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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젤리 왕 꿈꾸는 키즈웰] 젤리는 어른의 훌륭한 디저트죠 

1000억대 국내 젤리 시장 평정 노려... 젤리 전문 가게 오픈 계획도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키즈웰 손옥윤 대표.
“대한민국 젤리 왕(王)을 꿈꾸죠.” ‘키즈웰’ 손옥윤(49) 대표의 포부다. 키즈웰은 해외에서 과자류를 소싱해 국내 편의점과 할인점에 판매하는 회사다. 수입 품목은 젤리·초콜릿·비스킷·팝콘 등 50여 가지가 넘는다. 2005년 설립된 이 회사는 10년 만에 매출 200억원을 넘어서며 알짜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 멀티그레인 13곡, 젤리스트로우, LOT100 구미망고젤리와 같은 제품을 연이어 히트시키면서 최근 3년 동안 30%씩의 매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키즈웰은 지난해 창고형 할인매장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가공식품 매출 전체 순위 5위에 올랐다. CJ·동서식품·농심·오뚜기의 뒤를 이었고, 과자 전체 매출 부문에선 1위를 기록했다. 중소기업이 제과 4강(롯데·오리온·해태·크라운) 구도의 벽을 깬 것이다. 특히 주력 상품인 젤리스트로우의 지난해 매출(트레이더스 기준)은 36억원을 넘어서면서 신라면(29억원)을 앞질렀다.

직원 15명의 작은 회사인 키즈웰의 성장 비결은 뭘까. 손 대표는 키즈웰의 최대 무기로 ‘스피드’를 꼽는다. 그는 “회사가 많이 성장했지만 그만큼 직원 수를 늘리지 않은 이유는 빠른 회사가 살아남는다는 철학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스피드가 중요한 이유는 타이밍과 밀접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기업이나 제조 회사들은 의사결정과 검토 등의 과정 때문에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 평균 3~4년의 시간이 걸린다”며 “우리는 상품 개발을 가장 빨리 하는 회사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어떤 상품이 인기를 끌 때 소비자들이 원하는 시점에 갖다 줘야 하기 때문에 속도는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도 했다. 빠른 소싱을 위해 손 대표는 15명의 직원 가운데 8명을 소싱 인원으로 꾸렸다. 직원들은 각자 해외에서 찾은 상품 정보를 수시로 공유한다. 또 한 달에 한 번씩 전 직원이 모여 상품개발 회의를 하고 기존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의견을 수렴해 문제를 개선한다.

“속도가 사업의 성패 좌우”


키즈웰의 또 다른 무기는 차별화다. 해외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제품이라도 한국 소비자가 선호하는 디자인과 패키지를 입히고, 맛까지 바꾼 새 제품을 만들어 국내로 들여온다. 손 대표는 새로운 제품을 발굴하기 위해 한달 중 15일 이상을 유럽이나 동남아시아와 같은 지역을 돌며 현지 유통 업계 시장 조사에 나선다. 1년 비행 거리만 40만km가 넘는 대장정의 연속이다. 손 대표는 “바이어가 관심을 보이는 상품이 있으면 무조건 그 나라에 달려가서 한국 실정에 맞는 레시피와 디자인, 패키지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한다”며 “무조건 제품 패키지에 한국어를 넣어 달라고 떼를 쓰기도 했다”고 말했다. 키즈웰의 차별화 전략은 한류와 맞물려 해외 제조 업체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의 인기 상품은 세계 시장에 홍보하기 더 수월하다는 이점 때문에 제조사들도 차별화된 상품 개발에 과거와 달리 크게 이견을 보이지 않는다”면서 “제조사와 아이디어를 공유해서 신제품을 만들 때 가장 큰 보람과 희열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 소비자의 요구에 맞게 패키지를 바꿔 성공한 대표 제품이 젤리스트로우다. 이 제품은 기존의 숟가락으로 떠 먹는 젤리 콘셉트에서 벗어나 막대 모양에 ‘이지커팅’ 패키지를 적용해 손쉽게 잘라 빨아먹도록 만들었다. 특히 젤리를 슬러시처럼 차게 먹거나 냉동실에 얼린 후 먹을 수 있고, 휴대하기 간편해 이지커팅 제품 출시 후 입소문을 타고 매출이 급성장했다. 생각의 전환이 소비자에게 흥미롭고 신선한 제품으로 인식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손 대표는 “이지커팅 개발 당시 이 방식을 제조사에 보여줄 샘플이 국내에 없어 일본으로 날아가 도쿄 신주쿠 일대를 다 뒤졌다”며 “수소문 끝에 딱 1개의 비슷한 상품을 찾아내 대만 공장으로 들고 가 이지커팅 제품 생산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이지커팅 방식의 젤리스트로우 제품 출시 이후 매출이 20~30% 늘어 대만 제조사에서도 좋아했다”고 덧붙였다.

키즈웰은 한국 시장만을 위한 대용량 제품도 선보였다. 브라질 제과 업체 바두코가 미국 월마트에 독점 납품할 목적으로 용량을 20% 키운 웨하스 제품이 그것이다. 이 정보를 알게된 손 대표는 바두코 회장을 직접 설득해 대용량 제품을 한국에 먼저 출시했다. 그는 “제품 용량을 20% 늘린 게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물건이 팔리고 안 팔리고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라며 “대용량 제품을 출시하면서 웨하스 제품 매출이 10배가 늘었다”고 말했다. 작은 차별화가 언제나 큰 변화를 만든다는 것이다.

제품군과 매출이 늘면서 키즈웰 제품을 입점시키려는 유통업체도 늘고 있다. 하지만 키즈웰은 판매처를 늘리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 현재 키즈웰 제품의 판매 비중은 편의점 40%, 이마트 트레이더스 40%, 온라인 쇼핑몰 20%다. 설립 초기부터 편의점 위주로 거래를 했고, 2010년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출범하면서 수입 식품에 대한 새 시장이 생겨나자 틈새시장으로 공략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노재악 상무는 “키즈웰처럼 작은 회사가 제과 4사를 뛰어넘는 실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신뢰 덕분”이었다며 “이젠 코스트코에서 납품 제안을 받을 정도로 성장했지만 꾸준히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회사와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서 납품 업체에 제한을 두고 있다”고 했다.

성균관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손 대표는 상품 개발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았다. 현재는 사라진 미원통상 무역사업본부에 1993년 입사한 그는 상품개발부서에 배치돼 식품 개발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과자·초콜릿 등 400개가 넘는 제품 개발에 참여하면서 경험을 쌓았지만 1998년 회사가 대상에 흡수된 이후 퇴사했다. 퇴직금 850만원을 들고 창업 전선에 뛰어든 그는 해외를 돌며 발품을 팔아 상품을 발굴했다.

해외 제품 패키지, 한국 소비자에 맞춰 바꿔서 들여와

손 대표는 연간 1000억원 규모인 젤리 시장에 주목한다. 현재 전체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젤리 매출 비중을 8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그는 “국내에서 젤리는 아이들의 간식이라는 인식 때문에 시장 규모가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면서 “세계적으로 젤리는 디저트용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 다양한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젤리 제품을 구성하면 국내 시장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이마트 트레이더스에 따르면 지난해 캔디·젤리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6% 신장했다. 손 대표는 “국내 젤리 시장에서 키즈웰이 1등을 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리면서 “최종 목적지는 한국에 최적화된 오프라인 젤리 가게를 만들어 누구나 벌크로 젤리를 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카트에 신라면보다 젤리를 더 많이 담아가는 상상을 매일 합니다. 대한민국 젤리 붐을 꼭 이끌고 싶어요.”

-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1339호 (2016.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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