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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대한민국 100대 기업의 CEO | 종합 1위 |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 글로벌 무대에서 얼마든지 통한다 

지난해 계약한 7개 신약 상업화 박차... 해마다 매출의 20% R&D에 투자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
- 지난 15년 간 9000억원 R&D에 투자
-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성장 가능성 입증
- 오픈 이노베이션이 신약 개발 핵심 원동력
한미약품은 지난해 내내 화제의 주인공이었다. 3월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와의 기술 수출 계약을 시작으로 베링거인겔하임·사노피·얀센과 연달아 계약을 했다. 모두 7조 5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계약이었다. 계약금만 7300억원에 달한다. 2014년 한미약품 매출인 7600억원에 버금가는 액수다. 한국 제약사 1년 총매출이 약 18조원인데, 절반 가까운 계약을 한 해에 성사시켰다. 업계는 제약회사 한 곳이 거둔 성공 이상의 의미와 가치를 부여했다.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이 신성장동력으로 부상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줘서다.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는 “매출의 20%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해온 결과”라며 “한국 제약회사도 글로벌 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업계 전체에 불어넣었다는 자긍심도 생겼다”고 말했다.

올 들어 이 대표는 더욱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라이선스 계약한 7개의 신약을 모두 최종 상업화 단계에 올라야 한다. 이를 위해 파트너사와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R&D를 진행 중이다. 그는 “물 들어 왔을 때 배 띄운다는 말이 있다”며 “제약산업이 미래 성장동력이라고 누가 봐도 확신하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1984년 한미약품 연구원으로 입사해 연구소장을 거쳐 대표이사까지 올랐다. 2015년 라이선스 계약한 신약 후보물질 모두 이 대표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연구해온 과제다. 그는 제약이 한국의 미래라고 생각한다. 한국보다 영토가 작고 인구도 적은 스위스가 제약강국으로 세계 제약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규모와 기술력이 부족했지만, 한국 기업의 특성을 살리면 충분히 이룰 수 있는 목표라고 믿었다. 같은 생각을 가진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덕에 그는 15년 전부터 본격적인 기술개발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한미약품은 1990년대부터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 다양한 시도를 진행했다. 여기서 축적한 경험과 자료를 토대로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2000년부터 한미약품은 9000억원의 연구개발 투자를 진행했다. 실패도 많았다. 1990년대 형질전환 흑염소를 이용한 항암보조제 G-CSF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지만 시장성과 채산성 등을 고려해 중단했다. 글로벌 2상까지 진행했던 C형간염 신약도 도중에 접었다. 글로벌 기업인 길리어드가 한미약품보다 더 복용이 간편한 신약을 출시해서다. 이 대표는 “실패를 인정하는 것도 신약 개발의 중요한 원동력”이라며 “모든 과정을 포용하고 또 다른 연구개발 동력으로 발전시킨 한미약품만의 R&D 문화”라고 말했다. 그는 제약 강국이 되려면 제약 업체와 정부가 힘을 한데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제약 시장이 반도체 시장보다 크고 신약 하나가 자동차 수십 만대를 수출하는 효과가 있다”며 “가치에 비해 적정한 약가를 보장받지 못하는 현재의 약가정책 등은 제약 업체들이 담대한 신약 개발을 주저하게 만든다”고 아쉬워했다.

-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1336호 (2016.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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