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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모토 무사시의 '오륜서'의 이 한 문장] 무장의 핵심 역량은 적재적소 배치 

 

김경준 딜로이트 안진경영연구원장
무사의 우두머리인 무장을 목수에 비유한다면 도편수(都片手)라고 할 수 있다. 건물을 지을 때 도편수는 재목(材木)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각 목수의 솜씨를 파악하고 작업을 지시한다. 진정한 도편수란 재목의 상태와 목수의 솜씨를 잘 파악하고, 작업이 진척되는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며 도리에 어긋난 일은 하지 않고 목수의 마음도 깊이 헤아려야 한다. -오륜서, 땅의 장

도편수는 과거 건축을 책임지는 대목수로, 오늘날 건설회사의 현장책임자에 해당한다. 도편수가 제대로 일을 하기 위해서는 건축물 전체의 설계를 충분히 이해하고, 인력과 자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 목수들의 역량에 따라 적절한 일을 부여하고, 재목의 특성에 따라 올바른 쓰임새를 찾아주는 안목이 도편수의 핵심 역량이다. 건물을 짓기 위한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물적자원과 인적자원을 적절히 조합해 목표를 이뤄내는 현장 리더인 도편수의 핵심 키워드는 적재적소다. 적절한 자재를 사용하고 적절한 인력을 배치해야 주어진 기간과 예산으로 건물을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혼자서 싸우는 무사와 달리, 많은 무사를 거느리고 전투를 치러야 하는 무장의 핵심 역량도 도편수와 마찬가지로 적재적소 배치다. 무사 각각의 역량을 파악하고 장점을 살려 적절한 임무를 부여해 강한 조직을 만들어 승리하게 한다. 생사의 갈림길을 앞에 둔 무사들이 동요하지 않고 자신감에 충만해 전투에 나서게 해서 승리를 거두는 것이 요체이다.

도편수나 무장이나 가장 중요한 역량은 적재적소의 안목과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 이끌어가는 리더십에 있다. 목수로서 탁월한 역량을 갖추고 나아가 도리를 지키고 동료 목수의 마음을 헤아리는 유능한 도편수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올바른 품성을 갖춘 젊은이가 건축현장에서 목수를 보조하는 단순 기능공으로 시작해서 오랜 과정을 거쳐서 배우고 실력을 쌓아야 도편수의 자리에 오른다. 무사도 마찬가지로 칼을 잡는 법을 배우는 것부터 시작해 점차 기술을 익히고 연마해 무장이 되는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리더인 사람은 없다. 좋은 배경에서 태어나 남보다 앞선 위치에서 출발할 수는 있지만, 실력을 쌓아 주변에서 인정받아야 진정한 리더가 된다. 리더의 수련 과정은 외공과 내공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목수가 연장을 사용하고, 무사가 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외공이다. 동시에 끊임없이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정신력을 기르고 안목을 갖추는 것은 내공이다. 외공이 부족한 리더는 허술하고, 내공이 없는 리더는 천박하다.

플라톤은 “적재적소가 정의”라고 말했고, 조선 왕조의 설계자 정도전은 “정치의 아름다움은 사람을 쓰는 데 있다”고 갈파했다. 적재적소의 안목과 리더십은 사람들을 이끌어가는 모든 조직의 리더에게 적용되는 보편적 성공 원칙이다.

적재적소의 원칙은 불변이지만, 상황에 따라서 적재적소의 개념이 달라진다. 호황기에는 낙관적이고 추진력 있는 사람이 리더로 적합하지만, 불황기에는 신중하고 위험을 잘 관리하는 사람이 핵심이 돼야 한다. 반대로 호황기에 신중한 사람이 리더가 되면 성장이 어렵고, 불황기에 적극적인 사람이 리더가 되면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따라서 조직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상황에 맞게 적절한 역량을 가진 사람을 선발해 역할을 맡기는 것이 적재적소의 핵심이다.

1354호 (201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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