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도 베이비부머이자 숙련 기술자인 단카이(團塊) 세대 퇴직자가 쏟아져 나오자 해외 진출이 본격화했다. 1990년대 국내 전기전자·철강·조선·화학·정유 업체로 일본인 기술자가 줄줄이 영입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내 1차 베이비부머(1955~63년에 출생한 710만 명) 세대도 기술만 있다면 얼마든지 중국·동남아는 물론이고 중동·동유럽·남미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들 지역은 개발도상국이나 신흥공업국으로 발돋움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인력을 해외에서 수혈받아야 한다.
더구나 국내 기업들은 갈수록 글로벌 경영이 불가피해진다. 이에 맞춰 국내 인력의 해외 진출도 수반될 수밖에 없다. SK그룹의 경우 이미 그룹 매출의 절반 이상이 해외에서 나오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앞으로 중국·동남아에 더 많은 해외 지사를 세울 예정이어서 숙련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다. 중국을 비롯해 해외 현지 공장에서 장비를 설치할 때 첨단 기술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 핵심 기술자는 한국인 숙련기술자로 채워야 한다. 그런데 낯선 환경에선 위기 대응이나 유연한 대처능력이 필요해 경험과 끈기가 있는 중장년층이 더 적합할 수 있다.
중장년의 마인드에도 글로벌 진출은 낯설지 않다. 재작년 말 57세의 나이로 정년퇴직을 한 A(59)씨는 국내보다 해외 재취업을 더 선호하고 있다. 퇴직 전 담수 플랜트와 관련된 일을 하며 중동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당시의 경험과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해외에서 찾고 있다고 했다. 해외에서 주재원 생활을 오래 했다는 B(51)씨는 다른 구직자들에게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권장했다. 그는 “이제 성장이 한계에 달한 한국에선 생활비가 많이 들고 금리도 낮아 이자 생활도 어렵다”며 “지금 한창 고도성장하고 있는 나라에서 생활하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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