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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모토 무사시의 '오륜서'의 이 한 문장] 원류를 알면 지류도 통달한다 

 

김경준 딜로이트 안진경영연구원장
활·총·창 등의 무기를 사용하는 무예(武藝)는 병법의 일부이다. 그럼에도 굳이 다치를 잘 다루는 사람을 일컬어 ‘병법자’라고 부르는 까닭은 다치로 자신을 수양하고 세상을 다스리기 때문이다. 요컨대 다치는 병법의 원류(原流)인 것이다. 다치를 휘두르는 요령을 터득하면 혼자서도 10명을 능히 이길 수 있다. 혼자서 10명을 이기면 100명이 1000명을 이기고, 1000명이 1만 명을 이길 수 있다. -땅의 장

일본의 무사는 허리에 두 자루의 검을 지니고 다닌다. 주무기로 사용하는 길이 80cm 내외의 장검 다치(太刀)와 좁은 공간에서 사용하는 40cm 내외의 단검 와키자시(脇差)다. 와키자시는 패배한 무사의 할복자살용이기도 했다. 일본 전국시대에 사용된 무기는 다양하지만 기본은 장검(다치)이었다. 다치를 잘 쓰는 사람을 병법자라고 불렀다. 무사시는 병법의 원류인 다치를 통달하면 활·총·창 등 다른 무기도 이해할 수 있기에 무사는 기본인 다치를 잘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류(原流)를 통달하면 지류(支流)도 이해하게 된다는 관점이다.

표면은 다양하지만 핵심은 공통적이다. 바둑에서 정석을 모르고 고수가 될 수 없듯이 어떤 분야든 입문단계에서 기초를 배운 다음 응용단계로 넘어간다. 기초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실전에 나서면 임기응변과 변칙에만 의존하는 하수에 머무르게 마련이다. 석기시대의 돌멩이가 21세기에 스마트폰으로 바뀌었지만 사람들이 살아가는 양상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2000년 전에 쓴 [플루타르크 영웅전] [사기]에 나오는 인간과 세상의 진면목은 지금과 다른 것이 없기에 수천 년 전의 고전들이 현재성을 유지하고 계속 읽히는 것이다.

이렇듯 변화하는 속에서도 변화하지 않는 핵심을 이해하고 추구하는 도(道)는 기업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기술과 시장이 변하지만 변하지 않는 핵심 원칙이 있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시류만 따라다니는 부평초가 된다. 변화의 와중에도 변하지 않는 것을 읽어내는 동시에 변화에서 중요한 흐름을 읽어내는 통찰력이 중요하다.

일본에서 유래된 증권시장 투자 격언에 ‘오동잎 하나 떨어져 천하에 가을을 알린다’는 말이 있다. 미세한 변화에도 대세의 전환을 읽을 수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인데, 최근 기업 환경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미래를 예측하고 흐름을 읽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미래학과 트렌드 분석이 관심을 얻고 있는 배경이다.

미래학과 트렌드의 차이는 호흡의 차이이다. 앨빈 토플러로 상징되는 미래학은 정보혁명 등 세계적 흐름을 예측하는 거대담론이다. 세계사적인 흐름을 읽고, 문명사적인 변화를 읽어내는 힘이 있다. 트렌드는 대략 10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사회를 관통해갈 흐름을 말한다. 트렌드 분석은 미래학이라는 거대담론과 일시적인 유행 사이를 이어주면서, 구체적인 개인의 삶과 기업의 비즈니스를 연결한다.

유행은 잠깐씩 나타났다가 사라지지만, 트렌드는 깊은 산속에서 시작한 작은 물줄기가 계속 이어지면서 나중에는 큰 흐름이 되는 것처럼, 처음에는 미약한 모습으로 출현하지만, 계속 확대되면서 큰 흐름을 형성하는 것을 뜻한다. 병법에서도 원류를 이해하면 지류를 통달하여 승자가 될 수 있듯이 오늘날 기업도 변화의 흐름을 읽되 동시에 변하지 않는 시장의 본질을 놓치지 않는 것이 성공의 요체이다.

1356호 (2016.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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