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2008년 이후 저성장 모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럴 때 국내 굴지의 회사가 법정관리 신청을 하는 등 경제 전반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노력에도 대학생 실업률은 12.5%에 달해 최악이다. 우리 청년들은 매뉴얼 없이도 디지털 기기를 손쉽게 다루고, 영어를 말하고, 읽고, 듣는 실력도 과거 30년 전 대학을 졸업한 분들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우수하다. 그런데도 왜 이런 실업률이 줄어들지 않고 계속 늘어만 갈까?그 요인은 우리나라 산업구조 변화가 너무 느린 데 있다. 제조업 중심에서 이제는 서비스업 중심으로 산업의 발전을 유도하는 정책이 절실한 시기다. 서비스업 중에서도 IT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피플-비즈니스(People-business)’의 육성이 중요하다. 피플-비즈니스는 많은 인력을 채용해야 운영되는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청년실업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나라의 부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산업이다.삼성그룹이 30개 업종에서 고용하는 총 종업원 숫자는 20만 명 정도다. IT서비스 회사인 엑센추어(Accenture)는 단일 업종으로 삼성그룹이 고용한 숫자보다 많은 약 37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 인도의 인포시스(Infosys)는 19만4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캡제미니(Capgemini)는 약 18만 명을 고용한다. 한국의 대표적인 IT 서비스 회사인 삼성SDS는 약 1만4000명, LG CNS는 6500명을 고용하는 수준이다.수익률 측면에서도 차이가 있다. 위에서 언급한 글로벌 IT 서비스 회사들은 영업이익률이 15~26%를 상회한다. 그러나 한국 대표 기업은 2.6~7.5%에 머물고 있다. 이 숫자도 모 그룹 계열사 IT 서비스 매출로 인한 이익이 대부분이다. 오픈 시장에서의 수익률은 참담한 실적이다. 이 와중에도 글로벌 IT 서비스 시장은 매년 20% 이상 성장하고 있다.이런 차이는 업에 대한 본질에서 나온다. 피플-비즈니스는 사람이 중심이 되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첫째로 사람 본성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재능기반(Talent-Based) 매니지먼트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끊임없이 가르치고, 학습하는 능력이 조직에서 체질화돼 있어야 재능을 발휘할 수 있다. 둘째, 사업은 고객에 대한 통찰력을 기반으로 부가가치를 만든다. 이를 위해선 철저하게 소프트웨어 기술 기반으로 모든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생산성 확보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생명력을 쉽게 잃어버린다. 셋째, IT 서비스 시장의 구조적 문제도 있다. IT서비스 산업은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다. 프로페셔널리즘이 중요한 가치이고 정신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IT 서비스 기업들은 출발부터 다르다. 삼성SDS는 1985년 그룹 전산실을 통합하면서 창립됐다. 이 회사의 가치는 그룹 전산실을 단순하게 모아놓은 상태로 일을 시작했다. 수동적인 ‘전산실’ 마인드가 그대로 조직 내에 스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LG CNS·SK C&C 등도 비슷하게 출발했다.이런 IT서비스 회사는 존재할 필요성이 적다. 그룹 정보시스템을 운영해주고, 유지해주는 일을 하는 곳에서 어떤 창발적 아이디어가 나오고 전문성이 갈고 닦아질지 의문이다. 이런 구조 문제로 고용 수준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