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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의 이 한 문장] 확실하게 짓밟고 관용 베풀어라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대표
'인간들이란 다정하게 안아주거나 아니면 아주 짓밟아 뭉개버려야 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인간이란 사소한 피해에 대해서는 보복하려고 들지만 엄청난 피해에 대해서는 감히 복수할 엄두도 못 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려면 복수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아예 크게 입혀야 한다.’ -군주론 3장
개인이나 조직이나 서로 간의 입장 차이에 따른 갈등은 상존한다. 이를 대화를 통한 합의로 해소할 수 있다면 바람직하겠지만, 충돌이 불가피하다면 결정적 순간에 단호히 행동에 나서서 분명하고 확고한 승리를 거두어야 한다. 어설픈 봉합은 결국 후일 더 큰 충돌로 이어질 뿐이다.

외교관이었던 마키아벨리는 직업 특성상 타협과 조정의 전문가였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는 타협을 비생산적이라는 이유로 경계했다. 타협은 서로 한 걸음씩 양보하면서 모든 참가자가 어느 정도 불만을 품는 결과로 끝나기 쉽기 때문이다. 타협은 많은 경우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문제의 이연이다. 상대방을 인정하는 대화와 타협의 정신은 존중해야 하지만, 매사를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야 한다는 발상은 지나치게 순진하거나, 교활한 약자가 상대방을 속이려는 위장인 경우가 많다. 마키아벨리는 상대방과의 싸움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았을 때는 완전한 승리를 확보하라고 강조한다. 어설픈 관용에 빠져 회생의 기회를 준다면 결국 후일에 큰 불행이 닥칠 것이라는 경고이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만들어진 오월동주라는 고사성어처럼 월과 오의 대립은 뿌리가 깊다. 월왕 구천과 싸워 크게 패한 오왕 합려는 적의 화살에 목숨을 잃었다. 임종 때 합려는 태자인 부차에게 반드시 구천을 쳐서 원수를 갚으라는 말을 남겼다. 부차가 복수를 다지며 병력을 증강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구천은 참모인 범려의 간언을 무시하고 선제공격을 감행하다가 포위를 당한다. 범려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주군을 버리지 않고 일단 항복하여 후일을 도모하자고 조언한다.

구천이 부차에게 항복하자, 부차의 명참모 오자서는 후환을 남기지 않으려면 구천을 죽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승리에 도취한 부차는 구천을 살려주었다. 구천은 3년 간 오나라에 구금되었다가 풀려났다. 구천은 치욕을 잊지 않으려 쓸개를 씹으며 17년을 기다린 후 결정적 기회에 부차의 오나라를 공격했고, 부차는 자결했다. 와신상담의 고사는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미국 프로야구 뉴욕 양키스의 명포수 요기 베라의 명언과 일맥상통한다.

미국의 16대 대통령 링컨은 온건한 타협주의자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실제로 링컨은 반대파를 등용하고 유머를 구사하는 등 대결보다는 화해적인 제스처를 많이 취했다. 그러나 링컨은 분명한 원칙으로 상대를 밀어붙여야 할 때는 단호했다. 1861년 4월 12일 시작돼 4년 간 이어진 남북전쟁 때의 결단이 좋은 사례이다. 북군이 1863년 7월 게티스버그 전투의 승리로 주도권을 잡았지만 예상외로 전쟁이 길어지면서 북부 일각에서 협상평화론이 고개를 들었다. 링컨은 북군과 남군의 주력이 대치하는 동안 1864년 9월 전격적으로 북군 셔먼 장군의 부대를 남부에 진격시켰다. 뜻밖의 강공에 조지아주의 애틀랜타가 초토화 됐다. 전쟁이 끝나고 링컨은 예상외로 반역의 주동자들에게 대사면을 베풀었고, 연방을 수호한 위대한 지도자로 남았다.

-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대표

1337호 (2016.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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