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행복의 시작은 직(直)으로 부터 

 

이강호 PMG 회장

지금 기차를 타고 덴마크의 아름다운 전원을 달리고 있다. 세계 행복지수 1위의 나라인 덴마크를 수십 번 방문하며 뇌리 속을 항상 맴도는 의문이 있었다. ‘왜 덴마크는 항상 세계의 모든 나라 중에 행복지수가 1위인 반면, 세계 무역 순위 8위 그리고 세계 GDP 13위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50위권 밖에서 머무는가’였다. 그러던 중 최근에 논어의 내용을 정리하는 철학 교수의 강의를 들으며 마음 속에 와 닿는 느낌이 있었다. 공자는 인간의 진실된 마음을 중시했다. 허위를 증오하고 바탕의 정직을 숭상해 이렇게 말했다. “인간이 태어날 때의 모습은 정직(直:솔직)이다. 허위(罔)의 삶은 용케 화를 면한 경우일 뿐이다(人之生也直, 罔之生也, 幸而免).” 정직이란 안으로 자기 자신을 속이지 않고, 밖으로 남을 기만하지 않고, 심중의 좋고 싫음을 사실 그대로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직(直)은 원천적인 순수한 생명력으로서 마음속에서 우러나온다는 말이고, 자기 마음으로부터 만족한다는 말이다. 인(仁)은 직(直)으로부터 시작된다.

지난 30년 가까이 덴마크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경험한 사실은 그들은 심중의 좋고 싫음을 사실 그대로 나타내곤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밝고 행복해 보인다. ‘번지르르한 말과 알랑거리는 낯빛에 어진 마음은 거의 없다(巧言令色 鮮矣仁)’라는 공자의 표현을 거의 경험하지 못했다. 덴마크 사람들과 대화할 때 가공된 생각 없이 직(直)의 원천적인 순수한 생명력을 느끼곤 했다.

우리나라의 좋은 예를 들면, 육군사관학교에서는 명예제도가 훌륭히 자리잡고 있다. 감독 없이 모든 시험을 치르고 무인 판매소에서 서명만 하고 물건을 구입한다. 정직은 미래에 국가의 안보를 책임질 사관생도들에게 대단히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규율이 엄격한 생도 생활은 힘든 과정이었지만 마음은 구김살 없이 행복했다. 부패한 행위나 탈세로 부를 축적한 사람이 언제까지나 행복할까. 골프장에서 가공의 이름을 기입하고 라운딩하는 공직자가 즐거울까. 용케 화를 면할수(幸而免) 있을지 몰라도 행복하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가 좀 더 행복해지기 위해 조그만 변화를 제안하고 싶다. 약속과 예약문화의 정착이다. 사회 생활을 하다 보면 많은 행사를 주관하거나, 주위에 크고 작은 모임의 총무도 하고 회장도 하게 된다. 공식 행사든 식사 모임이나 골프 모임이든, 약속 바로 전에 취소를 하거나 연락도 없이 나타나지 않는(No Show) 경우가 있다. 이런 모든 경우 주위를 행복하지 않게 만든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를 너무 좋아해 한국에 가장 오래 주재하고 이곳에서 외교관 생활을 은퇴하고 귀국하는 덴마크 대사가 약속문화는 바꾸어야 한다고 충고하며 떠났다. 지위 있는 어떤 사람과의 약속이 다섯 번이나 바뀌었다고 하면서…. 약속이 있으면 직(直)으로 있다고 하고 다른 날로 약속하고, 약속을 한번 했으면 직(直)으로 반드시 지켜야 마땅하지 않은가. 우리나라도 직(直)을 마음의 바탕으로 삼으면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가 되고, 모두 평안하고 즐겁지 않을까. 덴마크의 아름답고 푸른 전원을 달라는 기차의 창 밖을 내다보며 그런 날을 기대해 본다.

- 이강호 PMG 회장

1338호 (2016.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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