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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폴크스바겐 빈자리 누가 차지할까] 포드·도요타·재규어랜드로버 3파전 

국내 수입차 시장의 30% 무주공산 … 현대차·르노삼성도 각축전 가세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경기도 평택시 아우디폴크스바겐코리아의 차량점검센터엔 출고 안 된 차량이 늘어서 있다. 8월 중 선박편으로 올 예정인 차량 3000여 대 중 상당수도 독일로 반송된다.
지난해 폴크스바겐은 한국에서 3만5000대를 팔았다. 아우디 판매량은 3만2500대. 두 브랜드는 한국 수입차 판매 3위와 4위에 올랐다. 전체 수입차 시장점유율 30%를 넘어섰다. 올해 상황은 확 달라졌다. 폴크스바겐과 아우디 실적이 눈에 띄게 하락했다. 폴크스바겐은 7월에 425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달의 2998대와 비교해 85.8% 급감한 수치다. 6월 실적인 1834대에 비해서도 76.8% 줄었다. 아우디의 7월 판매 실적도 전년 동월 대비 42.5% 감소한 1504대에 그쳤다. 6월과 비교해서는 46.5% 하락했다. 더군나 7월 말, 환경부가 아우디 폴크스바겐의 80개 모델에 대해 판매 중지 명령을 내렸다. 골프·티구안·A6·A4 등 인기 모델도 포함됐다. 사실상 퇴출 위기에 몰린 것이다.

아우디폴크스바겐의 80개 모델 판매 중지


남의 불행의 나의 행복이라고 했다. 아우디폴크스바겐코리아에겐 최악의 상황이지만 다른 자동차 브랜드에겐 점유율을 빼앗을 절호의 기회다. 국내 수입차 시장의 30%(7만 대)가 무주공산으로 변해서다. 하반기 자동차 시장의 가장 큰 변수다. 아우디폴크스바겐의 빈자리를 놓고 벌써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독일차에 밀려 그동안 힘을 쓰지 못했던 비(非)독일계 중위권 브랜드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난 5년 간 시장을 장악해온 독일 디젤차의 인기가 폴크스바겐 사태를 기점으로 식기 시작하며 시장에 새로운 전기가 열리고 있다. 수입차 협회 관계자는 “디젤게이트 전까지 디젤 차량이 인기를 끌었지만 앞으로는 가솔린 차량과 하이브리드 차량이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에선 포드코리아와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한국도요타가 벌이는 3파전이 시작됐다. 여기에 볼보코리아가 폴크스바겐의 수요를 빠르게 끌어들이며 이들을 바짝 뒤쫓고 있다. 볼보는 7월에만 지난해 동기 대비 44.3% 증가한 453대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상반기 수입차 판매 9위에 오르며 국내 진출 후 처음으로 폴크스바겐보다 높은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수입차협회가 2003년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폴크스바겐이 10위까지 밀려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이브리드를 앞세워 친환경 이미지를 만들어온 도요타도 순항 중이다. 올해 들어 새로운 하이브리드 모델을 연달아 출시하며 기세를 올렸다. 대대적인 하이브리드 프로모션도 진행했다. 정부는 하반기에 노후 경유차를 교체할 경우 세제 감면 혜택을 제공한다. 도요타는 이와 별도로 5년 이상 된 노후차 고객이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사면 30만원을 지원한다. 또 기존 도요타 고객이 현금으로 하이브리드 모델을 재구매하면 100만원을 지원한다. 공격적인 마케팅 덕에 도요타는 상반기에 지난해 동기 대비 13% 늘어난 4282대를 판매했다. 특히 지난 6월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량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지난해 711대에서 올해엔 1165대를 판매하며 64% 성장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전체 판매량에서 하이브리드 점유율이 54%를 기록하며 지난해 상반기 실적 33%를 넘어섰다. 하이브리드 차종이 처음으로 도요타 전체 판매대수의 과반수를 넘어갔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의 상승세도 만만치 않다. 랜드로버는 지난해 동월보다 31.1% 늘어난 847대를, 재규어는 95.9% 증가한 331대를 판매하면서 각각 5위와 15위를 기록했다. 업계에선 재규어의 성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재규어는 판매가 중단된 아우디의 A6와A4 경쟁모델인 XF와 XE를 판매 중이다. 차량 가격 6320만~9760만원인 A6는 아우디 전체 판매량의 3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큰 모델이다. 재규어 XF의 판매는 전년 대비 50% 늘어난 상태다. 재규어 관계자는 “재규어만의 색채로도 독일차의 견고한 벽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포드도 최근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8위에 머물렀던 포드코리아는 7월 폴크스바겐의 자리였던 4위를 단번에 차지했다. 포드코리아는 상위권 도약의 기준이라 할 수 있는 판매량 1000대의 벽을 넘으면서 지난해 동월보다 11.0% 늘어난 1008대를 기록했다. 브랜드 내 최대 판매 차종인 익스플로러는 디젤게이트에 따른 가솔린 차량 수요 증가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인기를 등에 업고 전체 판매 5위에 이름을 올렸다.

폴크스바겐 주요 모델의 가격대는 2000만~4000만원 사이였다. 친환경 디젤을 앞세운 폴크스바겐의 성장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보던 한국 완성차 업체에겐 이번 디젤 게이트가 재도약의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차량 가격별 경쟁모델로는 중형 세단 A6는 제네시스 G80, 소형 SUV 티구안은 현대차의 투싼·싼타페, 르노삼성의 QM6이 꼽힌다. 골프는 현대차의 i30, 파사트의 경쟁차로는 현대차의 쏘나타와 르노삼성의 SM6, 한국지엠의 올 뉴 말리부 등이 꼽힌다. 국내 완성차 업계에선 폴크스바겐 수요가 가격대가 비슷한 국산차로 넘어올 가능성을 크게 보고 치열한 마케팅을 펼치기 시작했다.

2000만~4000만원 대 모델군 경쟁 치열

현대차는 최근 제네시스 브랜드의 두 번째 모델인 대형 세단 ‘G80’를 출시했다. 기존 현대차 제네시스(DH)의 부분 변경 모델이 새로운 이름을 달고 나왔다. 하반기엔 i30, 그랜저의 풀 체인지 모델을 출시한다. i30은 지난 2007년 1세대가 출시된 이후 5년 만에 풀체인지 된다. 현대차는 유럽을 비롯한 주력 시장에 신차들을 순차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한국GM은 친환경 전기차를 강조하며 시장을 공략 중이다. 올 하반기에 첨단 기술력을 갖춘 친환경차를 출시해 판매 상승세를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말리부 하이브리드와 주행거리 연장 전기차인 볼트를 출시한다. 볼트는 676㎞의 주행거리를 자랑한다. 말리부 하이브리드는 전용 1.8L 직분사 가솔린 엔진과 두 개의 모터를 통해 182마력의 시스템 최대 출력을 발휘한다. 프리미엄 차량인 임팔라 마케팅도 더욱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도 하반기 신차 효과를 높이기 위한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르노삼성이 9월 출시를 준비하는 중형 SUV QM6은 티구안의 경쟁 모델이다. 올해 상반기 출시한 중형 세단 SM6은 파사트의 빈자리를 노리고 있다. SM6는 3월 출시 이후 지난 7월까지 4개월 간 3만1719대를 판매하며 흥행몰이 중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좋은 흐름을 살려 올해 10만대 판매 목표를 달성해 완성차 업계 3위 입지를 굳히겠다”고 말했다.

1347호 (2016.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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