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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대화 | '애덤 스미스의 따뜻한 손' 펴낸 김근배 숭실대 교수] “애덤 스미스가 통탄할 일이다” 

신고전학파가 ‘보이지 않는 손’의 개념 왜곡했다고 주장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읽지 않은 사람도 상식으로 알 정도로 그의 ‘보이지 않는 손’의 비유는 유명하다. ‘보이지 않는 손’은 ‘정부 간섭이 없는 시장 기능’ 또는 ‘시장이 수요와 공급을 조정하는 조절능력’으로 많은 사람이 이해한다. 시장에 맡기면 ‘보이지 않는 손’이 생산량과 가격을 조절해 시장 질서를 유지해 준다는 이론이다. 김근배 숭실대 교수는 저서 [애덤 스미스의 따뜻한 손]을 통해 반론을 제기한다.

신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이 애덤 스미스의 본래 주장을 왜곡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짝퉁 제품에 잘나가는 브랜드를 붙여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스미스가 실제로 어떤 의미로 ‘보이지 않는 손’을 사용했는지 보여주기 위해 책을 저술했다”고 말했다. “신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은 마셜의 균형이론을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포장을 걷어내 보면 스미스의 사상이 아닌 이익극대화의 경제학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애덤 스미스가 통탄할 일입니다.”

수입 규제 비판 위해 ‘보이지 않는 손’ 언급


▎애덤 스미스의 따뜻한 손 / 저자 김근배 지음 / 출판사 중앙books / 값 1만6000원
그는 이를 입증하기 위해 애덤 스미스 연구자들의 논문과 견해를 책에 함께 소개했다. 199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티아 센과 그의 부인이자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인 에마 로스차일드, 영국 경제학자로 [애덤 스미스의 잃어버린 유산]을 저술한 가빈 케네디, 애덤 스미스 연구소 설립자인 이먼 버틀러 등이다.

애덤 스미스는 1500페이지 분량의 [국부론]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란 표현을 단 한번 사용했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을 규제하는 것을 비판하기 위해서다. ‘외국 제품 수입을 규제해 본국 제품을 보호하는 것은 본국 이익을 위해서다. 이 경우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의도하지 않은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 본국 기업이 노동자를 더 많이 고용해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내용이다.

그의 저서 [도덕감정론]에서 사용한 ‘보이지 않는 손’이란 표현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토지를 나누어 사용했다’는 문장이다. 스미스 연구자들은 여기서 ‘보이지 않는 손’은 신의 섭리에 대한 은유라고 해석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보이지 않는 손’은 미국 경제학계의 거장 폴 새뮤얼슨 MIT 교수를 통해 널리 퍼졌다. 그가 쓴 [경제학]은 1948년 초판이 나온 이후 4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됐고, 400만권 넘게 팔렸다. [경제학] 초판에서 새뮤얼슨 교수는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정부 간섭을 줄이고 시장을 자유롭게 하라는 원칙을 천명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김 교수는 새뮤얼슨이 [국부론]에 나오는 스미스의 ‘자연적 자유주의’를 제대로 이해했다면 이런 방식으로 해석하지 않았을 것이라 비판한다. 스미스가 정부 간섭에 반대한 것은 사회에서 경제적 강자인 상공업자의 독점을 막기 위해서였다. 스미스는 정부와 상인, 제조업자가 한통속이기 때문에 정부가 간섭하지 말라고 한 것이다.

김 교수는 197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케네스 애로우 교수도 애덤 스미스를 잘못 해석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애로우 교수는 경제학에 수학적 깊이를 더해 일반균형이론을 한 단계 도약시킨 학자다. 그는 자신이 도출한 수학적 결론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체계화 했다고 주장했다. 경쟁적인 시장에서 작동하는 합리적인 인간의 이기심이 경제를 최적상태로 이끈다는 내용이다. 그는 [일반경쟁분석]이란 저서에서 스미스를 일반균형이론의 창시자로 표현하며 ‘보이지 않는 손’은 경제적 균형 관계의 가장 근원적인 모습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스미스는 애로우의 결론에 결코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미스는 자연가격을 이야기하며 인간은 합리적으로 이윤을 극대화하고 시장은 완전경쟁에 있다는 가정을 하지 않았다. 저서 곳곳에서 스미스는 시장 왜곡현상을 지적했다. 그는 시장을 신뢰하지 않았다. 김 교수는 “자유방임주의를 비판한 스미스를 인용해 자신의 이론을 합리화한 것은 논리적으로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신고전학파의 균형이론은 자유방임주의로 이어진다. 균형상태에 도달하려면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서로 궁합이 잘 맞는다. 신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의 저서 대부분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나오는 이유다. 스미스의 이론을 계승한 고전경제학자인 맬서스, 리카르도, 스튜어트 밀, 마르크스는 공통점이 있다. 저서에서 ‘보이지 않는 손’을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손’은 20세기 들어서 나타난다. 경제학에 수학을 도입한 신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을 통해서다.

김 교수는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경제적으로 낙후된 나라의 입장에서 국가가 부유해지는 길을 모색했다고 밝힌다. 그리고 당시 정치·경제적 소수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정책이었던 중상주의를 비판했다고 말한다. 그는 국민 대다수를 이루는 노동자가 잘 살아야 부강한 나라라고 했고, 그것이 진정한 부국이라 했다. 당시 영국의 기득권은 장인조합과 상인, 기업가들이 쥐고 있었다. [국부론]에는 착취 당하는 서민을 위해 정부가 개입해서 문제를 해결하라는 주장이 있다. 노동자 소득이 높아져야 경제가 활성화되며 국가에 부가 쌓인다는 논리다. 이런 애덤 스미스의 이론을 미국 신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은 자신의 입맛에 맞게 해석해 퍼뜨렸다. 김 교수가 “애덤 스미스가 펄쩍 뛸 일”이라고 거듭 말하는 이유다.

정치·사회 문제의 80%는 경제 문제에서 생겨

김 교수는 집필에 10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3학기 동안 진행한 강의 내용을 중심으로 책을 구성했다. 김 교수는 “가르치는 것이 배우는 것이란 말이 있다”며 “강의 준비를 위해 공부하며 새로운 점을 오히려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11개 장으로 구성된 책에선 8장이 가장 중요하다고 소개했다. 논란의 핵심인 왜곡된 ‘보이지 않는 손’을 상세히 설명했다. 김 교수가 집필한 첫 번째 원고는 비판 수위가 너무 높아 출판사에서 많이 순화 시켰다.

책에는 소득 불평등, 경제 불황, 청년 실업 등 부작용이 나타나는 자본주의 위기와 한국 사회에 대한 고민이 묻어 있다. 경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자본주의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오해와 편견으로 잘못 알려진 애덤 스미스의 경제 사상을 제대로 알리는 노력이 필요했다. 김 교수는 특히 정치인들에게 책을 권했다. “정치·사회 문제의 80%가 경제 문제에서 생깁니다. 이를 해결하려면 정치인들이 경제를 알아야 합니다.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이해해 빈혈에 걸린 한국 경제가 다시 힘을 얻도록 노력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썼습니다.”

-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1338호 (2016.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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