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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의 리더 | 이동훈 NH투자증권 헤지펀드본부장] 증권사표 1호 헤지펀드 기대하세요 

컨버터블 아비트리지, 메자닌, 퀀트 등 다양한 전략 구사... 목표수익률 연 15%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이동훈 NH투자증권 헤지펀드본부장.
2011년 1000억원으로 시작한 운용자금이 지난해 2700억 원으로 불어났다. 해마다 달성한 연 수익률은 20%. 지난 5년간 이동훈(49) 본부장이 이끈 NH투자증권 프랍트레이딩본부의 실적이다. 프랍트레이딩(proprietary trading)은 금융회사가 투자자 돈 대신 자기자본으로 하는 투자를 말한다. 눈치 볼 고객이 없으니 수급 상황이나 상품 종류, 위험도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거래를 한다. 시장 흐름에 구애받지 않고 절대 수익을 추구한다는 점이 헤지펀드와 같다. 이 본부장은 지난 6월 헤지펀드본부장으로 직함을 바꿨다.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운용사뿐 아니라 증권사도 인하우스 헤지펀드를 출시할 수 있게 되면서다. 지난해 말 투자자문사가 헤지펀드 시장에 진출한데 이어 증권사까지 뛰어들면서 경쟁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NH투자증권은 대표이사 직속으로 헤지펀드본부를 두고 4개 부서에 운용인력 20여 명을 갖췄다. ‘증권사표 1호 헤지펀드’를 준비 중인 이 본부장을 7월 29일 만나 계획을 들어봤다.

첫 헤지펀드가 언제쯤 출시되나.

“금융위원회 인가를 8월 첫 주에 받고 그 다음주 등록을 완료하면 출시는 그 이후(8월 셋째주)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최초 준비는 2014년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이 합병되면서부터 시작됐다. 합병 당시 중장기적 신규 비지니스로 헤지펀드를 선정했다. 당시 법 개정 전이라 별도 라이선스가 필요했는데 당국이 재작년 9월에 모든 증권사에 허용하겠다고 하면서 오히려 사업 진행이 미뤄졌다. 겸업을 하게 되니 여러 가지 컴플라이언스(법 준수) 이슈가 있었기 때문이다. 7월 28일 진행된 금융위 실사에서도 겸업과 이해상충 부분을 제일 많이 다뤘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해 물리적으로 사무실을 분리하고, 전산 시스템도 완전히 따로 쓰도록 했다.”

규모와 개략적인 운용 계획은.

“첫 해에는 3000억원으로 시작한다. 이 중 2000억원이 자기 자본금이다. 500억원은 계열사에서 받고 나머지 500억원을 모집한다. 1년 간은 돈이 더 들어온다고 해도 받지 않을 계획이다. 헤지펀드의 기본 콘셉트는 원래 자기 돈을 운용하는 거다. 아주 단순하게 말해서 증권사에서 브로커리지를 잘 하던 사람이 회사를 그만두고 개인투자를 하겠다고 하면 주변에서 ‘내 돈도 같이 해 달라. 몇 대 몇으로 수익을 나누자’고 요청해 운용하는 게 바로 헤지펀드다. 일단 지금 계획으로는 운용 둘째 해에 4000~5000억원, 3~4년 내 1조원으로 규모를 점차 키울 생각이다. 다만 자기자본금 비율을 반드시 30~40% 이상 유지할 거다. 최근 국민연금이나 우정사업본부, 삼성생명 같은 대표적 기관투자자들이 ‘대체투자 비율을 올리겠다’고 한다. 전통적인 주식·채권과 떨어져 시장 리스크를 안정적으로 줄여나가는 게 대체투자인데 양대 핵심은 부동산과 헤지펀드다.

뮤추얼펀드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이 뭔가.

“뮤추얼펀드는 투자자와 운용자 사이에 이해상충이 발생한다. 투자자는 수익률, 운용자는 수수료를 원한다. 잘 되고 있으면 돈을 더 안 받고 굴려야 하는데 수수료 수입을 위해 자꾸 사이즈를 키우는 거다. 하지만 펀드 특성상 사이즈가 커지면 필연적으로 수익률이 희석된다. 헤지펀드는 기본적으로 자기 돈이 많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운용자와 투자자가 모두 수익률을 추구하고 이해상충이 없다.”

5년 간 연 20% 수익을 낸 비결이 궁금하다.

“월 수익률로는 80%를 내기도 했다. 1년에 1~2달 마이너스 수익을 내서 연 수익률 20%가 됐다. 핵심은 전략의 분산이다. 멀티전략을 쓰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국내 시장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가장 잘 아는 게 한국 시장이고, 여기에 비교우위가 있다. 그런데 롱숏(매수·매도)전략만 보더라도 대차가 자유로운 미국·유럽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대차시장이 크게 형성돼 있지 않다. 결국 숏(매도)을 칠 수 있는 건 대형주 50여 종목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두 개, 두세 개 전략만 써서는 시장 상관관계를 벗어나 수익률을 내기가 어렵다. 그래서 첫째도 분산, 둘째도 분산이다. 아주 솔직히 말해 그동안 롱 숏으로 대표되는 일반적 주식 전략들로는 돈을 많이 못 벌었다. 큰 사이즈의 뮤추얼펀드가 놀아야 할 장소다. 컨버터블 아비트리지(회사채와 발행 기업 주가 차이를 활용한 투자), 메자닌(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차익거래), 퀀트(수학적 통계를 활용한 분석), 프라이빗 에쿼티(공개시장이 아닌 기업 경영진과 협상을 통한 투자) 등의 전략이 오히려 더 효과적이었다. 비상장 주식 투자도 이미 3~4년 전 시작했다. 컨버터블 아비트리지의 경우 물량이 없으면 회사를 찾아가서 발행을 시켜 물량을 만들기까지 했다. 국내에 있는 투자 가능 자산을 우리가 다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펀딩을 적게 하는 이유도 투자 용량이 제한된 전략이 많기 때문이다.”

해외 투자는 안 하나.

“해외 투자 비중을 10% 정도로 잡고 있는데 규모가 커지면 이를 20~30%로 확대할 거다. 시장 분산도를 위해서라도 늘려야 한다. 한국 시장 붕괴 위험에서 자유로워져야 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수익이 늘어나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정립되고 언젠가는 거꾸로 해외에서 자금이 들어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운용 인력이 많은 편이다.

“트레이더 20여 명이 있는데 아침 시황회의를 하지 않는다. 팀에서도 어떤 친구는 삼성전자 종목이 롱이고, 어떤 친구는 숏이다. 같은 전략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통상 뮤추얼펀드는 3000억원짜리를 적게는 1~2명, 많아야 3~4명이 운용한다. 하지만 우리는 한두 개 전략으로는 절대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운용자가 많다. 대부분이 4~5년 프랍트레이딩을 같이 한 친구들이다. 이렇게 인력을 많이 투입해 어떻게 먹고 사냐고 하는데 회사로부터 자기자본금 수익에 대해 직접 보너스를 받기에 가능한 구조다.”

목표수익률이 연 15%라고 들었다.

“지난 5년 간 프랍트레이딩을 하면서 회사가 정해준 목표수익률이 15% 정도였다. 그동안 프랍 실적이 좋았기 때문에 잘되고 있는 곳에 남의 돈을 더해서 수익을 내자는 게 기본적인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운용인력, 운용자산을 그대로 옮기고 추가적으로 수수료 수익을 일부 얻는 거다. 운용자금 규모가 1조원이되면 평균 수익률 15%를 낸다고 가정했을 때 자기자본금 4000억원(40%)에서 얻는 투자수익이 600억원 정도다. 나머지 손님 돈 6000억원에서 운용보수 2%, 성과보수 20%를 떼면 수수료 수입이 300억원가량 나온다. 연간 900억원을 버는 셈이다.”

수수료가 좀 높은 것 아닌가.

“국내 헤지펀드 시장은 지난해 말 3조3945억원에서 7월에 약 4조8000억원으로 커졌다. 원래 헤지펀드는 리테일 상품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헤지펀드 투자자 97~98% 이상이 기관이다. 지금 나와있는 한국형 헤지펀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운용사가 중심이 되다 보니 자기 돈이 하나도 들어가있지 않고 수수료가 매우 낮다는 거다. 헤지펀드 투자금액이 최초 5억원에서 작년에 1억원으로 떨어졌다. 수수료 수익 때문에 사이즈를 늘리려다 보니 기관보다는 리테일에 집중해서 생긴 결과다. 문제는 1억원짜리 투자자들은 보호를 해줘야 한다는 점이다. 감독당국 규제를 당연히 받아야 한다. 운용에 규제를 받으면 시장 리스크를 피할 수 없고, 국민연금 같은 기관투자자들은 당연히 한국형 헤지펀드에 투자하지 않는다. 우리는 최소 투자단위를 50억~100억원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동훈 - 본부장은 연세대 중문과, 와튼스쿨 MBA를 졸업한 이 본부장은 1995년 LG투자증권에 입사해 국제금융팀, 인수합병팀, 뉴욕 현지법인에서 일했다. 이후 BNP파리바은행, 도이치투자신탁운용, 캐나다왕립은행(RBC)을 거쳐 2010년 귀국, 우리투자증권으로 돌아왔다.

1347호 (2016.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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