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글로벌 기업을 제대로 다루려면…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 교수·카이스트 청년창업지주 대표

우버 대표가 한국 법정에 설 수 있을까. 최근 우버의 트래비스 칼라닉이 화제에 올랐다. 우버는 2013년 한국에 진출했다. 하지만 사업은 쉽지 않았다. 택시 기사들의 강력한 반대와 고발, 정부 단속에 시달렸다. 사법당국은 우버가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 규정한 ‘자동차 대여 사업자는 사업용 자동차를 이용해 유상으로 여객을 운송하거나 알선할 수 없다’는 규정, 그리고 승객의 위치 정보를 사용하는 우버 앱을 사용하면서도 방송통신위원회에 위치정보수집 신고를 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지난해 7월 칼라닉 CEO와 국내 법인은 한국에서 기소 당했다. 결국 칼라닉 대표는 “법정에 출석해 사건을 빨리 마무리하고 싶다”는 의사를 우버 코리아를 통해 전달했다. 관심을 모은 공판 날에 그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우버는 기업가치 680억 달러(약 80조원)의 기업이다. 벌금 200만원과 법원의 기소를 부담스러워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에서 사업을 고민하겠지만, 굳이 그가 직접 법정에 나설 이유가 없다. 이번 해프닝을 놓고 우버에 당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버가 단기간에 성장한 비결 중 하나로 노이즈 마케팅이 있다. 우버는 새로운 시장에 진입할 때마다 기존의 법규와 이익집단과의 대결을 주저하지 않았다. 나쁜 뉴스를 만들어 활용해왔다. 별도의 마케팅 비용 없이도 특정 시장에서 광고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우버엔 원칙 있는 대립(Principled Confrontation)이란 운영 원칙이 있다.

우버는 한국식 잣대와 기준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조직이다. 글로벌 표준을 감안해 접근해야 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했고, 칼라닉을 법정에 세우느냐를 놓고 해프닝을 벌였다. 글로벌 표준과 많이 동떨어진 한국 사회의 정서를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와 유사한 경제의 지나친 정치화와 사법화의 실수 중에 하나가 외한은행을 인수했던 ‘론스타 사건’이다.

외환위기 당시 한국 경제는 심각한 달러 부족으로 백척간두에 섰다. 외환은행을 경제의 최고 책임자들이 나서서 론스타라는 벌처펀드에 매각했다. 그리고 론스타가 막대한 이익을 챙겨서 나가려고 할 때 ‘먹튀’ 논란이 일었다. 비난으로 온나라가 들끓자 정치적 압력에 굴복한 사법당국이 나섰다. 국내에 있는 사소한 규정들을 들어 기소했다. 위기에 처한 기업을 싸게 인수해서 살려서 비싸게 되파는 것이 벌처 캐피털의 본질이다. 이를 먹튀라고 비난하는 글로벌 상식과는 동떨어진 감정적 대응이 우리 사회를 지배한 것이다.

당시 기소 움직임에 놀란 론스타는 1000억원의 사회공헌 기부금을 약속했다. 하지만 검찰은 론스타의 투자 회수를 지연시켰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론스타는 계속 외환은행에서 엄청난 고배당을 행사해 자금을 회수했다. 이후 하나은행에 매각하며 막대한 차액을 올렸다. 약속했던 사회공헌 기부금은 당연히 철회했다. 지금은 한국 정부를 상대로 5조원 대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정부는 세금을 막대한 소송비용에 낭비하고 있다. 결국 우리 사회의 억지가 막대한 사회적 손실로 되돌아온 것이다. 우버 재판이나 론스타 사건은 우리가 글로벌 기업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보여주는 사례다.

1344호 (2016.07.25)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