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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글로비스 시화 중고차 경매장을 가다] 협박·강매? 그랬다간 큰 일 나죠 

대기업 참여, 경매 발달로 믿을 수 있는 거래 … 장안평에도 변화의 바람 

시화=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현대글로비스 시화경매장에서 딜러들이 중고차를 매입하기 위해 경매가를 다투고 있다. 이 경매장에선 1주일에 600~700대의 차량이 출품된다.
‘디링디링~’ 경쾌한 전자음과 함께 모니터 화면 외곽에 노랗고 검은 테두리가 요란하게 돌아간다. 방금 경매로 올라온 1056번 YF쏘나타 차량이 낙찰됐다는 뜻이다. 560만원에 시작한 경매는 600만원에 육박해서야 주인을 찾았다. 17만 8000km나 뛴 차지만, 외관이 깨끗하고 내장 또한 충실해 상품성을 인정받았다. ‘딩동~’ 곧바로 새 경매를 알리는 전자음이 전자식 경매장 안을 울렸다. 7월 1일 방문한 경기도 안산의 현대글로비스 시화 중고차 경매장은 긴장감과 활력이 넘쳤다. 이날 긴급 재난문자가 날아올 정도로 많은 비가 내렸으나, 경매 장에는 200여명의 중고차 딜러가 몰려들어 새로 풀린 중고차를 찾는 데 여념이 없었다. ‘시작’과 ‘낙찰’을 알리는 요란한 전자음이 15~30초 단위로 계속 울렸다. 448개의 좌석에는 국내는 물론 중동·동남아시아, 몽골 등지에서 찾아온 딜러들까지 자리를 메웠다.중동·동남아·몽골 딜러도 찾아와

매주 금요일마다 열리는 이 경매에는 600~700대의 차가 출품된다. 많은 차량이 출품되는 만큼 차종도 경차부터 최고급 수입차까지 다양하다. 낮게는 30만원 대에서 비싸게는 수억 원에 팔리는 차도 있다(최근 현대글로비스가 운영하는 경기도 분당 경매장에서는 최고급 차량인 롤스로이스 스피드가 2억 8760만원에 낙찰됐다). 시화 경매장은 사전에 등록한 중고차 딜러만 차를 매입할 수 있는 곳이지만, 찾는 사람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차가 잘 팔린다는 소문에 출품되는 중고차 수도 2011년 6만9365대에서 지난해 8만2875대로 19.47%나 급증했다. 그동안 주로 딜러-개인 간에만 성사되던 중고차 거래 시장이 대기업의 참여와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투명성, 경매 방식의 도입 등으로 고속성장한 것이다.

중고차 딜러들은 최근 시장이 과거와는 크게 달라졌다고 설명한다.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져 그에 맞는 상품을 찾으려면 경매장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수원에서 중고차 매매업을 하는 김영근(36)씨는 “인터넷을 통해 좋은 중고차를 고르려는 사람이 늘었다”며 “딜러가 추천하는 상품보단 자신의 기준에 맞는 상품을 찾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전자식 경매장에 나오는 상품은 다양하고 검증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에 중고차 딜러로서는 매입 가치가 높다. 그만큼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기도 좋다. 또 한 장소에서 여러 차량을 볼 수 있고 한번에 여러 대를 살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딜러는 낙찰가의 2.2%를 수수료를 내면서도 경매장을 찾게 된다. 현대글로비스 경매장의 낙찰률은 60%에 육박한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가장 합리적으로 시장 가격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경매”라며 “가격이나 제품의 정보를 왜곡할 가능성도 작다”고 강조했다.

과거 중고차시장은 판매자가 우위인 시장이었다. 차량 정보는 불투명한데, 이조차도 소비자에게는 잘 공개하지 않았다. 비전문가인 소비자로선 사고 이력이나 불량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웠다. 때문에 모든 판단과 결정을 딜러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바가지 거래가 일상화됐고, 중고차시장은 사기거래의 온상으로 지탄을 받았다. 중고차시장에 대기업이 속속 뛰어들고 경매 방식이 도입되면서 달라졌다. 거래관행이 깨끗해졌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기존에 영업을 하던 중개인들로서는 유통단계가 하나 더 늘어났지만, 교통사고 등 차량의 이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조금 더 좋은 차를 싸게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실제 현대글로비스 등 대기업 계열 중고차 경매상들은 차량의 부위별로 부품의 교체 필요성과 수리 여부를 점검해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딜러들은 이를 곧 소비자에게 전달해 신뢰를 얻는다. 과거보다 거래가 투명해진 셈이다. 업계에선 ‘상생의 길을 열었다’는 평가도 내린다.

법인·리스보다 개인 소유 차량 잘 팔려


현재 국내 중고차의 경매 거래(18만4000대) 비중은 전체(366만6674대)의 5%에 불과하다. 하지만 미국(25%)·일본(60%) 등 자동차 선진국은 경매시장이 이미 정착돼 있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한국에서도 관련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지난해 중고차 거래가 300만대를 넘어서는 등 중장기적으로 중고차시장은 확대되는 추세”라며 “특히 경매 방식은 투명하게 가격을 매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매도·매수자의 수요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시장이 투명해지면서 요르단 등 해외에서 찾는 딜러들도 늘고 있다. 일본보다 저렴한데다, 차량 교체주기가 빨라 주행거리가 10만km만 넘어도 중고차시장에 등장한다는 이유에서다. 중동에선 일반적으로 차량을 20만km 이상 사용한다. 특히 중고차의 ‘큰 손’인 중동에서 과거 트럭과 버스만 사들였던데 비해 최근엔 중형 이상 세단과 SUV도 많이 사가기 시작했다. 2010년 전후 출시된 YF쏘나타·K5·그랜저HG·싼타페 매물이 최근 많이 늘어난 영향이다. 법인·리스보다는 관리 상태가 좋은 개인차가 더 잘 팔린다는 것이 딜러들의 설명이다.

최근 장안평 등 기존 중고차시장에서 ‘중고차 아카데미’를 정기적으로 여는 등 고객과의 신뢰를 쌓으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과거와 달라진 점이다. 대기업의 참여로 과거에 비해 영업이 어려워진데다, 강매·낚시매물 같은 악행이 도마에 오르며 생겨난 새로운 영업 행태다. 이미 장안평 중고차시장에선 지난 2014년부터 중고차를 보는 법과 싸게 사는 방법을 가르치는 강의가 이뤄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직접 판매로 연결하기도 한다. 이렇게 인연을 맺은 고객이 또 다른 고객을 소개하는 영업 네트워크로 발전한 사례도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일부 아카데미의 경우 이미 입소문이 퍼져 강습료를 받는 곳도 있으며, 중고차 딜러 자격증 강의를 하는 곳도 속속 생기고 있다. 자동차아카데미학원장 이모씨는 “최근 딜러 교육이 확대되는 추세라, 중고차 매매 전 직접 교육을 받아보는 것도 방법”이라며 “향후 차량의 품질관리와 민원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1343호 (2016.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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