파장의 레이저의 출력 유형이 달라지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루트로닉은 실험 결과를 분석해 출력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기능을 개발했다. 루트로닉이 개발한 ‘모자이크(피부 재생 관련)’나 ‘VRM(기미 치료용)’ 등이 등장하면서 점차 시장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에스테틱의 본고장이랄 수 있는 미국에서 공중파 방송인 CBS에 소개되고, 미국 성형외과학회 홈페이지의 ‘테크놀로지 브리프’ 코너에 등장했다. 루트로닉 제품이 수출되자 국내 대학병원도 루트로닉 제품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국내 피부과 70%에서 루트로닉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안구용 레이저 기기 개발도 마쳐

루트로닉은 매년 매출액의 20%를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기술이 생존의 필수 요소라고 생각해서다.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것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계속 쌓이기 때문에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레이저 기기 영역도 꾸준히 넓혀왔다. 2015년 신경외과 경막외카테터 사업을 시작했다. 안구용 레이저 기기도 개발을 마쳤다. 2010년부터 개발한 황반 치료 스마트 레이저 기기도 개발을 마치고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당뇨병성 황반 부종, 중심성 장액맥락 망박병증을 치료할 수 있는 레이저 기기인데, 국내 식약청과 유럽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국내외에서만 10여 곳의 병원에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황 대표는 “국내 최초로 안과 치료 기기를 개발해 국내 및 유럽에서 2개의 병증에 대한 승인을 받았다”며 “각 질환에 대한 임상 결과를 향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1334호 (2016.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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