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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가&혁신가 | 수퍼컴퓨팅 전문 기업 클루닉스의 권대석 대표] 꿈의 크기는 어떤 꿈을 꾸느냐에 달려 

인간을 뛰어넘는 ‘강 인공지능(strong AI)’ 개발에 매진 ... 올 연말쯤 성패 윤곽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인간을 능가하는 무엇’. 인공지능 알파고처럼 인간을 능가하는 무엇인가를 만들겠다고 꿈꾸는 이들이 늘고 있다. 수퍼컴퓨팅 전문 기업인 클루닉스의 권대석(47) 대표도 그런 사람 중 하나다. 5월 18일 서울 문래동 에이스하이테크시티 12층의 클루닉스 사무실에서 권 대표를 만나 인간을 넘어서는 존재 개발의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단정한 양복차림의 그에게선 총기가 넘치는 느낌이었다. 마침 사무실 안의 대형 화이트보드에는 각종 수식들이 잔뜩 적혀 있었다. 화이트 보드 뒷편으론 간이침대가 보였다. 밤샘작업을 할 때 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클루닉스는 ‘인류를 위한 수퍼컴퓨팅’을 기치로 2000년 1월, 서울대 계산통계학과(현 컴퓨터공학과) 대학원 졸업생 7명이 세운 회사다. 소형 컴퓨터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수퍼컴퓨터만큼의 성능을 내도록 한 ‘클러스터링’ 기술이 이 회사의 주력 분야다. 클루닉스는 이후 15년 간 수퍼컴퓨터와 설계 해석용 시스템, 빅데이터 시스템, 클라우드 시스템을 대학과 기업 연구소에 주로 공급해왔다.

국내 1호 수퍼컴퓨터 박사


이 기술은 권 대표의 아이디어가 토대가 됐다. 일반 컴퓨터를 연결하는 클러스터링으로 수퍼컴퓨터를 만드는 일이 생소하던 1998년 당시 박사과정 재학생이던 그는 서울대 곳곳의 컴퓨터 7대를 모아 수퍼컴퓨터를 만들었다. 컴퓨터의 이름은 누더기란 의미의 ‘patchwork’로 했다. 기존 수퍼컴퓨터들을 구입하려면 수백 억원이 드는데 비해 일반 컴퓨터들을 연결하는 클러스터링을 활용하면 비용도 한참이나 적게 들었다. 권 대표는 1999년 이를 토대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내 1호 수퍼컴퓨터 박사였다. 그는 “나중에 알고 보니 미국의 여러 대학과 기관들도 비슷한 아이디어를 갖고 연구를 진행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회사 이름인 클루닉스는 클러스터(cluster·집합)와 소프트웨어 개발용 운영체제인 유닉스(Unix)를 합친 것이다. 수퍼컴퓨팅 전문 업체 답게 클루닉스는 100대 넘는 CPU를 묶은 수퍼컴퓨터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언뜻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실제 주인공인 존 내쉬 교수를 떠올리게 하는 ‘천재’다. 중학교 2학년 때 이미 IQ가 155에 이르렀다. 고교 2학년이던 1986년 우연히 출연한 장학퀴즈에선 기(期) 장원을 차지했다. 권 대표는 “최근에 일이 있어 병원을 찾은 김에 검사했더니 IQ가 164로 나오더라”고 말했다.

공부와 연구에선 천재였지만, 사업은 완전히 달랐다. 창업 초기는 수퍼컴퓨팅의 개념조차 생소하던 시기였다. 권 대표는 “사업이 너무 힘들어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었다”며 “사업을 하려면 상품과 고객 등 갖춰야 할게 많은데 우리는 기술만 가지고 시작한 게 어려움의 원인”이라고 회상했다. 복병은 또 있었다. 수퍼컴퓨팅을 활용한 빅데이터 분석 시장은 무궁무진했지만, 기업들은 자신이 가진 데이터의 공개나 공유를 꺼렸다.

하지만 꾸준히 한 우물을 파온 덕에 조금씩 시장이 열리기 시작했다. 최근까지 클루닉스는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 포스코와 LG디스플레이, 삼성중공업과 LG화학, 서울대학교 등과 꾸준히 거래 관계를 쌓아오고 있다. 클루닉스는 이들에게 빅데이터 처리나 시뮬레이션 용으로 쓰이는 계산용 수퍼컴퓨터 ‘테라곤’을 공급하고, 이렇게 공급된 수퍼컴퓨터를 수십~수천 명이 동시에 원격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공학용 클라우드 솔루션(아렌티어·RNTier)을 별도로 판매하고 있다. 클루닉스를 찾는 이들이 조금씩 늘면서 그에 비례해 매출도 커졌다. 지난 2013년 26억원이던 클루닉스의 매출은 올해 50억원대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시장 전망은 더 밝다. 권 대표는 “알파고 이후 불어닥친 인공지능 수퍼컴퓨터 열풍 덕에 더 큰 폭의 매출 신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근 권 대표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수퍼컴퓨터 관련 비지니스 포트폴리오를 갖춘 클루닉스의 경영이 어느 정도 안정적인 궤도에 오름에 따라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인간을 능가하는 인공지능’ 개발을 위한 새 회사를 설립하겠다는 것이 그것이다. 권 대표는 “수퍼컴퓨터 비지니스를 시작한 것도 사실은 25년 전 컴퓨터의 성능이 1990년 대 초반부터 제가 그려온 인공지능 모델과 이론을 구현하는 데 한참이나 미치지 못했었기 때문”이라며 “이제 어느 정도 컴퓨터 수준이 올라온 만큼 그간 꿈꿔온 인공지능을 만들어 보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강 인공지능(strong AI)’을 세계 최초로 만들어 내는 일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알파고처럼 바둑이나 게임 등 특정 분야에 특화된 인공지능은 ‘약 인공지능(weak AI)’, 분야를 가리지 않고 스스로 문제 자체와 그 풀이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인공지능은 강 인공지능이다.

‘알파고’의 등장은 그에게 엄청난 위기이자 기회다. 권 대표는 “현재 누구보다 먼저 인간과 채팅을 해서 사람인지 컴퓨터인지 구별하는 ‘튜링 테스트’를 통과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한다는 목표로 연구에 매진 중”이라며 “궁극적으로 구글이나 IBM을 능가하는 ‘강 인공지능’을 개발해 인공지능 출현으로 야기될 수 있는 실업과 분배 문제 등을 해결시키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소개했다. 그의 꿈은 조금씩 현실이 되고 있다. 최근 그는 정확도 90% 대의 ‘한국어 구문 분석기’를 완성하는 데 성공했다. 구문 분석기는 인공지능이 스스로 언어의 문장 구조를 파악하는 능력을 갖춘 시스템으로 현재 일반적인 한국어 구문 분석기는 70%대의 정확률에 그친다.

결국 스스로 질문을 이해하고 파악해 대답을 완성하는 기능인 만큼 강 인공지능으로 가는 첫 단계로 여겨진다. 우리나라가 정부 차원에서 2013년부터 개발에 착수한 인공지능인 ‘엑소브레인’의 자연어 구문 분석 성능은 91.2%로 IBM의 왓슨(88.7%)을 뛰어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확도 90% 대의 ‘한국어 구문 분석기’ 완성

권 대표는 “엑소 브레인이나 알파고는 모두 딥 러닝(deep learning)을 기반으로 하는 인공지능이고, 내가 개발하는 인공지능은 그것과는 구동방식이 다르다”며 “올 연말쯤 개발 성패의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본을 위해 동작하는 인공지능보다 인류를 위해 봉사하는 인공지능을 먼저 만드는 게 꿈”이라며 “인간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을 내 손으로 만들어 그 인공지능으로 하여금 인류의 공통 고민을 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건 전혀 새로운 게 아니라 중학생 때 즐겨보던 만화책에 나오던 개념”이라며 “결국 얼만큼 큰 꿈을 그리는 사람이 되느냐에 따라 실현되는 꿈의 크기도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1336호 (2016.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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