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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와 정면승부 흔적 곳곳에신세계백화점 신관 8~12층에 영업면적 1만5138㎡(약 4500여 평) 규모로 들어선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은 8층에 명품 매장, 9층에 시계·보석·잡화, 10층 화장품, 11층 가전·캐릭터·식품, 12층 기념품·술·담배 등으로 구성됐다. 매장 곳곳에는 불과 800m 떨어져 있는 국내 최대 면세점인 롯데면세점 본점을 겨냥한 흔적이 눈에 띄었다.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고급화·한류·중국인이다. 우선 신세계는 인테리어에 신경을 썼다. 탁 트인 구조에다 벽 전면을 번쩍이는 하얀색 인테리어로 만들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화장품 매장인 10층에는 ‘아이코닉 존’이 있다. 현대 미술계의 이단아로 꼽히는 벨기에 출신 작가 카스텐 휠러의 조형물 ‘미러 캐러셀’ 위에 ‘ㅁ’자 형태의 360도 벽면을 따라 서울의 명소를 보여주는 발광다이오드(LED) 화면이 있다. 아이코닉 존은 정유경(44) 신세계 총괄사장이 각별히 애정을 쏟은 공간이다. 중앙에 있는 아이코닉 존을 중심으로 설화수·디올·에스티로더·후 등 국내외 대표 화장품 브랜드 매장이 둘러싸고 있다.한류 콘텐트로 YG엔터테인먼트와의 협업을 내세웠다. YG의 자회사가 운영하는 화장품 브랜드 ‘문 샷’ 매장을 전면에 배치했다. 신세계면세점 모델도 빅뱅의 지드래곤이다. YG 소속 한류스타의 얼굴이 새겨진 기념품을 증정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이 SM엔터테인먼트의 EXO 등을 모델로 쓰는 것에 대한 맞불이다. 한류 캐릭터 존도 있다. 라인 프렌즈, 카카오 프렌즈, 터닝메카드, 뽀로로, 코코몽 등 국내 인기 5대 캐릭터의 매장이 모여 있다. 이는 롯데백화점 영플라자의 인기 코너인 라인 프렌즈 매장을 겨냥했다.신세계면세점은 또 중국인의 입맛을 철저히 연구한 상품구색(MD)으로 차별화했다. 주류 매장에는 중국의 명품 백주(白酒)인 ‘국교 1573’이 눈에 띄었다. 헤네시 임페리얼 같이 국내 주류 면세 한도(2485달러)를 넘어서는 고급 꼬냑도 있다. 면세점 전용 술로, 중국인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로얄살루트 이터널 리저브’도 판매한다. 12층 기념품 매장에는 아름지기 재단과 협업해 만든 한국 전통 공예품 매장이 입점했다.편집 매장을 강화한 것도 특징이다. 9층에는 이탈리아 남성 패션 브랜드를 모아놓은 편집숍 ‘멘즈 클래식’이, 8층에는 신세계백화점에서 운영하는 럭셔리 편집숍인 ‘분더샵’이 있다. 명품 매장인 8층에는 생로랑·구찌·베르사체 등 패션 브랜드가 입점했다. 보테가베네타·불가리·티파니 등은 올 하반기 중 입점한다. 성영목 신세계DF 대표는 “(샤넬·에르메스·루이비통 등) 3대 명품 브랜드 입점에 대해서는 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내년 하반기에는 이들 브랜드 모두가 매장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유경 총괄사장이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으로부터 백화점 사업 전반에 대한 권한을 받은 후 첫 사업이 이번 시내면세점”이라며 “정유경표 럭셔리를 보여주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신세계는 동선에 있어서도 기존 신세계백화점 신관과 신세계면세점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설계했다. 예컨대 가격에 대한 저항보다는 아기자기한 상품구색이나 다양한 아이템이 중시되는 유아동용품은 면세점에 배치하는 대신 7층 백화점 매장에 배치했다. 그것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정면에 중국어 입간판과 매대가 보이게 했다. 꼭 시내면세점에서 사지 않더라도, 백화점 외국인 부가세 즉시환급(외국인 관광객이 3만~30만원 구매시 부가가치세 10%를 현장에서 차감해 결제)만 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고, 중국인 관광객들이 백화점 매장으로도 발걸음을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마찬가지로 신세계백화점 신관 4층에만 운영되던 패션 매장 내 카페를 신관 2층(폴바셋)과 6층(스타벅스)에도 넣었다. 11층 야외 스카이파크가 중국인 관광객에게 부족할 경우 조용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은 셈이다.신세계그룹 내부에서는 이번 면세점 개점과 함께 그간의 숙원이었던 명동 유커 상권과의 연동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세계는 본관 앞에 있는 분수를 소유주인 중구청과 협의해 로마 트레비분수와 같은 관광명소로 만들기로 했다. 이를 위해 분수 설계를 공모하고 있다.
부엉이 캐릭터 내세운 두타면세점두산그룹의 두타면세점도 20일 오픈했다. 10개층(8~18층, 11층은 비어있음) 총 1만6825㎡(5089평) 규모다. 두타면세점은 뷰티·화장품·패션·액세서리를 중심으로,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소재로 한 콘셉트 매장도 선보였다. 태양의 후예 주연 배우인 송중기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고, 라 메르 같은 초고가 화장품 매장을 입점시켜 차별화를 꾀했다. 두타면세점 측은 동대문 상권을 활성화시켜 올해 5000억원의 매출을 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두타면세점은 ‘부엉이’를 캐릭터로 내세웠다. 심야 쇼핑족에 맞춰서 면세점 업계 최초이자 유일하게 새벽 5시까지 운영하는 심야 면세점으로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의도다. 지금도 두타 인근에는 옷을 사러 나오는 쇼핑객·도매상들과 심야 영화를 즐기러 나오는 데이트족으로 새벽 3~4시에도 택시를 잡기 어려울 정도다. 최근 들어서는 영화 [곡성]의 인기로 새벽 3시에도 두타 인근에 있는 동대문 메가박스 상영관에 사람이 절반 이상씩 찬다.면세점 업계에서 자체 캐릭터를 내세워서 마케팅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통 업계에서는 소셜커머스 티켓몬스터의 ‘티모니’, 이마트의 키덜트전문점 일렉트로마트의 ‘일렉트로 맨’ 정도만 있었다.한편 지난 5월 17일 발표된 김해공항 면세점 운영 사업자로 롯데면세점이 선정됐다. 본래 김해공항 면세점은 신세계와 스위스 듀프리(토마스듀프리줄리코리아)가 절반씩 운영하고 있었으나, 신세계 측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사업권을 반납하면서 입찰전이 진행됐다. 김포공항 면세점 입찰도 관전 포인트다. 그동안 롯데와 신라가 운영하고 있던 김포공항 면세점 입찰에는 롯데·신라·신세계·한화·두산·탑솔라·시티플러스 등 7개 업체가 입찰할 전망이다. 관세청은 또 올해 연말까지 서울 시내에 4개의 시내 면세점을 추가하기로 했다. 사업권 회수로 폐점한 워커힐면세점과 오는 6월 말 문을 닫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재기를 노리며 입찰을 준비하고 있다. 그 외에도 이랜드·현대백화점·신세계가 추가 사업권 입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